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佛, 집 5년 보유시 세금 감면… 獨 10년 이상은 비과세
2026.04.21 00:54
해외 양도세 감면 제도 살펴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폐지를 주장하며 내건 명분은 ‘정의와 상식’이다. 이 대통령은 “거주하지 않는 집을 오래 보유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며, 장기 보유를 사실상 ‘불로소득의 축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본지가 미국·일본과 유럽 주요국의 세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스탠더드는 이 같은 논리와 반대였다. 이들 국가들은 장기 보유에 파격적이라 할 정도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시장 안정을 위한 핵심 장치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국가가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 장기 보유에 대한 양도세 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장기 보유하면 임대용 주택도 양도세를 면제해준다.
우리 정부도 10년 보유 시 양도 차익의 80%를 공제했지만 2021년부터 보유와 거주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각각 최대 40%씩, 최대 80%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한국은 1주택자도 양도세율이 최고 45%로 높은 편인데, 장특공제가 축소 또는 폐지되면 상당수 주택 보유자가 세금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해 발간한 양도세 보고서에서 “(매물) 잠금 효과는 개인이 세금 납부를 미루기 위해 자산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현상”이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장기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국가들도 OECD가 지적한 대로 장기 보유 세제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토지나 건물을 팔 때 양도차익에 대해 기존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보유 기간이 5년을 넘기면 세율이 그 절반인 15%로 낮아진다. 프랑스는 보유 기간이 5년을 넘어서는 시점부터 세금을 계속 깎아준다. 22년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사회보장 기여금’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복지 재원을 부담시키는 프랑스 특유의 준조세(세율 약 17.2%)다. 하지만 주택을 30년 이상 장기 보유할 경우,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이 사회보장 기여금까지 면제다. 실질 세금이 0원이 되는 것이다.
독일은 10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을 팔 때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독일 세법은 10년 이상 보유를 ‘투기적 거래’가 아닌 ‘장기적 자산 형성’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일본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주택을 단기에 사고파는 것을 투기로 보지만, 장기 보유하는 경우는 임대주택 공급자로 인식한다”며 “강력하게 임대료를 규제하는 나라도, 민간의 임대 주택 공급이 원활하도록 강력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자산의 이동성(Mobility)을 중시하는 국가답게 장기 보유의 기준이 1년으로 짧고, 실거주 요건 역시 관대하다. 1년 이하로 보유하면 일반 소득세율(최대 37%)이 적용되지만 1년을 초과하면 0%, 15%, 20%의 우대 세율이 적용된다. 특히 매각 전 5년 중 최소 2년을 주거주지로 사용했다면 독신은 25만 달러, 부부 합산 50만 달러까지의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2년마다 거주지를 옮기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주택 교체를 통한 주거 상향 이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선진국들이 장기 보유를 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조정’ 차원이다. 예컨대 20년 전 5억원에 산 집이 10억원이 됐을 때, 물가도 2배 올랐다면 소유자의 실질적 자산 가치는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장특공제마저 사라진다면, 부동산 소유자들은 자산 가치가 늘지도 않았는데 집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력을 국가에 뺏기게 된다.
전문가들은 장특공제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실거주 요건을 ‘최근 10년 중 3년’처럼 단순화하고 장기 보유에 대한 인플레이션 조정을 확실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뢰로 ‘주택 양도소득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박훈 교수는 “같은 실거주여도, 조정대상지역, 다주택, 고가주택 등에 따라 과세가 달라지다 보니 세무사가 양도세 업무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를 정도”라며 “단순하면서 공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상당수 국가가 다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을 규제하지 않는 이유는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이들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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