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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능력 너무 뛰어나서 공개 못 해” 미토스 체험판에 놀란 세계 [뉴스 쉽게보기]

2026.04.19 09:46

사진=AP 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재무부 본부.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은행의 수장들이 줄줄이 건물로 들어섰어요. 건물 안에선 이들을 급하게 호출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치 금융위기라도 닥친 듯, 세계 금융계를 이끄는 거물급 인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앉았어요.

이들이 논의한 건 ‘사이버 보안 위협’이었어요. 결제와 대출, 자금 이체 등을 맡은 대형 은행들이 보안상 위험 요소를 충분히 알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회의였죠. 금융 시스템이 해킹당했을 때, 다른 산업으로 위기가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회사들을 먼저 소집한 거예요.

미국이 중동 전쟁을 계기로 엄청난 사이버 공격을 받기라도 한 걸까요? 왜 미국 정부는 갑자기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시작했을까요?

미토스가 불러온 폭풍
미국을 떨게 한 건 인공지능(AI) 개발 기업인 앤트로픽이에요. 앤트로픽은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사이버 보안용 AI 모델 ‘미토스’를 활용해 보안 취약점을 해결하는 ‘프로젝트 글라스윙’을 발표했어요. 미토스의 사전 체험판(preview)을 주요 기술기업과 기관에 제공하고, 투명한 날개를 가진 유리날개 나비(글라스윙)와 같이 눈에 띄지 않는 취약점을 찾아내는 게 목표예요.

앤트로픽의 계획에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브로드컴, 시스코 등 세계적 기술기업들이 초기부터 참여했어요. 또한 주요 소프트웨어 관련 기반 시설을 보유한 40곳 이상의 기관도 미토스 활용 기회를 얻었어요. 앤트로픽은 프로젝트 참여 기업에 최대 1억 달러(약 1480억원)에 달하는 AI 모델 사용권을 제공하고, 기업들은 미토스를 써서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방식이에요. 앤트로픽은 기술기업들의 보안망에서 미토스를 테스트하고, 기업들은 보안 문제를 알아내 ‘윈윈’하자는 취지예요.

문제는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미토스의 성능이 너무 뛰어나다는 점이었어요. 뛰어난 전문가가 아니라도 고도의 보안 시스템을 뚫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자칫 잘못 활용되면,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문제를 발생시킬 만한 수준이었던 거예요. 미국 정부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들을 긴급 호출한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미토스 출시 직전에 주요 AI 기업들의 경영자들과 비공개 전화 회의를 했다고 해요. 미토스 출시 후에는 세계 각국에서 미토스의 영향력을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요. 한국 금융감독원도 지난 13일 국내 금융사의 보안 실무자들을 긴급 소집했어요.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야?
미토스의 등장에 각국 정부가 긴장하는 건, 사이버 보안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AI 모델이 곧 ‘최고의 해킹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미토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찾아내지 못한 여러 보안 결함을 찾아내는데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이 취약점을 이용해 시스템을 제어하거나, 데이터를 탈취하거나, 악성코드를 설치하는 명령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해요. 인간이라면, 몇 달은 걸릴 작업을 순식간에 해낼 수 있죠.

아직 개발자는 결함을 발견도 하지 못했는데, 미토스는 이 취약점을 뚫을 공격용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짜서 즉각 ‘제로데이 공격’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제로데이 공격이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방어 수단조차 갖추지 못했을 때 이뤄지는 공격을 말해요. 문제를 인지하고 수정 사항을 찾을 시간이 ‘0일’이라는 뜻이에요. 당연히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미토스는 개발자 사이에서 잘 알려진 ‘오픈BSD’라는 운영체제의 결함을 바로 찾아냈어요. 27년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문제였어요. 미토스가 세계 곳곳의 여러 보안망을 뚫어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질 만하죠. 각종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요.

앤트로픽은 미토스를 두고 “너무 뛰어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사례가 있다”며 위험성을 인정했어요. 앤트로픽 연구진이 가상의 격리 공간을 만들어 가뒀더니, 미토스는 스스로 탈출한 것은 물론이고, 여러 웹사이트에 탈출할 때 쓴 방법까지 상세히 게시했대요. 일단 앤트로픽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전엔 미토스 사전 체험판을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에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이것을 잘못 취급할 때의 위험성은 명백하지만, 잘만 다룬다면 근본적으로 더 안전한 인터넷과 세상을 만들 진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어요.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
챗GPT 개발사 ‘오픈AI’ 출신이 공동 창업한 앤트로픽은 사실 디그에서 얼마 전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흔들었던 ‘사스포칼립스(구독형 소프트웨어인 SaaS의 종말을 뜻하는 신조어)’ 공포를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앤트로픽은 올해 1월 업무 자동화 AI 도구인 ‘클로드 코워크’를 공개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 급락에 영향을 미친 바 있어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사람도 계약서 검토나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같은 업무를 쉽게 자동화할 수 있어서 ‘곧 법률 분야 등의 전문 소프트웨어도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었죠.

미토스 출시 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어요. 출시 다음 날부터 사이버 보안과 관련된 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한 거예요. 가장 주목받은 업체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보유한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였어요. 팔란티어의 최대 고객은 미국 국방부 등 정부 기관인데, 앤트로픽이 팔란티어의 역할을 조금씩 빼앗을 거라는 이야기가 불안감을 조성했어요.

실제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는 미국 정부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과 중동 전쟁 등에 사용됐거든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해 큰돈을 번 투자자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 사이언에셋 대표는 “앤트로픽이 팔란티어의 이익을 갉아먹을 것”이라며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사실을 밝혀 주목받기도 했어요.

오픈AI 추격하는 앤트로픽
자료=램프(Ramp)
앤트로픽은 AI 분야에서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는 오픈AI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요. 오픈AI처럼 앤트로픽도 이르면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뒀는데요. 기업 가치가 오픈AI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으로 분석돼요. 앤트로픽이 지난 2월 수십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3800억 달러(약 560조 원)였어요. 약 5개월 전보다 2배로 커졌어요.

최근 오픈AI는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모금에서 8520억 달러(약 1260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어요. 아직 숫자만 보면 앤트로픽보다 훨씬 가치 있는 기업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오픈AI를 앤트로픽과 비교하며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영국 유력 경제 언론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트로픽 인수가 더 저렴한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다”면서 “오픈AI 투자를 정당화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어요.

실제로 앤트로픽의 성장세는 무서운 수준이에요. 결제 정보 제공기업인 램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앤트로픽 AI 도구의 기업 도입률은 30.6%로 한 달 전보다 6.3%포인트 급등했어요. 35.2%를 기록한 오픈AI와의 격차도 5%포인트 미만으로 줄었어요. 두 회사의 차이는 작년 12월만 해도 20%포인트에 달했어요.

강력한 AI 기업 앤트로픽의 야심작 ‘미토스’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사전 체험판을 테스트한 것만으로도 세계가 바짝 긴장한 모양새인데요. 아직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 정도 파급력이라면, 아마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놓지 않을까요? 최강의 대리 해커 미토스의 다음 소식을 기다려 봐야겠어요.

매일경제 ‘디그(dig)’팀이 연재하는 <뉴스 쉽게보기>는 술술 읽히는 뉴스를 지향합니다. 복잡한 이슈는 정리하고, 어려운 정보는 풀어서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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