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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와인] 로제 와인의 진화는 어디까지…피오 체사레 로지

2026.04.18 06:01

오랫동안 로제 와인은 여름 한 철 시원하게 마시는 가벼운 음료라는 인식에 갇혀 있었다. 레드 와인을 더 진하게 만들기 위해 초기에 뽑아낸 부산물로 만든 술이라거나 와인을 모르는 이들이나 즐기는 가벼운 음료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일각에서는 있었다. 로제 와인은 주로 브런치나 피크닉, 야외 모임의 분위기를 돋우는 소품처럼 소비됐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레드 와인에 비해 ‘진지한 와인’으로는 덜 평가받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로제는 화이트의 산미와 레드의 구조감을 동시에 갖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재평가받으며,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프리미엄 와인으로 그 위상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통계로도 증명된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글로벌 로제 와인 소비는 2000년 이후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2024년까지 약 17% 증가했다. 현재 로제는 전 세계 와인 소비의 약 10% 내외이며, 화이트 와인 소비량과 합치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24년 기준 약 2000만헥토리터(hl) 생산 수준에 도달한 로제 시장은 단순히 유행에 민감한 와인을 넘어, 레드 와인의 소비 감소분을 일부 대체하며 글로벌 와인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픽=손민균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거장, 피오 체사레(Pio Cesare)의 4대 경영자였던 피오 보파(Pio Boffa)는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한발 앞서 간파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외동딸 페데리카 로지(Federica Rosy)가 태어난 1997년에 그녀의 이름을 딴 특별한 와인을 구상했다. 바롤로만큼이나 진지하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로제 와인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는 긴 연구 끝에 ‘로지(Rosy)’라는 결실로 이어졌고, 2017년 첫 빈티지를 세상에 내놨다. 현재 피오 체사레는 페데리카 로지가 이끌고 있다.

그가 태어난 1990년대 후반의 피에몬테는 여전히 가부장적 전통과 장남 승계 원칙이 공고했던 시기였다. 그런 배경 속에서 피오 보파가 딸의 이름을 와인 라벨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녀를 가문의 당당한 일원이자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상징적 선언이기도 하다. 로제 와인은 부차적 장르라는 이미지를 탈피시키고,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지위를 부여한 것이기도 하다. 1881년 설립된 피오 체사레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중심으로 명성을 쌓아온 정통 와이너리로, 알바(Alba) 시내 중심부의 고대 로마 성벽을 지하 셀러로 사용하는 등 피에몬테에서 가장 클래식한 생산자로 꼽힌다.

기술적 측면에서 ‘로지’는 일반적인 로제 와인과 생산 철학부터 차이를 보인다. 짧은 침용과 스테인리스 발효를 통해 산뜻함만을 강조하는 보통의 방식 대신, 로지는 포도 껍질을 차가운 온도에서 짧게 침출해 우아한 색을 추출한다. 발효와 숙성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2~3회 사용한 프랑스산 오크 배럴을 함께 활용해 보다 입체적인 질감을 구현한다. 특히 피에몬테의 토착 품종인 네비올로(Nebbiolo)에 시라(Syrah)를 블렌딩한 점이 독특하다. 포도의 섬세함을 보존하기 위해 조기 수확 후 부드럽게 압착한다.

이러한 공법은 맛의 반전으로 이어진다. 네비올로가 선사하는 섬세한 장미 향과 날카로운 산미 위에, 묵직한 시라 특유의 스파이시함과 검은 과실의 무게감이 덧입혀졌다. 잔을 채우는 야생 딸기와 라즈베리의 산뜻한 아로마 뒤로 은은한 꽃향과 향신료의 뉘앙스가 층층이 겹쳐진다. 입안에서는 우아한 구조감과 정제된 산미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로제 와인에서는 보기 드문 깊이감을 준다.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로제 와인 부문에서 ‘베스트 오브 2026(Best of 2026)’을 수상했다.

우아한 구조감 덕분에 돼지고기나 닭고기 같은 육류 요리는 물론, 새우를 포함한 해산물 요리와도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살라미, 프로슈토 같은 건육과 다양한 치즈, 혹은 피자와 파스타 같은 캐주얼한 메뉴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국내 공식 수입사는 씨에스알와인 주식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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