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바뀌는 말들…대장동·대북송금·서해피격 진실은
2026.04.19 08:00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대장동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등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이 수사했던 사건들에 이른바 조작기소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검찰의 외압과 회유가 있었다고 폭로하고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핵심 증인으로 나온 남욱 씨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은 과거에도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정권에 따라 뒤바뀌는 이들의 주장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조작이나 회유·강압에 의한 것인지, 특정한 이해관계나 유불리 계산에 따른 것인지 경위를 가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남욱 변호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관련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4회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3.8.11 nowwego@yna.co.kr
남욱 "겁나서 李측 지분 말 못해" → "검사에게 들은 내용" 변호사인 남씨는 정영학 회계사와 손잡고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이다. 여느 법조인과 달리 사법연수원 수료 후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영개발을 포기한 뒤엔 민간 개발을 위해 주변 토지를 사들이고 토지주들을 직접 설득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 개발을 위해 정치권에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로 대장동 개발에 8천721만 원을 투자해 1천7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남씨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과 불리한 진술을 오갔다. 변호사여서 진술의 효력, 증언의 영향력을 잘 아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속 말바꾸기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1월 미국에 가 있다가 도피 의혹 속에 돌아와 받은 검찰 조사에서 과거 부실 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 대장동 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종잣돈을 마련해 준 게 윤석열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2022년 11월 21일 재판에서는 수사 때부터 논란이 됐던 이른바 '그분'에 관해 입을 열었다. 정영학 회계사가 가진 녹취록에서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이 '그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알려지며 '그분'이 누구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남씨는 스스로 이 문제를 꺼내 들어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만배씨에게서 들어서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측 지분'의 의미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진상과 김용의 이름을 정확히 거론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2013년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 3억여원을 건넸다면서 "당시 동규가 '높은 분들에게 전달할 돈'이라고 했고, 그들을 '형들'이라고 지칭해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수사 당시 '연결고리'로 의심한 2명을 지목한 것이다.
남씨는 지난 조사 때 성남시장 지분을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법정에서 "당시에는 선거(대선)도 있었고,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고 했다.
같은 해 12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남욱이 연기하도록 검찰이 연기 지도를 한 것 아닌가. 검찰의 연출 능력도 참 형편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남씨는 "캐스팅하신 분께서 '발 연기'를 지적하셔서 너무 송구스럽다. 근데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그러던 남씨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지난해 9월 재판에서 다시 한번 진술을 뒤집었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을 지목했던 과거 진술에 대해 "당시엔 전혀 몰랐던 내용이고 2021년도에 수사를 다시 받으면서 검사님들에게 전해 들은 내용"이라고 번복했다. '형들'이라는 말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해 11월 재판에선 수사 검사가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 있다. 그건 네 선택이다'라고 말했다며 "검사들 수사 방향을 안 따라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지난해 10월 31일 대장동 의혹 본류사건 1심에서 추징금 없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에 피고인들이 전원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혐의에 대해선 추가로 다툴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4 eastsea@yna.co.kr
이화영 "쌍방울에 방북 요청" → "검찰 압박 받아 허위진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총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됐다.
관련 혐의를 부인하던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6월께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북한에 돈을 썼는데, 우리도(도지사 방북) 신경 써줬을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과 대장동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시점이다.
이 전 부지사가 입장을 바꾼 뒤 부인 백정화 씨가 변호인을 해임하겠다고 나서고,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향해 "당신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가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없을 것"이라고 외치는 소동도 있었다.
백씨가 이 전 부지사에게 "당에서 당신을 의심하고 있다", "영웅이 될지 잡범이 될지 판단해라"고 말하는 구치소 접견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후 이 전 부지사는 같은 해 9월 자필 진술서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검찰로부터 별건 수사를 통한 추가 구속기소 등 지속적 압박을 받으면서 이재명 지사가 (대북송금에) 관련된 것처럼 일부 허위 진술을 했다"고 다시 입장을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이 자신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연어·술 파티'가 있었다고도 폭로했다. 다만 연어와 술이 제공된 시점을 놓고 여러 번 주장을 번복했다.
그는 2024년 4월 4일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술을 먹으면서 진술 관련 세미나를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에 (김성태 등과) 모였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심지어 술도 한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은 당시 계호 교도관을 전수조사했다며 이 전 부지사 측이 술자리가 있었다고 특정한 2023년 6월 30일에는 이 전 부지사가 구치감에서 식사한 기록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음주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가 지목한 6월 28일과 7월 3일, 7월 5일에도 이 전 부지사가 오후 5시께 검찰을 떠났다는 출정일지를 공개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술을 마신 장소도 '1313호 검사실 앞 창고'에서 '진술녹화실'로 수정했는데, 수원지검은 진술녹화실 사진을 공개하며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정권이 바뀐 뒤인 작년 9월 자체 조사 결과 2023년 5월 17일에 연어·술 파티 정황이 있었다며 감찰을 지시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6.4.3 scoop@yna.co.kr
'첩보 삭제' 박지원 고발한 국정원 "법리 무리하게 적용"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의 입장이 뒤집혔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에 피살되자 문재인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같은 해 11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피살 공무원의 월북 여부와 사살 뒤 소각 여부에 대해 "기존 국방부 입장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이씨의 월북 판단을 번복하고 국정원도 고발에 나섰다.
국정원은 2022년 7월 박지원 전 원장을 서해 피격 첩보 관련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박 전 원장 취임 이전까지 국정원장이 첩보 삭제를 지시한 사례는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국정원은 지난해 9월 서해피격 사건 관련 감찰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고발을 지시했고, 국정원 감찰부서에 파견된 검사들이 국정원과 검찰 창구 역할을 하며 내부 조사를 주도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발 당시 무단 삭제됐다고 판단했던 첩보도 시스템에 여전히 존재한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박 전 원장 등은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1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정원은 "사실에 반해 고발 내용을 구성하거나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에 대한 고발을 취소했고, 검찰도 박 전 원장 등에 대한 일부 항소를 포기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열린 대장동·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위례신도시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 등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2026.4.16 nowwego@yna.co.kr
관련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한 만큼 국회가 아닌 법정에서 진술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압과 회유 당사자로 지목된 당시 수사 검사들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해 남씨 주장에 대해 "귀국한 직후 처음에는 A라고 진술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아니라고 한다. 이후 B라고 진술하면서 (이 대통령과 대장동 사업의) 관련성을 인정한다. 그랬다가 정부가 바뀌니까 다시 A라고 진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에서 B로, 다시 A로 가는 진술 번복이 있다. 이 중 어떤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는 검찰에서 판단하고 법원에서 판단하게 된다"며 "국회나 정치권에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bright@yna.co.kr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교도관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