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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줄어도 감옥 미어터져… 쇠창살에 얽힌 대한민국 난맥상

2026.04.18 00:31

[아무튼, 주말]
IMF 시국 이래 가장 심각
감방 비좁아진 이유는?

인구 절벽 시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있다. 감옥이다.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 시설 54곳의 수용 정원은 5만614명이지만, 현재 6만3500명 정도가 갇혀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수용률 130%에 달해 20년 새 가장 높았다. 인구 밀도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재소자도 잇따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가석방을 좀 더 늘리라”고 지시했고, 법무부는 올해부터 기존보다 30% 확대한 약 1300명을 매달 가석방하기로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을 향해 “교도소 안에서 인기가 좋으시다”고 말했다. 범죄자는 계속 밀려들고 있다. 총 범죄 발생 건수는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너무 많아진 수감자들. 드라마 단골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사진은 인기리 방영된 '슬기로운 감빵 생활' 한 장면. /tvN

감옥에는 대한민국의 난맥상이 담겨 있다. 역대 가장 많은 수감자가 북적인 건 외환 위기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터진 IMF 사태 직후. ‘법무연감’에 따르면 1998년 1일 평균 수감 인원은 6만7883명이었는데, 그해 12월에는 7만4377명까지 치솟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여건 악화로 인한 생계형 범죄 증가가 그 이유로 지목됐다. 절도·사기 등 그해 발생한 재산 범죄는 33만8943건으로 당시 기준 30년 만에 최다였다. 과밀화 문제로 교도소 증축 및 가석방 확대가 시행됐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수감자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4만명대를 유지했다.

최근 들어 재점화된 교도소 과포화 요인으로는 다시금 급격해진 재산 범죄 증가세가 꼽힌다. 집계가 완료된 2024년 기준 형사 사건 1위는 사기·공갈(20%). 지난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재산 범죄 분석 자료를 내 “사기 피해가 2016년 인구 10만명당 1152건에서 2024년 4583건으로 약 4배로 증가했고 특히 2020년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이스피싱과 전세 사기 등 서민 대상 범죄가 광범위해졌고, 이에 대한 수사 및 처벌 강화가 감방 만실에 한몫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테면 2022년부터 범정부 전세 사기 무기한 특별 단속이 시작됐고, 계속해서 중형이 선고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마약이다. 2022년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됐다. 이듬해 적발된 국내 마약 사범은 2만7611명으로 처음 2만명을 넘겼다. 전년 대비 50%나 뛰었다. 전체 수감자 중 마약 사범 비율은 2024년 처음 두 자릿수(10.5%)를 차지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황지태 본부장은 “단기간에 급증한 사기 및 마약범이 교도소 과밀화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최근 심화된 여성 수감 시설의 초과밀 현황과도 충분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감방 포화 상태로 인해 신규 감옥 건립과 가석방 확대, 구속 수사 최소화 등 인구 밀도 저감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사진은 교도소에 모여 있는 재소자들. /연합뉴스TV

미결수는 과밀 수용이 더 심각하다. 재판이 채 끝나지 않은 미결수는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에 구금돼야 하지만 공간 부족으로 교도소에서, 심지어 마약수와 혼거(混居)하기도 한다. 전체 수용률 150%, 여성 수감자 수용률 200%에 달하는 부산구치소의 경우 수사 기관과 법원에 “구속 영장 청구를 숙고하고 보석이나 구속 집행 정지 등 석방 요청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을 정도다. 도주 및 증거 인멸 방지를 위해 구속 수사가 필요해도 먼저 ‘방’이 있는지 고려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현행법상 구속 기간은 1심 최대 6개월, 2심 8개월, 3심 8개월까지 가능하다. 형사 공판 항소율은 50%에 달한다. 재판과 함께 ‘구금의 시간’이 길어지기 쉬운 여건이다. 신용해 전(前) 법무부 교정본부장은 지난해 발간된 ‘교정 시설 과밀 수용 방지를 위한 정책적·법적 대책’에서 “우리나라 미결수용자 구성 비율은 35.3%에 이르는데 이는 일본(13.4%), 영국(18.3%), 독일(20.6%), 미국(25.5%)과 비교해도 과도한 편”이라며 “과밀 수용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교정 전문가는 “재판 속도를 높이는 효율화와 강력한 벌금형 등 다각적 시도가 필요하다”며 “예산·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감자 의료비만 해도 2020년 336억4500만원에서 2024년 449억5700만원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에 신규 건립 예정인 여자 교도소 조감도. 공모에 출품된 후보군(왼쪽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자 "범죄자에게 걸맞지 않는 호화스런 공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에 법무부는 최종 확정안(오른쪽)을 공개했다.

근본적인 해결법은 감옥을 더 짓는 것이다. 다만 거주지 인근에 신규 설립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과 오랜 소요 시간은 유구한 걸림돌이다.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에 조성 중인 신규 여자 교도소 조감도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유려한 외관의 후보군 사진 하나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자 “호화 리조트냐”는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벌 받으러 간 곳이 안락하면 되느냐” 같은 댓글은 교정 시설과 감형(減刑)을 향한 싸늘한 민심을 보여준다. 논란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최종 채택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확정된 조감도는 각진 성냥갑 형태로, 교도소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건물이었다.

감옥 추가 건립이 우리나라만의 골칫거리는 아니다. 교도소 수용률이 100%를 넘긴 덴마크는 더 많은 죄수를 가둘 묘안을 찾아냈다. 2027년부터 발칸 반도 코소보에 향후 10년간 2억1000만유로(약 3652억원)를 내고 수감자 300명을 가둘 수 있도록 협약을 맺은 것이다. 노르웨이도 네덜란드 교도소 감방을 임차한 전례가 있고, 프랑스 법무장관 역시 지난해 독일·스페인 교도소 임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자국 수감자 600명을 북유럽 에스토니아 교도소에 보내는 대신 약 3000만유로(약 520억원)를 주기로 했다. 일종의 ‘죄수 경제’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감방을 비우는 출구 전략, 그러나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재범 위험성도 없고 충분히 보상해 피해자와 갈등도 없고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 가석방을 단서 조항으로 내걸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안양교도소장을 지낸 김안식 백석대 범죄교정학과 교수는 “가석방 숫자를 늘리면 예전에는 내보낼 수 없던 출소자가 생기니 자연히 재범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이들을 감시할 보호관찰관 증대 등 중장기적 대비가 됐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보호관찰관 1인당 평균 사건 수는 98.3건으로 OECD 주요국 평균(32.4건)보다 현저히 높다. 법무부 측은 “가석방 업무가 가능한 전자 감독 인력 61명을 증원했다”고 했지만 관리 우려는 여전하다. 교도소 과밀화 해소 차원에서 2024년 가석방 조건을 낮춘 영국의 경우, 당해 1000명에 더해 올해 보호관찰관 1300명 추가 채용 방침을 밝혔다.

징역 등의 형벌 체계를 금전 제재 및 행정 조치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형벌 합리화 방안’을 보고받으며 “도덕적 비난 대상이나 행정벌, 민사 책임 대상까지 마음먹기에 따라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죄형법정주의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전과가 가장 많을 것”이라며 “웬만한 사람은 (전과가) 다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측은 “범죄를 돈으로 해결하는 문제로 전락시킬 위험이 매우 크다”며 “오늘날 죄형법정주의가 무너진 이유는 형벌이 아니라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며 법치를 조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 전과 하나쯤은 우스워진 우리 사회 전반의 죄의식 저하를 막기 위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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