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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물가의 덫…트럼프가 이란과의 협상 끊지 못하는 이유

2026.04.18 12:00

[김하늬 미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호르무즈 긴장에 공급망 흔들…에너지 쇼크로 물가 상승 압력
농업 기반 지지층 직격탄…비료 가격 상승에 정치적 부담 고조 


미국과 이란 간 '2주 휴전' 시한이 임박하면서 전쟁이 재격화할지 아니면 극적으로 협상 국면으로 되돌아갈지 중대 분기점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를 전격 가동하며 긴장을 끌어올린 동시에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1차 협상이 '노딜'로 끝난 이후에도 물밑 접촉이 이어지는 가운데 휴전은 불과 닷새 만에 흔들리고 군사적 긴장은 다시 최고조로 치솟았다. 외신들은 이번 상황을 '압박과 협상'이 동시에 작동하는 고위험 국면이라고 규정하며 그 대가가 결국 미국 경제와 정치에 되돌아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4월1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향후 이틀 안에 뭔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파키스탄군 총사령관 아심 무니르를 언급하며 "그가 매우 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곳으로 다시 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다음 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아마 유럽이 될 것"이라며 기존 중재국이었던 파키스탄 이외 지역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런 발언은 해상 봉쇄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협상 재개 여지를 열어두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런 접근이 오히려 긴장 고조와 불확실성을 동시에 키우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4월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 TV 생중계 방송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유가 더 오를 수 있다" 트럼프도 인정 

트럼프의 호르무즈 역봉쇄 조치는 이란의 자금줄인 원유 수출을 차단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중국을 압박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유도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군사 압박을 넘어 미국 내부의 정치·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키우는 '고위험 승부수'라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산 석유 주요 수입국들이 실제로 미국 요구에 협조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오히려 미-이란 대치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적 부담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해상 봉쇄가 "세계경제를 더 큰 혼란으로 밀어넣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하고 이는 곧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트럼프도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인정하며 여론 관리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충격이 에너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르무즈해협은 비료, 알루미늄, 헬륨 등 주요 원자재의 핵심 수송로다. 특히 농업 기반 지지층에 의존해온 트럼프 입장에서는 비료 가격 상승이 곧바로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충격이 산업과 농업, 소비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고음을 높였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하며 중동전쟁이 "세계경제를 다시 시험대에 올렸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 확산, 금융시장 변동성이 주요 경로로 지목됐다. 전쟁이 악화할 경우 세계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미국 내 물가 지표에는 전쟁 여파가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유가 급등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 예비치는 47.6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을 4.8%로 제시하며 고물가에 대한 불안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경제적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무역 성과와 정책 효과를 강조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시선 분산에 나섰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무역적자 축소와 공급망 재편을 주요 성과로 강조했다. 보고서는 "월평균 무역적자가 1010억 달러에서 870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유럽·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서의 수입 감소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 홍보는 현재의 경제 불안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백악관이 물가와 주거 문제에 집중하려 했지만 이란 전쟁 등 국제 현안으로 인해 방향성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종교 지지 기반도 흔들…"교황과 왜 싸워"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종교적 지지 기반의 균열이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 출신 교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자신을 종교적 상징처럼 묘사한 이미지를 공개했다가 논란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가톨릭은 물론 복음주의 진영 일부에서도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들은 이를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로 본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종교적 상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오히려 그의 핵심 지지층인 종교 보수진영 내 균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과의 공개적 충돌에 대해 "리더십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제기하며 전쟁 수행에 대한 비판과 결합해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전반에서도 균열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전쟁을 둘러싼 이견이 분출하고 있으며 일부 의원은 대통령의 군사행동 권한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디언은 "트럼프의 이란 대응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편한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며 "전쟁 확대를 둘러싼 시각차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더 강경한 입장이다. 전면전 재개 가능성에 대해 "전쟁 권한 남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의 전쟁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전쟁의 목적과 전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인 다수가 전쟁에 대한 명확한 전략과 설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쟁이 유가 상승과 물가 불안을 자극하면서 지지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행정부 비서실장 출신 람 이매뉴얼은 "미국민은 대통령다운 리더십을 원하지만 그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결국 현재 상황은 세 가지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이다. 대외적으로는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유가 상승과 공급망 충격이 확대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지지 기반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한쪽에서는 호르무즈 봉쇄를 통한 '최대 압박' 전략이 작동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적 비용과 정치적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장기 협상과 전쟁 재개라는 두 가지 모두 부담스러운 선택지"라고 평가했고, 가디언은 "군사적 우위와 경제적 부담 사이의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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