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운 한화에 맞서… 경쟁사들 공동전선 구축
2026.04.21 00:34
HD현대중공업은 LIG D&A(옛 LIG넥스원)와 손잡고 지난 19일(현지 시각)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해양항공우주 전시회 ‘SAS 2026’에 참가하고 있다. 전 세계 57국 430여 방산 기업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 한국 기업이 부스를 꾸린 것은 처음이다. 두 회사는 150㎡ 규모 공동 전시관을 마련해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과 호위함 등을 선보였다. 두 기업이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 두 회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대규모 연합 전시관을 꾸렸다.
방산업계에선 두 회사가 한화에 대한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에서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앞세워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다. 중동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한화 방산 3사가 매번 대형 부스를 차리고 공세를 펴왔는데 여기에 맞불을 놨다는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이 주목받는 상황을 반영한다. 과거엔 화포는 한화, 함정은 HD현대, 항공은 KAI 등 각자의 영역이 뚜렷했지만, 시장이 세계로 확대되면서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수직 계열화 등으로 몸집을 불리는 한화에 대해 경쟁사들은 전략적 ‘반(反)한화’ 동맹으로 맞서는 중이다.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전후, 한화는 육·해·공 전역에 걸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한화는 KAI와 풍산 탄약 사업부 인수 의지를 동시에 드러냈다. 한 방산 업체 관계자는 “한화가 육·해·공에 모두 진출해 주도권을 쥐면 자칫 나머지 기업들은 사업 다수가 한화 공급망 안에 포섭될 수 있는 만큼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와 LIG가 대표적이다. 한화오션 등장 후 이 분야 선두 주자였던 HD현대중공업은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LIG는 주력 분야였던 방어용 중·장거리 유도무기 교전통제시스템(ECS) 사업에 지난해 한화시스템이 진출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무기를 활용해 실제 요격이 이뤄지게 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ECS다.
그 결과 두 기업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페루 해군의 호위함 및 경비함 사업을 수주할 때 함정의 두뇌 격인 전투체계 공급사로 한화시스템 대신 LIG D&A를 택했다. 2016년부터 줄곧 한화시스템의 전투 체계를 탑재해 왔으나, 오랜 파트너십을 끊고 LIG의 손을 잡은 것이다. 지난해 장보고-Ⅱ 잠수함 개량 사업에서는 HD현대·LIG D&A 연합이 잠수함 사업 강자인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을 꺾고 수주에 성공한 것도 맞불 작전의 성과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이자 K2 전차가 주력인 현대로템도 몸집 키우기 및 사업 다각화로 한화에 맞서는 분위기다. 같은 그룹 내 현대위아의 화포 등 방산 사업 분야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대위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 무기 K9 자주포 포신을 제작하고 있어, 인수가 확정되면 미묘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또 LIG D&A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한국형 장거리 공대공 유도 무기 추진 기관(엔진)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작년 9월엔 대한항공과 연합해 한화에어로를 제치고 지상 기반 재사용 우주 발사체용 35t급 메탄 엔진 연구·개발 사업을 따내는 이변도 연출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지나친 경쟁 속에서 국가적으로 힘을 합해 해외 수주를 따내야 하는 대의를 그르칠까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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