[데스크칼럼] 트럼프와 휴브리스
2026.04.21 11:29
휴브리스(hubris)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비극에서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으로 신의 질서를 거스르다 결국 파멸에 이르는 인간의 특성을 뜻한다. 이 개념은 현대 정치·권력 영역에서 ‘휴브리스 신드롬’으로 확장됐다. 특정 기간 큰 견제 없이 권력을 행사한 지도자가 성공에 도취돼 독선과 오만에 빠지는 심리상태를 일컫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예수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올려 논란이 일었다.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이 확산하자 게시물은 12시간 만에 삭제됐다. 그러나 파장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급기야 교황과의 갈등으로 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레오 14세 교황을 향해 “범죄에 약하고 외교정책도 끔찍하다”고 일갈했다. 교황은 “한 줌의 폭군들이 세상을 유린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2주 휴전’ 직전에도 “오늘 밤 한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며 반인류적인 망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트럼프의 ‘휴브리스’는 어디서 오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주위에 그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는 백악관과 행정부에 그의 결정을 견제하거나 조율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은 군사·안보 사안에서 신중론을 제시하며 급격한 정책 추진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동맹과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강경 노선을 조정했다.
반면, 트럼프 2기는 강경파 일색이다. 행정부와 백악관 참모진뿐 아니라 공화당 내 측근도 그렇다. 트럼프의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이란 정권 약화를 ‘역사적 기회’로 규정하고 군사행동이 중동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래 중동 개입을 ‘끝없는 전쟁’이라며 비판해 왔다. 그런 그가 불과 1년도 안 돼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친(親)전쟁파’의 입김이 주효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역사적 보수 대통령), 버락 오바마(JCPOA·이란 핵 합의)를 넘어설 수 있다며 업적 욕구도 자극했다.
한때 트럼프의 통제불능 리더십은 ‘매드맨(광인) 전략’으로 인식됐다. 그는 과거 “나를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하라”고 했다. 상대를 위축시켜 유리한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도 넘은 ‘매드맨 전략’은 이제 부메랑이 되고 있다. 미국 내 경제정책 지지율은 3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인 응답자 61%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가 들면서 변덕스러워졌다”고 답했다. 이란 전쟁에서 미군 장교 실종사태가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성을 잃고 수 시간 고함을 질러 측근이 회의장 밖으로 그를 빼냈다는 후문이다.
동맹국은 선긋기를 본격화했다. 유럽은 이란전쟁 이후 미국을 빼고 호르무즈 해협 해상 운송을 정상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국가 연합을 구성하고 나섰다. 한국도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국가 연합에 동참했다.
지도자의 ‘오만’은 늦더라도 대가를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선거 국면을 뒤집기 위해 11월 중간선거를 취소(지난 1월 인터뷰)하지 않는 한, 미국민이 그를 심판할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휴브리스는 네메시스(Nemesis·응징의 신)가 나서 균형을 회복한다. 현대정치에서 민심은 곧 네메시스다.
천예선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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