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마두로 잡은 지 100일... 베네수엘라 권력 싹 교체돼
2026.04.19 14:32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된 뒤 임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델시 로드리게스가 마두로 가문과 측근 숙청에 나섰다. 로드리게스가 마두로의 신임을 얻으며 이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런 숙청은 더욱 이목을 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마두로는 사라졌고, 숙청이 시작됐다’며 최근 로드리게스의 지배 구조 개편을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로드리게스는 지난 1월 마두로 축출 이후 3개월 동안 장관 17명을 교체하고 군 주요 사령관들을 자신의 충성파로 갈아치웠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 시절 임명돼 12년간 국방부를 책임졌던 강경파 파드리노 로페스 장관과 사정의 핵심이었던 타렉 윌리엄 사브 검찰총장을 교체하며 권력 기반을 공고히 했다.
마두로 가문의 척결에도 앞장섰다. 마두로 가문과 유착해 부를 쌓았던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들이 자택에서 전격 체포됐으며, 마두로의 친인척들은 석유 사업권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미디어 출연마저 금지당했다. 그 빈자리는 자신의 측근이나 미국 자본에 우호적인 기업인들로 채웠다. 아직 숙청되지 않은 마두로 친척과 친마두로파도 비밀경찰에 감시당하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해외 이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마두로 가문 측근 사업가들을 구금하고 혐의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마두로 측근들은 다음 차례가 누구일지 서로 추측만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마두로 지우기’에 양팔 걷고 나선 로드리게스가 정작 마두로 신임을 받으며 정권 핵심 실세로 부상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투던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보다 로드리게스에게 더 무게를 실어줬다. 그렇게 로드리게스는 외무부 장관과 경제재정부 장관을 두루 경험하며 ‘유능한 관리자’로 마두로의 신임을 톡톡히 받았다. 부통령까지 오르며 표면적으로는 행정부 2인자 자리까지 꿰찼다. 마두로가 차베스 정권 시절 그랬듯, 로드리게스도 행정부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면서 차기 권력 구도에서 군부와 경찰권을 장악한 노련한 카베요의 맞상대가 될 만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로드리게스는 미국의 마두로 체포를 강력히 규탄한 바 있다. 권력 실세들과 쿠바 관리들을 이끌고 미군 공격으로 숨진 수십 명의 쿠바·베네수엘라 군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TV 연설에서는 “우리는 배신자와 겁쟁이들의 유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단결의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정작 이때 그의 곁에 섰던 이들 대부분은 이후 자리에서 밀려났다. 임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로드리게스가 충성 대상을 마두로에서 미국 백악관으로 재빨리 갈아탄 것이다.
NYT는 “마두로가 뉴욕의 교도소로 끌려간 뒤 로드리게스는 불법적인 공격으로 쓰러진 지도자를 대신하는 마지못한 임시 대리인인 것처럼 자신을 내세웠다”며 “하지만 이제 마두로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는 마두로의 지배 집단을 해체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권력 재편에 착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숙청 배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상존한다. 현지 관계자들은 로드리게스의 통치를 사실상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상태에서의 집권’이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로드리게스가 비협조적일 경우 추가적인 군사 행동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지속해서 임시정부를 압박해 온 바 있다. 실제로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로드리게스 대통령과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며 로드리게스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공언해 온 반제국주의를 버리고 로드리게스를 지지하며 적응 중인 관료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경파 핵심 인물인 카베요 내무장관이다. 수십 년간 권력의 중추에 있던 카베요는 권력의 냄새를 맡는 데 능숙했고, 그에 따라 변해 가는 세상의 질서에 자신을 맞춰 가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카베요는 마두로 축출 이후 “우리 자매 델시와 함께 갑시다. 델시 동지의 능력과 직업윤리, 양심을 전적으로 신뢰합시다”라고 연설하며 로드리게스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 결과 카베요의 사촌과 형제는 비밀경찰과 국세청의 수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그의 딸은 베네수엘라의 신임 관광부 장관이 됐다. 카베요는 마두로 정권의 고위 장관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사람이 됐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한 고위 관리는 “동료들이 로드리게스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낀다”고 했다. 또 다른 관료는 “우리는 그녀가 필요하고, 그녀 역시 우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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