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르포] 화장실 옆 식사에 단수까지… 수용자·교도관 모두 한계 온 안양교도소
2026.04.19 12:01
독방에도 2~3명 수용돼 누울 자리도 없어
관리 부담에 버거운 교도관들
정성호 “시설과 수용 상태 심각, 처우 개선해야”
지난 15일 오전 8시, 경기도 안양시의 안양교도소. 삼엄한 검색 절차를 거쳐 교도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쇠창살 밖 화창한 봄날이 무색할 만큼 내부는 어둡고 눅눅했다. 천장엔 배관이 드러나 있었고, 금 간 콘크리트 벽과 축축한 바닥에서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다.
철문과 검색대 2~3개를 지나, 서류를 작성하고 신체검사를 받고 파란 수형복(受刑服)으로 갈아입는 ‘신입 절차’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가족에게 수용 사실을 알릴지도 묻는다. 순간 가족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교도관은 “가족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는 수용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7.5평 방에 16명… 화장실 앞에서 먹는 점심
다시 철문 2개를 지나 수용동 2층의 혼거실(混居室)로 들어섰다. 수용자들이 일과 외 시간에 먹고 자는 공간, 이른바 ‘감방’이다. 이날 실제 수용자들이 출역(出役·작업장에 나감)한 사이 기자들이 대신 들어갔다.
24.6㎡(약 7.5평)의 방 안에는 수형복을 입은 기자 16명과 교도관 2명이 둘러앉았다. 원래 9명을 수용하도록 만든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15~16명이 생활한다고 했다. 모두 앉고 나니 1인당 공간은 1평도 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체온이 더해지자 공기는 금세 뜨겁고 탁해졌다.
혼거실 바닥의 비닐장판은 울어서 울퉁불퉁했고, 여기저기 찢어진 벽지 사이로 콘크리트 벽면이 드러나 있었다. 녹슨 관물대도 눈에 띄었다. 교도관은 “그래도 수형 태도가 좋은 사소(舍少·교도관을 도와 청소·배식·물품 전달 등을 맡는 수형자)들이 쓰는 방이라 넓고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음식은 벽에 난 작은 배식구를 통해 플라스틱 통 ‘탕반기’에 담겨 들어왔다. 식기 역시 자해나 흉기 악용을 막기 위해 무른 플라스틱 재질이었다. 손톱깎이에는 지급 표시를 하고, 면도기도 1인당 1개씩만 나눠 준다고 했다.
이날 메뉴는 흰밥과 된장찌개, 순대볶음, 깍두기, 채소쌈이었다. 밥과 반찬은 수용자들이 직접 지은 것인데, 대량 조리하다 보니 밥이 뭉치고 굳어 이른바 ‘떡밥’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자는 혼거실 안 화장실, 속칭 ‘뺑기통’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서열이 낮은 수용자들이 주로 먹고 자는 자리라고 했다. 밥은 먹을 만했다. 문제는 화장실 냄새였다. 숟가락이 쉽게 가지 않았다.
식사 뒤에는 설거지를 해야 했다. 싱크대가 없어 화장실 양변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식판과 식기를 닦았다. 그런데 설거지가 끝나기도 전 수용동 2층 전체에 물이 끊겼다. 노후 배관 탓에 1층 사용량이 많으면 2층까지 물이 올라오지 못한다고 했다. 설거지를 하다 물이 끊긴 기자들 얼굴엔 난감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독방도 예외 없었다… 1.3평 방에 2~3명
이어 조사수용실 체험이 진행됐다. 징벌이나 관리 목적으로 수용자를 가두는 공간, 이른바 독방이다. 면적은 4.1㎡(약 1.3평). 화장실까지 포함된 공간이었다. 혼거실이 오히려 넓게 느껴질 정도였다.
벽면에는 무료함과 고독을 견디지 못한 수용자들의 낙서가 빼곡했다. 종교적 문구와 신세 한탄, 외설적 낙서까지 뒤섞여 있었다.
원래 1인용으로 설계된 공간이지만 수용 인원이 많을 때는 2~3명이 함께 들어간다고 했다. 기자들이 두 명씩 들어가 눕자 한 명이 먼저 몸을 펴는 순간 다른 한 명은 다리를 뻗을 수조차 없었다. 교도관은 “세 명이 들어가면 ㄱ자나 ㄴ자 형태로 몸을 꺾어 자야 한다”고 했다.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2%… 피해는 교도관 몫
‘죄를 지었으니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은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교도소 문제는 단순한 불편의 차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밀 수용과 시설 노후화로 교정·교화 기능이 무너지고, 그 부담은 교도관들에게 집중되고 있어서다.
2025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은 122%였다. 1963년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정원 1700명 시설이지만 이날 기준 2300명이 수용돼 수용률이 135.2%에 달했다.
반면 수용자를 직접 통제하는 보안과 직원은 266명뿐이다. 야간 근무 때는 단 33명이 2300명을 관리한다. 직원 1인당 약 70명을 맡는 셈이다.
최근에는 65세 이상 고령 수용자와 환자 수용자가 늘면서 의료·보호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날도 한 수용자가 심정지 증세를 보여 외부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를 위해 인력이 차출되면서 남은 직원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한다.
지난해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에 따르면 교도관 절반가량은 과밀 수용과 인력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교도관의 자살 계획 경험률은 일반 성인보다 약 2.7배, 자살 시도 경험률은 약 1.6배 높았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자도 사람인지라 과밀 환경에서는 예민해지고 마찰이 늘어난다”며 “그 혼란과 위험을 교도관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여름엔 과밀 인원의 체취와 음식물 냄새, 분변 냄새까지 뒤섞여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점검하기 위해 이날 안양교도소를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시설과 수용 상태가 너무 심각해 교정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교정 시설과 교정 공무원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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