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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지었나?…SF 상상력 부르는 홍콩 마천루

2026.04.19 08:02

홍콩 건축 여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실내 풍경. 내부가 뚫린 구조다. 박미향 선임기자
최신 여행 트렌드 ‘건축 투어’

건축 여행 하기 좋은 도시 홍콩

우주선 닮은 건물 즐비한 센트럴

여행객 상상의 나래 펼치게 해

홍콩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동서양이 교차하는 도시 풍경, 화려한 야경과 세련된 쇼핑센터, 식도락 천국이란 명성 등 이유는 많다. 여기에 최근 하나 더 보태졌다. ‘건축 투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집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문화 코드란 인식이다. 여행에도 영향을 미쳐 요 몇년 새 ‘건축 기행’ 여행 상품이 부쩍 늘었다. ‘유럽 건축 기행’ ‘서울 도시 투어’ ‘원도심 건축 여행’ 등 내용도 다채롭다. 지난해 말 영국 비비시(BBC)가 짚은 ‘2026년 여행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한다. “모두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초개인화’ 흐름에 ‘건축’이 있다.

홍콩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건축 여행을 하기 좋은 도시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집’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다. 어떤 건축물을 고를 것인가. 건축 여행서를 여러권 출간한 정태종 홍익대 건축공학부 교수의 ‘픽’을 여행 목록에 올려보자. 그는 본래 치과의사였다. 30대 중반 여행하면서 건축에 매료됐다. 이후 국내와 미국, 네덜란드 대학에서 건축을 수학하며 자신만의 시선을 구축해왔다. 그는 “사회학, 역사 등 기초 학문과 연결된 게 건축”이라며 “공간을 시각화”하는 건축을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내는 게 좋았다고 했다. 정 교수의 ‘픽’ 중 일부를 다녀왔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1층 풍경. 1층을 비워 사람들이 지나다니게 했다. 박미향 선임기자
성기령 기자 grgr@hani.co.kr
지난달 27일 아침 9시(현지시각) 센트럴역에 내렸다. 홍콩섬에 위치한 번화가다. 정 교수는 과거에 “‘피겨’와 ‘솔리드’란 (건축) 개념이 투영된 홍콩의 수직성과 ‘그라운드’와 ‘보이드’란 개념이 드러난 홍콩의 수평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 센트럴”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건축 언어다. ‘피겨’는 건물의 형태나 재질 등을 뜻한다. ‘솔리드’는 건물을 꽉 채운 실질적인 덩어리를 이른다. 벽, 지붕, 바닥 등을 꽉 채운 벽돌, 유리, 특수 재질 재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라운드’는 건물 주변 환경이나 배경을, ‘보이드’는 비워진 공간을 뜻한다. 이 개념들이 절묘하게 연결된 건축 풍광을 볼 수 있는 데가 센트럴이라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센트럴의 건축은 눈에 확연히 띄는 형태와 덩어리가 수직적으로 뻗어 있고, 건물 주변과 내부의 빈 공간은 수평적으로 구축됐다는 것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외관. 박미향 선임기자
마천루가 경쟁하듯 늘어선 이곳엔 홍콩상하이은행(HSBC) 홍콩 본점이 있다. 지하 4층, 지상 47층, 높이 약 180m 규모의 건축물이다. 1983년 착공해 약 2년 만에 완공하고 1986년 문을 열었다. 설계는 영국 건축계의 스타 노먼 포스터와 구조 엔지니어링 회사 ‘오베 아룹’(Ove Arup)이 했다. 포스터는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여행객을 처음 맞은 빌딩의 지킴이는 청동 사자상 두개, 스티븐과 스티트다. 정교하게 조각된 상 앞에선 유독 사진 찍는 여행객이 많았다. 스페인에서 온 가족은 번갈아가며 두툼한 사자의 발을 만지고 또 만졌다. 웃음꽃 피우며 발을 만지는 풍경이 낯설었다. 뒤늦게 이유를 알았다. 발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얘기가 있다. 암울한 회색빛 홍콩 하늘을 비웃기라도 하듯 쭉 뻗은 빌딩의 외관은 독특하다. 건물 양쪽 측면에 수직으로 쭉 이어진 기둥이 보인다. 그 기둥엔 화살표 모양의 구조물이 규칙적으로 붙어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1층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박미향 선임기자
우주선을 연상하게 하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엘리베이터. 박미향 선임기자
이 건물엔 풍수지리설과 연관된 일화가 있다. 용이 지나가는 길인 이 자리에 건물을 지으면 홍콩 경제의 맥이 끊길 거라며 반대한 풍수지리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수교 짓는 공법을 사용해 건물의 1층을 텅 비웠다는 것이다. 다리 밑으로 해풍이 막힘 없이 흐르듯 용이 지나가도록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다. 이날 찾은 건물 1층에선 위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만 보였다. 사람들은 텅 빈 1층 공간을 관통해 걸어다녔다. 1층 공간에 가만히 서 있으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2층에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니 우주선에 오르는 우주비행사가 된 기분이었다. 가로세로로 엮인 푸른빛 도는 구조물은 우주선 같았다. 내부 가운데가 뻥 뚫려서 양쪽 사무실이 마주 보는 구조다. 3층에서 일하는 이들에겐 맞은편 6층이나 7층에서 일하는 이들이 보인다. 관광객은 더는 올라갈 수 없다.

