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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관련 없더라도 '쌍방울 주가조작' 수사 필요한 이유

2026.04.18 08:00

이찬진 "쌍방울 100억대 부당이득 증거, 검찰이 안 가져가" 폭로
이건태 "검찰, 주가조작 무마 대가로 김성태 진술 회유 가능성"
금감원 문건 분석…전환사채 최소 수백억 주가조작 투입 정황
금감원이 조사한 쌍방울 계열사 주가조작 정황이 담긴 차트 〈출처=금감원〉

JTBC는 '검찰이 지난 2023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쌍방울 그룹의 주가조작 조사 결과를 전달받고도 혐의를 덮어준 정황이 있다'고 지난 13일 보도했습니다.
※ 참고보도 : [단독] '100억 챙기고 폭락'…검찰이 외면한 '쌍방울 주가조작' 자료 입수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그 대가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부터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조작된 진술을 받아냈다고 의심합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3일과 14일 국정조사에 출석해 2022년 말~2023년 초 상황을 증언했는데,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2022년 11월 : 금감원이 검찰(수원지검)로부터 '쌍방울 주가조작' 정황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음.

2. 2023년 1월 30일 : 금감원 직원들이 검찰에 찾아가 "조사 결과 쌍방울에 100억 원이 넘는 주가조작 부당이득 혐의가 있다. 금융 자료 증거도 수집돼 있다"고 설명하고 "법률상 금융 자료를 그냥 넘길 수 없으니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서 가져가기 바란다"고 알림. 검찰은 그러나 2023년 7월 초까지 5개월 넘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음.

3. 2023년 7월 17일 : 검찰이 5개월 만에 금감원에 패스트트랙으로 '쌍방울 주가조작' 조사 내용을 넘길 것을 요구함. 금감원은 곧바로 검찰에 조사 내용을 넘겼지만 압수수색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가 되는 많은 금융 자료들은 넘기지 못했음.

4. 2025년 : 검찰, 쌍방울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을 내림.

지난 3일 국정조사에서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조특위 위원)의 질문에 이찬진 원장이 답변한 내용을 보면 이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찬진 원장]
"저희가 조사한 (쌍방울 그룹 주가조작의) 부당이득 금액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굉장히 중죄로 처리될 거라고 금감원 입장에서는 판단하고 있었는데 (검찰이 관련 자료를) 안 가져가서 이런 부분이 있었고요. 그 뒤의 상황은 금감원 입장에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런 예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보고받았습니다."

[이건태 의원]
"그러니까 (쌍방울의 주가조작) 혐의가 100억 원이 넘는 혐의인데, 그래서 중죄에 해당하는 혐의인데,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아 오면 그 증거 자료를 보내 줄 수 있는데, 검찰이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안 가지고 갔고, 결국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다. 이것 아닙니까?"

[이찬진 원장]
"예."

이 원장은 지난 14일 국정조사에선 '2023년 1월 30일, 금감원이 쌍방울의 주가조작 정황을 조사한 내용을 검찰에 설명할 때 들고 갔던 문건'을 보면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이찬진 원장]
"지금 (화면에) 띄워주신 자료는 (금감원이 조사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자료고요. 지금 (검찰로) 못 갔다는 자료는 그것에 관한 기초 증거 자료들입니다. 이것 말고 훨씬 많은 자료를, 유죄의 증거가 될 자료들을 (검찰이) 안 가져간 것입니다."

이 원장이 '정리한 자료'라고 말한 문건이 바로 JTBC가 지난 13일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문건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출처=연합뉴스〉
이것은 기존에 제기된 의혹과는 또 다른 '새로운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입니다.

기존에 제기된 "쌍방울이 대북송금을 미끼로 주가조작을 했는데, 검찰과 국정원이 여기에 경기도를 엮어 마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관여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의혹과는 다릅니다.

'쌍방울 주가조작'이라는 키워드는 같지만 "검찰이 (금감원이 조사한) 쌍방울 그룹의 주가조작 정보를 미끼로 김성태 전 회장을 회유 또는 압박해 진술을 강요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북송금 사건을 조작했다"는, 별개의 의혹입니다.

이건태 의원은 △검찰이 먼저 금감원에 '쌍방울 주가 조작' 조사를 요구해 놓고, 조사 결과를 들은 뒤 5개월 넘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 △검찰이 뒤늦게 패스트트랙을 통해 금감원 조사 결과를 넘겨 받았으면서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일부러 금융 자료 등 중요 증거를 외면한 것으로 보이는 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시기를 전후해 검찰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불리한 증언을 시작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쌍방울의 또 다른 주가조작 사건'이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한 회유 또는 압박에 활용됐다고 의심합니다.

금감원이 조사한 쌍방울 계열사 자금 흐름도 〈출처=금감원〉
JTBC는 이 사건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해 '해당 사건이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한 회유 또는 압박에 활용됐다'는 의혹 부분을 떼어내고, 문건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금감원의 쌍방울 주가조작 조사 결과'부터 집중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금감원은 우선 쌍방울 계열사 광림이 2022년 이른바 '광림 컨소시엄'을 통해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유포해 주가를 상승시켰고, 이들이 전환사채를 통해 취득한 주식이 장중에서 상당량 매도된 뒤에 주가가 폭락했다고 봤습니다.

