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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고유가가 드러낸 중국의 불균형

2026.04.20 00:04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유가 충격은 중국에 단순한 수입 비용 문제가 아니다. 소비에 신중한 가계와 과잉 생산을 이어가는 산업이라는 구조적 불균형을 다시 드러낸다.

유가 상승은 실질소득을 깎아 먹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소비 심리를 꺾고 구매력을 줄이며, 가계가 큰 지출을 뒤로 미루게 한다. 유가가 크게 오를 경우 6월까지 소매판매는 약 2.8% 감소하고,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도 기존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자동차·가전 같은 고가 내구재다. 이들 품목은 이미 부동산 침체, 고용 불안, 경기 불확실성으로 소비 항목 중 가장 부진하다. 유가 상승은 이미 망설이는 소비자를 더 움츠러들게 한다. 일시적으로 전기차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지만 오래가기 어렵다. 심리가 위축되고 실질소득이 줄면 전기차 수요도 결국 꺾인다.

김지윤 기자
반면 유가 충격에 덜 민감한 식품·의약품·외식·여가 같은 일상 소비는 상대적으로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도 완충 역할을 한다. 중국 정부는 연료 가격을 직접 관리하고, 에너지 조달과 유통 과정에서 마진을 억제해 국제 유가 상승이 가계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한다. 소비자 심리도 마찬가지다. 지갑이 얇아졌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자동차 구매는 미뤄도, 친구와의 저녁 식사나 주말 여가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충격이 하필 가장 취약한 재화 부문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재화 부문은 수요가 약하고 공급은 넘쳐나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부동산 호황과 건설 붐 덕분에 공장에서 쏟아지는 물건들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꺼지면서 그 출구도 막혔다. 지금은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즉 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그 빈자리를 일부 채우고 있다. 재고를 줄이고 제조업 수요를 떠받치면서 에너지 효율까지 높이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정책도 이미 약해진 소비 위에서 겨우 버티고 있다. 유가 충격은 그 부담을 한층 더 가중시킨다.

여기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규모 가계 예금도 변수다. 이론적으로는 소비 여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물가 상승과 금리 하락 속에서 자금은 소비보다 자산관리상품·채권·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다른 에너지 수입국과 비교하면 유가 충격을 일차적으로 완충할 여력이 더 많다. 그러나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가계는 재화 소비부터 줄이고 서비스는 유지하며, 그 부담은 결국 이미 넘쳐나는 제조업 부문으로 돌아간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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