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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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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석양이 아름다우려면

2026.04.20 19:13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01년 이인제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에게 응수하며 했던 말이다. 이 위원장은 ‘DJP 연합’이 삐걱거리고 자민련 세력이 예전같이 않은 점을 부각하며 정치적 황혼기에 있는 JP를 ‘서산의 지는 해’에 비유했다. 하지만 JP는 2002년 대선 전에도 비슷한 발언을 하며 ‘킹 메이커’를 재차 자임했다. “해는 서산에 걸렸을 때가 가장 붉고 찬란하다. 나도 서산낙조처럼 마지막을 불태워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

오래전 JP 얘기를 굳이 꺼낸 건 홍준표 전 대구시장 때문이다. 홍 전 시장은 최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떨어진 후 탈당과 함께 정계를 떠났던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선 차기 국무총리를 꿈꾼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준표 총리설’은 지난 대선 때부터 시중에 떠돌던 루머다. 홍 전 시장은 “저급한 해석이 난무하는 것은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오찬 직전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의미심장하다. “붉게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처럼, 내 마지막 인생은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으면 한다.” JP의 ‘낙조론’ 못지 않은 홍준표의 ‘석양론’이다.

‘일제 때 경찰에 관계하다 독립운동으로 바꾼 이가 있거니와 그런 분을 변절이라고 욕하진 않았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로 전향한 이는 변절자로 욕하였다’. 조지훈의 수필 ‘지조론’ 일부다. 격동의 근현대를 통과한 한국 사회에서 소속이나 입장을 바꾼 사람은 많다. 정치사에도 셀 수 없는 ‘철새’가 존재한다. 그나마 양지에서 음지로 가거나 뚜렷한 소신을 따른 이에게는 비교적 관대하다. 문제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내막은 개인의 영달이었던 케이스가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홍 전 시장이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리다 정계 입문한 지 30년이다. 국회의원 5번, 당 대표 2번, 광역단체장 2번, 대선 후보 1번 등 보통 정치인이 갖기 힘든 이력을 거쳤다. 박근혜 탄핵 후 패전처리 투수 심정으로 대선에 나섰다 실패하고 지난 대선 땐 계파 정치에 밀려 국민의힘 결선에도 못 올랐다. 본인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입장일 뿐 국민은 그를 누린 게 더 많은 정치인으로 기억한다. 석양의 미학은 마침이다. 이념이나 가치 푯대 없이 친정에 섭섭한 마음 하나로 상대 진영을 기웃거리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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