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맞는 일본의 새해…재정난이 만든 독특한 회계연도[日요일日문화]
2026.04.19 07:30
메이지 시대 세수 확보 위해 '4월 시작' 굳어져일본 주식 사보셨나요? 중동 정세 불안에 일본 경제에도 불안감이 가중됐지만, 증시는 최근 활황입니다. '주식보다 예금하는 나라'로 투자의 매력은 없다고 알려진 일본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것인데요.
특히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4월 들어 9조엔(83조원)을 넘는 날도 있었다고 해요. 일본 언론들도 주식시장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키옥시아, 소프트뱅크 등 반도체와 전자 관련 주식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데요. 이런 시기 투자자들의 지표가 되는 것이 기업의 실적이죠. 애널리스트들은 곧 있을 실적발표 시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4월 말부터 5월 초에 한 해의 실적발표를 하기 때문입니다.
한 해 시작한 지 4개월이나 지나서 연간 실적발표라니 이상하죠? 이는 바로 일본의 독특한 회계연도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처럼 1월부터 12월까지를 한 해로 삼지 않고, 4월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를 1년으로 칩니다. 그래서 3월 말에야 결산에 들어가고, 4월 초에 정리한 뒤 실적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처럼 4월 첫 주에 입학, 신입사원 입사, 개강 등을 시작한 일본은 이제야 새해의 활기를 맞이하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독특한 회계연도와 이것이 생기게 된 배경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일본의 한 해는 4월 1일부터
일본 기업의 회계연도는 통상 그해의 4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입니다. 일본 회사에 취업한 한국인들이 초기에 당황하는 것도 이 연과 연도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1월부터는 그냥 새해니까 구분할 필요가 없는데요. 일본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가령 올해 1월 시행한 프로젝트 보고서를 낸다고 해봅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6년 1월에 시행한 프로젝트라고 하면 돼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2025년도 1월에 시행한 프로젝트라고 하게 됩니다. 지난해 회계연도가 2025년 4월 1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새로 시작하는 1~3월이 지난해 회계연도에 해당하는 겁니다.
따라서 분기별 실적도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4월 1일부터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나라니,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2026년도 1분기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이 됩니다. 그럼 이미 지나가 버린 올해 1월부터 3월은 어떻게 되느냐. 2025년도 4분기로 묶이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일본 문구점에서는 '4월 시작 버전'의 다이어리나 수첩을 판매합니다. 업무뿐만 아니라 입학 등도 4월에 시작하다 보니 학생들에게도 4월 시작 다이어리가 필요하죠.
전례 없는 '4월 시작'…메이지 시대 굳어져
전 세계적으로도 4월에 학기나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나라는 드물다고 합니다. 일본, 인도, 파키스탄 정도라고 하죠. 일본이 4월을 채택하게 된 것은 재정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 문물과 제도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라에서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가 싹트기 시작하죠. 일본 정부는 무리하게 군사비 증강을 추진하는데, 1884년 세수 부족으로 재정난에 처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 해에 쓸 예산을 미리 끌어다 쓰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그다음 해인 1885년에는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본 정부는 회계연도 시작을 기존 7월에서 4월로 앞당겨버립니다. 이렇게 하면 1885년은 12개월이 아니라 3개월 당겨진 9개월로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지출도 줄어서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1년을 일부러 3개월 줄여버렸으니, 정부가 써야 할 기간 자체가 짧아지면서 돈도 덜 쓰게 된 것입니다. 이에 맞춰 학교나 기업도 모두 4월을 기준으로 움직이게 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또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조세 제도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인데요. 에도시대까지 일본은 쌀로 세금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현금으로 세금을 내는 금납 체계로 납부 방식을 전환한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농가에서 먼저 가을에 쌀을 수확하고, 이를 팔아 현금화한 뒤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하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죠. 이 때문에 1월이 아니라 4월로 회계연도를 설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가깝고 경제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된 일본이지만, 한 해를 나누는 기준부터 다르다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같은 시간을 두고 두 나라가 올해와 지난해를 다르게 구분한다니, 익숙하다고 생각한 이웃 나라를 다시 보게 만드는 지점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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