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2%' 잔잔한 출발→'실존적 공포' 관통하며 공감 이끌어낸 韓 드라마 ('모자무싸')
2026.04.20 20:01
[TV리포트=허장원 기자]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지난 18일 베일을 벗었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보여준 박해영 작가와 '동백꽃 필 무렵'으로 따뜻한 휴머니즘을 그려낸 차영훈 감독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첫 방송 이후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조용한 시작을 알렸다. 수치상으로는 다소 완만한 출발처럼 보이지만, 극이 담고 있는 묵직한 메시지와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향후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했다.
▲ 결핍과 불안을 응집한 황동만의 '웃픈' 생존기
드라마의 중심축인 '황동만' 역을 맡은 구교환은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며 변두리를 서성이는 인물의 처절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1, 2회에서 비춰진 동만은 문예 창작 학원 강사와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시나리오에 매달리는 인물이다.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특유의 허세와 농담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슬픔과 공감을 동시에 안겼다. 특히 형 진만(박해준)에게 "불안하지 않은 거, 그냥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라고 내뱉는 대사는 현대인이 공통으로 안고 사는 실존적 공포를 정면으로 관통했다.
구교환은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동만의 성격을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기 톤으로 소화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최대표(최원영)로부터 20년의 세월을 부정당한 뒤, 감정 워치에 기록된 '허기'를 채우기 위해 폭식하는 장면이나 홀로 버스에서 웃음과 울음이 섞인 얼굴로 "망가져 나를 증명한다"고 절규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는 단순한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무가치함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한 인간의 존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 혐오와 연민 사이, 8인회가 그려내는 날 선 긴장감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설정 또한 극의 밀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오정세는 성공한 영화감독 '박경세'로 분해 동만을 향한 지독한 자격지심과 혐오감을 연기했다. 경세는 동만을 죽이는 시나리오를 구상할 정도로 그를 증오하지만, 동시에 동만 앞에서 가장 격렬하게 흔들리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찌질하면서도 신경질적인 박경세의 내면을 쫄깃한 말투로 표현하며 구교환과의 '혐관(혐오 관계) 케미'를 완성했다. 영화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동만을 한심하게 쳐다보다가도 상상 속 총격전 장면에 기겁하는 그의 연기는 극에 유쾌한 긴장감을 부여했다.
여기에 배명진이 연기하는 '이기리' 캐릭터는 또 다른 결의 긴장감을 형성했다. 8인회의 멤버이자 감독인 이기리는 동만을 향해 냉소와 피로감을 드러내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미묘한 연민을 절제된 표정으로 담아냈다. 배명진은 디테일한 연기를 통해 영화계라는 화려한 배경 뒤에 도사린 인물들의 복합적인 이해관계와 내밀한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구축했다. 친구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으면서도 서로의 성취를 시기하고 각자의 무가치함을 감추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이들의 티키타카는 극의 현실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었다.
▲ '도끼'와 '결핍'이 만나는 지점, 고윤정의 새로운 변신
냉철한 시나리오 비평가이자 영화사 PD '변은아' 역의 고윤정은 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업계에서 '도끼'라 불릴 만큼 신랄한 비평을 쏟아내는 은아는 감정을 배제한 채 동만의 시나리오를 난도질하며 강렬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비평 이후 코피를 쏟는 신체 반응은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남모를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음을 암시했다. 고윤정은 절제된 톤 속에서도 미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은아의 입체적인 면모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특히 모두가 무시하는 동만의 진심을 유일하게 알아채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은아의 모습은 향후 전개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조용히 있을 수 없다"는 은아의 고백은 동만이 느끼는 존재론적 불안과 맞닿아 있다. 서로의 결핍을 알아본 두 사람이 형성할 이른바 '초록불 관계'는 이 드라마가 단순히 인간의 밑바닥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서로를 구원하고 평화를 찾아갈 것인지에 대한 희망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고윤정은 상대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는 연기로 그가 쌓아 올릴 서사의 출발점을 안정적으로 완성했다.
'모자무싸'는 첫 주 방송을 통해 인물들의 밑바닥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출과 대사의 힘을 증명했다. 2.2%라는 수치는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소재가 없는 서사 중심 드라마가 겪는 통상적인 탐색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해영 작가 특유의 느리지만 깊게 스며드는 서사 방식이 본격화되고, 무가치함의 끝에서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리겠다는 동만의 선전포고가 구체화될수록 시청자들의 유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간의 지질함과 고귀함을 동시에 비추는 이 '웰메이드' 드라마가 조용한 출발을 넘어 어떤 반전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장원 기자 / 사진=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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