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재봉쇄에 미 “전면 나포”…종전 협상 또 먹구름
2026.04.19 08:18
일시 개방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의 지속적인 해상 봉쇄에 반발한 이란에 의해 하루 만에 다시 통제되면서 미·이란 종전 협상이 다시 불확실성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이 순조롭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을 통과하려는 민간 상선에 실제 총격을 가하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외 전 세계 공해상에서 이란 관련 선박을 나포할 준비에 돌입하면서, 21일 만료를 앞둔 임시 휴전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 군부는 18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재강화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의 해상 봉쇄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해협을 계속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이 이란 항구를 봉쇄한 상황에서 타국 선박만 자유롭게 통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이란 외무부는 상선 항행 전면 허용을 선언하며 긴장 완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군부가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외무부와 군부 간 노선 갈등이 재봉쇄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고는 즉각적인 무력행사로 이어졌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와 해상 모니터링 업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만 인근 해협을 지나던 인도 선적 원유 운반선 ‘산마르 헤럴드’호 등 상선 2척이 혁명수비대 고속정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회항했다. 특히 산마르 헤럴드호의 경우 선장이 “통과 허가를 내주고서 왜 쏘느냐”고 항의하는 것이 유출된 무전 교신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이란의 통제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근 해역에서는 컨테이너선 한 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맞아 컨테이너 일부가 파손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이란 대사를 즉각 초치해 “심각한 사건”이라며 강력히 항의했고,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덴마크 머스크도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해협 통과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글로벌 물류망이 다시 마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도 강경하게 유지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해상 봉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총 23척의 선박을 이란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미국은 봉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 너머로 확대해 이란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는 ‘경제적 분노’ 작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관리들을 인용해, “미군이 수일 내로 전 세계 공해상에서 이란 관련 유조선과 상선을 승선·나포하는 작전에 돌입한다”고 보도했다. 나포 대상에는 국제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박’도 포함된다. 앞서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란에 물자를 지원하려는 모든 이란 국적 선박과 그 밖의 선박을 적극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 재무부와 법무부의 전방위적 제재 및 기소와 발맞춰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인도태평양사령부 투입은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해 호르무즈 해협 사태를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향후 협상에 투입될 제이디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케인 합참의장 등 외교·안보 수뇌부는 물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까지 총출동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이 다시 해협을 폐쇄하려 하며 얄팍한 수를 쓰고 있지만, 우리를 협박할 수는 없다. 대화는 아주 잘 진행되고 있으며 오늘 중으로 추가 정보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 타결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이란 국가안보최고회의도 미국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을 통해 ‘새로운 제안’을 전달했으며,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60일간의 추가 협상 기간을 설정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나, 세부 조건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B-2 폭격기로 지하 깊숙이 묻힌 우라늄 잔해를 미국에 넘기는 데 이란이 동의했다”고 주장한 반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은 에이피(AP)통신과 인터뷰에서 “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는 것은 애초에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일축했으며, 이란 외무부는 우라늄 농축이 “이란의 영토만큼이나 신성한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란은 20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금 해제와 포괄적 제재 철폐까지 요구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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