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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후폭풍… 시위하던 노동자 사망

2026.04.21 00:55

화물연대, CU에 직접 교섭 요구
물류센터서 출차 저지하며 집회
사측 차량 막다 1명 사망 2명 부상

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화물연대 CU지회 노조원들을 막아 서고 있다. 물류센터 정문 앞에는 진입을 시도하던 노조 차량이 보이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화물차와 집회 참가자 3명이 충돌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1

20일 경남 진주시 CU 진주물류센터에서 화물차 출차를 저지하던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 1명이 2.5t 트럭에 치여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화물차 배송 기사들은 CU의 운영사인 BGF리테일이 자신들의 ‘진짜 사장’이라며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다단계 하청 구조에 따른 저운임, 원청의 관리 책임 부재 등을 언급하며 직접 교섭을 주장했다. 반면 BGF리테일 측은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대체 차량을 투입해 물건을 배송해 왔는데,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사망 사고까지 일어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10시 32분쯤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발생했다. CU물류센터를 운영하는 BGF로지스(BGF리테일 자회사) 측이 마련한 2.5t 대체 화물차가 정문을 빠져나가자 일부 노동자가 화물차 앞을 가로막거나 매달렸다. 사고 당시 보안 카메라 영상에는 트럭이 제대로 멈추지 않으면서 차 밑으로 사람이 깔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사고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후 교섭을 둘러싼 노사 대치가 격화됐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진짜 사장’인지를 가늠하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이 모호하다 보니 현장에선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지를 놓고 극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 운송 기사들은 CU물류센터가 아닌 지역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피해는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성·진주·강원 물류센터 등에서 물류 화물차 출차를 막은 데 이어, 지난 17일엔 충북 진천의 간편식 공장을 봉쇄했다. 김밥·도시락·샌드위치 같은 간편식을 매일 15만개 생산하는 진천 공장이 봉쇄되면서 간편식을 공급받지 못하는 편의점 점포가 하루 3000개에 달한다.


20일 경찰은 화물차 기사 A(40대)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다. 목격자들의 진술과 보안 카메라 영상 등을 종합하면, 좌회전한 2.5t 트럭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막아섰는데, 차량은 멈추지 않고 이들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트럭에 받힌 사망자는 차 밑에 깔렸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숨져 혐의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주변 보안 카메라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오후 10시 기준 화물연대 400여 명이 현장에 집결해 있고, 경찰도 기동대 1100여 명을 투입한 상태다. 화물연대 측은 ‘조합원 비상 태세’를 선언하고 밤샘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찰·화물연대, 밤까지 대치 20일 밤 경남 진주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물류센터에 진입하려는 조합원들을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 곳에선 물류센터를 출발한 화물차와 집회 참가자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뉴스1

이번 사고의 발단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교섭을 둘러싸고 점점 격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정부는 노란봉투법을 놓고 “원청 업체와 하청 노조 간 교섭의 길을 넓히는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사용자성 인정의 기준이 되는 ‘실질적 지배력’ ‘구조적 통제’ 등과 같은 개념이 모호해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화물연대는 “BGF리테일 측이 상·하차 작업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 사용자성이 있다”며 “1월에 원청에 첫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낸 후 일곱 차례에 걸쳐 교섭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GF리테일 측이 물류 물량을 배정하고, 배송 시간·경로·방식을 사실상 정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노조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BGF리테일 측은 “물류센터와 각 운송업체들, 그리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배송기사 간 ‘3자 계약’ 형태라 교섭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사용자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BGF로지스는 파업 등에 따라 매출 감소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화물연대 조합원 11명에게 총 2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교섭을 둘러싼 양측의 다툼이 심화되는 사이, CU 편의점주들의 피해만 계속 커지고 있다. 충북 진천의 BGF푸드 공장이 봉쇄되면서 김밥·도시락·샌드위치 등 간편식 생산과 출하가 중단됐다. 충북 청주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찾는 물건이 없다며 그냥 가게를 나가는 손님이 한 시간에 많게는 10명씩 있다”면서 “하루 매출이 210만원에서 160만~170만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물류센터와 간편식 공장 봉쇄로 하루 50개가량 들어와야 하는 도시락·김밥·삼각김밥 같은 간편식이 1~2개밖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경남의 한 공단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17일 밤부터 간편식, 과일, 우유 매대가 텅 비었다”며 “인근 공단 외국인 근로자들이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 궁여지책으로 김밥을 직접 싸다 팔았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화물 운송 구조나 노사 간 협상 과정에 어떠한 결정권도 없는 저희 점주들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감당하고 있다”며 파업 중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노란봉투법은 노사 문제인데, 이 과정에서 전혀 상관없는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원하청 교섭 장려를 이유로 노사의 격한 대립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일 사고 직후에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센터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날 오후 1시 33분쯤 화물연대 승합차가 경찰 바리케이드를 향해 돌진해 경찰 1명이 다치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같은 집회 현장에서 흉기를 들고 소동을 벌인 조합원 1명이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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