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칼럼] ‘실체 없는 핫라인’ 뒤에 숨은 장동혁의 ‘자해 외교’
2026.04.20 18:59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박 10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귀국 일성은 한마디로 공허한 자화상이었다.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핫라인을 구축했다는 장황한 수사만 늘어놨다. 한미 동맹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강변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실체는 없다. 위험한 정파적 논리만 가득하다. 국가 품격과 국익을 생각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자해 외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먼저 짚을 지점은 성과의 불투명성이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를 두루 만났다고 주장한다. 정작 누구를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외교 관례라는 핑계를 댔다. 정당 외교에서 면담 대상은 성과를 증명하는 지표다. 사진 한 장 없다. 이름 한 줄 공개하지 못한다. 이런 핫라인이 국익을 위해 가동될 리 없다. 상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언만 가득하다. 미국 측의 우려라는 말은 믿기 어렵다. 국내 정치를 위해 가공된 전언 정치일 뿐이다. 검증 불가능한 성과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타국 땅에서 자국 대통령과 정권을 향해 쏟아낸 발언은 더 심각하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외교를 ‘참사’라고 강변했다. 어떤 참사였는지 설명은 없다. 외교 무대에 여야는 있어도 두 개의 나라는 없다. 타국 인사 앞에서 자국 정부를 비난하는 행위는 꼴불견이다. 대한민국 스스로 협상력을 갉아먹는 명백한 자해다.
나아가 장 대표는 미국도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본다고 주장했다.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미국의 누가,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진 사람인지, 어떤 직책인지, 트럼프 행정부 관련자인지 등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다자고짜 심각하게 본다며 마치 트럼프 행정부 생각인냥 슬그머니 퉁친다. 설령 그런 기류가 있어도 국내로 들고 와 정쟁에 써서는 안 된다. 야당 대표로서 자격 미달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국익을 챙기러 간 것인가. 국내 정치용 총알을 장전하러 간 것인가.
국익은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자신이 만난 인사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못하면서 핫라인 운운하는 건 사기에 가깝다. 듣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행태다. 특히 미국 조야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그것을 국익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장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정부 비난의 도구로만 사용했다. 이는 외교를 정쟁의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국민은 야당 대표의 이름도, 직책도 알 수 없는 핫라인 외교를 원하지 않는다. 야당 대표의 비밀 외교, 신비주의 외교는 오히려 매국행위에 가깝다. 투명한 행보와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비공개 면담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자화자찬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경제 현안 대응도 논리적 빈약함을 면치 못한다. 핵 추진 잠수함 건조 논의를 성과로 꼽았다. 이는 한미 원자력 협정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더구나 고도의 국가 전략 과제다. 이름도 밝히지 못하는 인사 몇 명과 대화했다. 이것으로 실질적 협력 운운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정책 결정권도 없는 야당 대표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이걸 추진할 수 있는 그 어떤 권한도 능력도 없다. 우리는 이런 걸 ‘허풍’이라고 말한다.
쿠팡 사태를 언급하며 미국 기업 차별 인식을 전달한 대목은 경악스럽다. 이재명 정부에 ‘친중 정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은 마음이 급했다.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한다. 미국 기업이 중국계 기업보다 차별받는다는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는 굴욕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차별로 몰아세우는 것은 자국 주권에 대한 도전이다. 장 대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미국에 갔는가. 장 대표가 말하는 국익은 대체 어느 나라 국인인가. 미국 기업 민원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를 자처한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미를 결정했다. 정치적 논란을 예상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몸부림이 역력하다. 장 대표가 성과라고 내놓은 결과물이 급조한 티가 역력한 이유다. 명분 없는 방미 일정을 변명하려는 무리수가 ‘자해 외교’를 자인하게 만든 꼴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성과가 뚜렷해야 했다.
이번 방미는 그 어떤 성과도 없는 외유성 방미다. 정부를 흔들기 위한 외치의 정쟁화로 점철됐다. 실체 없는 핫라인 뒤에 숨어 자국 정부를 헐뜯는 정치는 지지받을 수 없다. 가져온 보따리에 알맹이가 없다면 차라리 침묵해야 했다. 그것이 국가를 돕는 길이다.
미국 조야의 냉정한 시각을 전달하는 것과 그것을 정치적 무기로 쓰는 것은 별개다. 장 대표는 후자를 택했다. 이는 한미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 인사들이 한국 정부와의 소통 부재를 걱정했다는 전언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야당 대표가 그 소통의 창구가 되겠다는 발상은 오만하다. 정부의 공식 외교 라인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미국 측에도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제 장 대표는 핫라인의 실체를 입증해야 한다. 비공개라는 방패 뒤로 숨어서는 안 된다. 존재하지도 않은 핫라인이 아니라면 못밝힐 이유가 없다. 핵잠수함 건조나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장 대표의 이번 방미는 시간 낭비,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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