금감원은 여기에 이용된 주식이 2022년 3월 24일 1주당 1,785원에서 열흘 만에 4,250원이 됐고(2022년 4월 5일), 두 달 뒤엔 1,485원(2022년 6월 30일)이 됐다는 사실에 더해, 그 사이 누구의 계좌에서, 몇 주가, 얼마에 던져졌는지까지 파악했습니다.

금감원은 또 광림·비비안 등이 수차례에 걸쳐 전환사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 수백억 원이 (현재 600억 원대 또 다른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한) 배상윤 KH그룹 회장,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관계사 주가 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원영식 전 초록뱀 컴퍼니 회장 등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봤습니다.

문건엔 '(쌍방울 계열사가) 사채 인수를 통해 (배상윤·원영식 등에게) 자금을 지원한 이유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금감원은 광림의 2차·4차 전환사채 발행 자금이 배상윤 회장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를 거쳐 하얏트 호텔 인수에 쓰였다는 복잡한 자금 흐름의 경우, 그림까지 그려가며 분석해 놨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건의 전환사채 발행 자금이 주가조작에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인 거래 시기와 대상, 금액까지 파악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의혹들을 전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실제 증거가 부족해 기소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찬진 원장은 분명히 (JTBC가 지금 분석한 자료들은) "정리된 자료에 불과하고, 훨씬 많은 자료가 있는데 그것을 검찰이 가져가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금감원이 조사한 쌍방울 주가조작 정황이 담긴 차트 〈출처=금감원〉
박상용 검사는 지난 13일 JTBC 보도를 접한 뒤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사안은 쌍방울 자체 내부 비리로 저희와 전혀 다른 수사팀이 담당했다. 그 수사 내용을 저희 수사팀에서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김성태와 거래니 그런 걸 할 수도 없었다. 지금 금감원 자료 내용도 이번에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검사 말대로 해당 사건은 다른 수사팀이 담당했습니다. 때문에 박 검사가 해당 사건을 전혀 몰랐을 수 있고, 김성태 전 회장과 거래에 전혀 활용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조작 기소에 활용되지 않은 것'과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은 것'은 별개의 사안입니다. 금감원 조사로 쌍방울의 주가조작이 수많은 개미들에게 피해를 준 정황이 드러난 이상, 사건을 대북송금 사건에 활용했든 안 했든 주가조작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는 철저히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박 검사는 이에 대해선 "금감원에서 밝힌 주가조작을 검찰이 뭉갰다는 주장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한다.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이 사건의 실체를 이미 보고받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발표하지 않고 있다"면서 구 대행에게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찬진 원장의 증언과 박상용 검사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사건의 실체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1. 금감원은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한 결과, 부당이득 금액이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돼 당연히 굉장한 중죄로 처리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찬진 원장의 증언)

2. 검찰은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을 철저히 수사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 과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상용 검사의 주장)

그런데 여기엔 고려해야 할 하나의 증언이 더 있습니다. 이 원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 국정조사에서 "(쌍방울의 주가조작을 입증할) 유죄의 증거가 될 자료들이 있다고 검찰에 알렸는데도 가져가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검찰은 금감원에 유죄를 입증할 자료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져가서 살펴보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는 것입니다.

국정조사장에서 위증의 처벌을 받겠다고 선서한 이 원장의 해당 증언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을 철저히 수사했다"는 박 검사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됩니다. 오히려 금감원이 확보해 뒀다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석연치 않은 결정을 내린 당시 수사팀의 움직임에 대검이나 수원지검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심을 하는 게 타당합니다.

검찰이 당시 충분하게 수사를 한 상태여서 당시 금감원이 확보한 자료들이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는지, 검찰이 수사를 해보니 무혐의가 너무 확실해 금감원 자료는 볼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가 실제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이 무슨 자료를 가졌는지 가져가 보지도 않고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검찰이 금감원보다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데 더 뛰어나다면 애초 2022년 11월,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박 검사 주장대로 이 사건이 '대북송금 사건'이나 '조작 기소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새롭게 드러난 '금감원 발 쌍방울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다시 수사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야 '검찰의 요청으로 금감원이 조사해 중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을, 검찰이 증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져가지 않은 상태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이 부자연스러운 사건의 자초지종을 밝힐 수 있고, 무엇보다 (주가조작이 사실이라면) 작전주에 휩쓸려 피해를 본 무고한 개미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처=연합뉴스〉
만약 이 수사를 통해 박 검사의 주장대로 검찰이 '금감원이 조사했던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고 정당하게 무혐의 처분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자연히 이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 혹은 조작 기소와의 연관성을 수사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논란을 종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이 원장의 증언대로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검찰이 의도적으로 외면한 사실이 수사로 드러난다면, 당연히 당시 검찰이 그렇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도 수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 검찰이 증거를 외면한 배경에 대북송금 사건이나 조작 기소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도 밝혀질 것입니다.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든, 새롭게 확인된 금감원 발 쌍방울 주가조작 정황을 제대로 수사한다면 조작 기소 논란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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