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신들은 너무 느리다”는 젠슨 황의 일침
2026.04.18 04:03
작년 6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테크 업계 거물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찬을 가졌다. 당시 참석자들은 엔비디아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이 체결한 프랑스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축하하는 축배를 들었다.
파리지앵 스타일 정장 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황 CEO는 잠시 축하를 멈추고 충고에 나섰다. 그는 “유럽과 프랑스의 문제는 당신들은 너무 느리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프랑스의 와인과 같습니다. 숙성되어 완벽해지기를 기다립니다.”
전 세계 각국이 AI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에 AI 패권을 고스란히 내주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발언은 비단 프랑스에만 적용되는 충고는 아니다. 세계 AI 3강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젠슨 황 CEO를 만나 “대한민국은 아태 지역의 AI 수도로 거듭날 것”이라며 “엔비디아도 동참해 인프라·기술·투자가 선순환하는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때만 해도 전 세계적인 GPU 품귀 속에 GPU를 손에 넣었으니 산·학·연이 뭔가 해낼 것만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일명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AI 업계에서는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냐” “이미 늦은 것 아니냐” 등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그런데도 정책당국의 자세에선 긴박함이나 간절함은 느낄 수가 없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 내용을 공유하면서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에서 (한국이) 단독 3위다. 미국과 중국이 50개와 30개인 가운데 우리는 5개”라며 “AI G3(3강)를 향한 여정은 순항 중”이라고 적었다.
전 세계는 최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쟁에 앤트로픽의 AI를 사용한 것을 눈으로 확인했고, 최첨단 AI 모델 ‘미토스(Mythos)’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앤트로픽, 오픈AI, 구글의 새로운 AI 모델과 기능이 쏟아진다.
AI는 더 이상 민간 기업만의 신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자산’이다. 우리에게는 미·중 AI 경쟁 속에서 어떻게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방법밖에 선택지가 없다. 안타까운 점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이 있는데도 AI 모델은 아직 논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지금처럼 있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미국과 중국이 만든 AI를 소비하는 ‘디지털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냉정하게 어떠한가.
기술 패러다임의 격변기에는 일분일초가 중요하고, 매순간이 승부처다. AI가 촉발한 기술 혁명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데도, 우리는 언제까지 AI로 희망회로만 돌릴 것인가. 메모리 반도체 잘 만들어 많이 팔면 되고 AI 모델쯤이야 우리의 데이터를 가져가든 말든 남의 것을 써도 상관 없는 것인가.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너무 느리다”는 젠슨 황의 일침이 과연 남의 나라만의 이야기인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오픈ai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