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소송
소송
가해자와 맞서고, 피해자와 연대했던… 98년생 김현진씨 세상 떠나

2026.04.18 11:00

2023년 11월 김현진씨가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강윤중 기자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단죄와 연대에 앞장섰던 김현진씨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고인의 변호를 맡았던 이은의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았지만 빛나고 뜨거웠던 98년생 김현진님의 작별을 전한다”며 김씨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김현진씨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이자 자신의 재판 승소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던 2016년, 박진성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을 익명으로 트위터에 올렸다. 박씨는 김씨가 돈을 노리고 ‘허위 미투’를 하는 것이라고 몰아갔고, 김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이나 개인정보를 반복해서 공개하기도 했다. ‘98년생 김현진’이라는 호칭은 박씨가 온라인상에서 그를 무고범으로 몰아붙이고 언론과 누리꾼들이 2차 가해에 동조할 때 붙인 것이기도 하다.

김씨는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박씨가 2015년 17세였던 김씨에게 성희롱 메시지를 수차례 전송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씨는 폭로 7년만인 2023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8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성폭력을 고발한 뒤 되레 무고범으로 낙인찍힌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김씨의 승리는 희망이 됐다.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의 감옥행, 그제야 피해자의 ‘7년 감옥’이 끝났다

박진성씨의 명예훼손 혐의 유죄 판결문을 분석한 경향신문 기사와 김현진씨의 생전 X 게시물. 김현진씨 X 캡쳐


김현진씨는 이 승리를 이끌었다. 4년간 이어진 재판의 모든 순간, 그는 길고 끔찍했던 2차 가해를 겪으면서도 숨거나 피하지 않았다. 사건 초기 박씨는 문단 내 성범죄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겼고, 재판 결과를 근거로 김씨의 고발이 무고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증언이 반영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되고 진실이 묻히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법원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당사자 심문을 요청했고, 2021년 4월9일 김씨는 재판정에서 처음으로 피해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매번 재판정에 출석해 발언했고, 항상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2015년 박진성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는 말로 증언을 시작했다.

김씨는 2023년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으로 뽑혔을 당시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문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두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최대한 제가 당한 피해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성범죄 무고’의 아이콘처럼 떠받들어지던 시인과, 동조하던 이들의 침묵

경향신문 플랫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98년생 김현진씨’

이 인터뷰에서 그는 “범죄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니 가해자들이 더 활개치고 피해자들은 낙심한다. 제 재판처럼 결국은 범죄자가 처벌받는 판례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세상이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그는 피해자들의 낙심을 위로하고, 세상을 조금은 변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재판이 끝난 뒤 그는 일상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2023년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 시를 배웠는데 그때를 떠올리는 게 더 이상 무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던 김씨는 2024년 8월3일 X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인생에서 재판이라는 것이 없어진 첫 해. 성폭력 고발 이후로 시를 읽을 수 없었던 내가, 재판 중에 연대자분들께 선물 받았던 시집들을 이제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김씨의 X 계정에는 그가 여러 성폭력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보탠 게시물들이 빼곡하게 남았다. 그가 활동하던 소셜미디어에는 이제 추모 메시지가 쏟아진다. 이은의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김현진님은 박진성 시인으로부터 청소년 시절 피해를 입었고 이후 악질적인 2차 피해에 장기간 시달렸다”며 “그래도 김현진님은 용기있고 총명한 청춘이었고, 그가 낸 용기에 아주 많은 여성들이 함께 손잡고 직진해 사필귀정을 이루었다”고 썼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소송의 다른 소식

소송
소송
2시간 전
백악관, '미토스 충격'에 앤트로픽과 회동…양측 모두 "생산적"
소송
소송
2시간 전
미국서 계란값 담합 있었나…"미국 법무부, 반독점소송 추진"
소송
소송
2시간 전
대장동 초기 지주들, 남욱·정영학에 '30억원' 소송 패소
소송
소송
2시간 전
앤트로픽, 백악관과 전격 회동…AI 보안·협력 논의
소송
소송
3시간 전
‘조니 뎁 이혼 소송’이 던진 질문…‘평판’은 곧 인격이다 [김기동의 이슈&로(LAW)]
소송
소송
3시간 전
미국서 계란값 담합 의혹…법무부, 반독점 소송 나선다
소송
소송
3시간 전
백악관·앤트로픽, '미토스 충격'에 회동…양측 모두 "생산적"
소송
소송
3시간 전
20대 여성 강제추행 피해 호소 후 사망…남성은 “혐의 부인한다” 주장
소송
소송
3시간 전
월스트리트저널 "미국 법무부, 계란 업체 상대로 반독점소송 추진"... 계란값 폭등에 담합 있었나
소송
소송
3시간 전
"30년 내조했더니 재산 내놔라"…임의후견 동원한 전처 자식들 어떻게 하나요? [양친소]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