‘뱅크 오브 차이나 타워’ 외관. 홍콩인들은 ‘도봉’(고기 자르는 큰 칼)을 닮았다고 말한다. 박미향 선임기자
바로 옆엔 ‘뱅크 오브 차이나 타워’가 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아이엠(I. M.) 페이가 디자인했다. 1990년 완공 당시엔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315m)이었다. 높이가 다른 막대기 두개가 붙어 있는 꼴인 이 빌딩은 홍콩의 대표 관광 명소이자 상징으로 오랫동안 회자돼왔다. 이 빌딩이 생긴 뒤 홍콩상하이은행의 실적이 한때 떨어진 이유가 바로 옆 경쟁사 빌딩을 겨냥한 날카로운 칼끝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다. 이 빌딩은 ‘도봉’(고기 자르는 큰 칼)을 닮았다. 홍콩 건축에는 풍설이 많다.

‘직선’ 위주의 센트럴 번화가에서 ‘곡선’을 지향하는 건축물 ‘더 헨더슨’(왼쪽에서 넷째 빌딩). 2024년 완공된 이 빌딩이 최근 홍콩의 상징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객의 관광 명소가 됐다. 박미향 선임기자
지금 홍콩에서 가장 ‘핫한’ 건축물은 ‘뱅크 오브 차이나 타워’ 옆에 있는 ‘더 헨더슨’이다. 홍콩 부동산개발사 ‘헨더슨 랜드’가 지은 프로젝트 건물이다. 36층, 190m 높이 규모로, 마치 커튼을 여러번 매듭지은 듯한 모양새다. 만개한 관다발식물 바우히니아 꽃봉오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6개 대형 기둥과 측면 철골 구조물로 구현했다고 한다. 외관은 네겹 단열 패널로 만든 총 4천개 이상의 곡선 유리로 구축했다. 이 유리 패널은 과도한 외부 열을 차단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고 한다. 서울의 명소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다. 2024년 완공됐다. 완공되자마자 각종 건축상을 휩쓸며 일약 홍콩의 ‘스타’가 됐다. 온통 ‘직선’인 홍콩에서 유려한 ‘곡선’을 지향하는 빌딩은 단연 돋보인다.

‘더 헨더슨’으로 이어지는 통로. 박미향 선임기자
‘더 헨더슨’의 1층 마당. 박미향 선임기자
‘더 헨더슨’의 3층 로비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 설계된 모양새가 독특하다. 박미향 선임기자
외부 계단과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에 도착하자 천장 일부가 곡선으로 이어져 있는 게 보였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3층 로비에 도착했다. 이 엘리베이터도 우주선에 오르는 기분을 제공했다. 구름 한쪽을 떼서 붙인 꼴이다. 미국 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 ‘벌룬 스완’이 반겼다.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객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에겐 ‘응 커피’로 유명한 ‘%아라비카’가 있었다. 상징인 ‘%’를 돌리면 한글 ‘응’과 비슷해 보여 생긴 별명이다. 8m 정도 되는 높이의 창에선 햇살이 스며들고 사람들은 ‘응 커피’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한층 더 올라가면 한국계 미국인 아키라 백의 레스토랑도 있다.

‘더 헨더슨’ 1층은 천장과 벽이 한 패널로 이어진 곡선 구조로 설계됐다. 박미향 선기자
‘더 헨더슨’ 1층은 천장과 벽이 한 패널로 이어진 곡선 구조로 설계됐다. 박미향 선임기자
‘더 헨더슨’ 1층 마당에 있는 작품 ‘아나토미 오브 타임’. 박미향 선임기자
더 헨더슨에는 볼만한 작품이 많다. 1층 로비 자체가 작품이다. 벽과 천장이 곡선 구조물로 연결돼 있다. 햇빛을 받은 금색이 자랑하듯 우아하게 빛나는 구조다. 천장에 달린 조명 작품 ‘인 블룸’을 보고 밖으로 나가면 마당에 ‘아나토미 오브 타임’(영국 현대미술가 페트록 세스티)이 있다. 유리통 안에 갇힌 식물이 노래하는 듯 보인다. 빌딩 밖에 조성된 ‘아트가든’엔 ‘브리딩 트리’(미국 환경미술가 네드 칸)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이제 더 헨더슨은 홍콩의 얼굴이 됐다. 곡선 건축은 볼수록 ‘이게 인간의 작품인가’란 의문이 든다. 하디드는 외계에서 온 존재인가. 빌딩은 여행객의 상상력을 깨운다. 건축이 창작의 화수분이 될 수 있음을 더 헨더슨은 증명한다.

‘더 헨더슨’의 외부 계단. 박미향 선임기자
‘더 헨더슨’ 3층에 있는 제프 쿤스의 작품 ‘벌룬 스완’.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더 헨더슨’ 3층에는 ‘%아라비카’도 있다. 박미향 선임기자
‘더 헨더슨’ 빌딩 밖에 조성된 ‘아트가든’엔 미국 환경미술가 네드 칸의 작품 ‘브리딩 트리’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박미향 선임기자
정 교수는 타이쿤, 퍼시픽 플레이스, 엠플러스, 스카이 코리도르 등 여러곳을 더 추천했다. 그의 여행 목록엔 30개 넘는 건축물 이름이 올라 있다. 그중에서 퍼시픽 플레이스 맞은편에 있는 맥도날드 지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지점일 것”이라고 했다. 건축 여행의 미덕은 관점과 시선,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다는 데 있다. 같은 건물이라도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흐린 날 얼굴과 햇살 가득한 날의 표정이 다르다. 건축은 말한다. 한가지 생각으로만 보고 단정 짓는 건 어리석을 수 있다고 말이다.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데 건축 여행은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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