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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넘어 '경제안보 동맹' 간다…공급망·첨단기술 협력 격상

2026.04.17 18:44

[서울신문]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이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수급 대란 속에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통상 협력 관계를 공급망, 경제안보 중심의 ‘차세대 전략 경제 파트너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7일 서울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과 만나 제13차 한-EU FTA 무역위원회와 제1차 통상·공급망·기술에 관한 차세대전략대화를 열었다고 밝혔다.

한-EU FTA 발효 15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미중 경쟁 심화와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양측간 협력 범위를 핵심광물·첨단기술·공급망으로 넓히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2011년 발효된 한-EU FTA는 상품 관세 철폐를 넘어 서비스·투자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며 경제협력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양측은 평가했다.


이번 무역위에서는 디지털통상협정(DTA) 최종 문안 확정, 자동차 부속서 개정 합의, 화장품 작업반 신설 등 실질적 성과도 도출했다. 양측은 지난 3월 타결된 한-EU DTA와 관련해 국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최종 문안을 확정하고, 협정 발효를 위한 최종 서명 전까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FTA 자동차 부속서 개정 합의
국제기준 인정 강화로 교역 확대될 듯
‘대EU 수출 확대’ 화장품 작업반 신설
ESS 프로젝트 韓기업 역할 확대 요청


자동차 분야에서는 FTA 자동차 부속서 개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부속서에 명시된 품목 중 26개는 즉시 인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11개 품목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로 국제기준 상호 인정 기반이 강화돼 자동차 산업 전반의 교역이 더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양측은 또 방송통신기자재·의약품·순환경제(포장재) 분야를 우선 대상으로 상호인정협정(MRA) 협의를 개시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지역별 인증에 따른 기업의 비용과 행정 부담을 줄여 EU 시장 진출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대EU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화장품 분야에서는 애로 해소와 교역·투자 촉진을 위한 전담 소통 채널로 ‘화장품 작업반’을 신설하기로 했다.

차세대전략대화에서는 경제안보와 통상·공급망·기술 협력의 새 틀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양측은 핵심광물과 반도체 분야에서 모두 생산 기반이 제한적이고 공급망 의존도가 높다는 데 공감하고, 실질적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인공지능(AI)·첨단반도체·핵심소재 분야에서도 유사 입장국 간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한국 측이 한국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이 EU 내 대규모 투자와 현지 고용 창출을 통해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EU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 역할 확대를 요청했다.

한국은 또 단순한 무역 협의를 넘어 경제안보 전반을 포괄하는 ‘한-EU 차세대전략경제파트너십’(가칭)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여 본부장은 “한-EU 협력이 전통적 무역·통상을 넘어 경제안보, 공급망, 첨단기술 분야의 차세대 전략적 파트너로 확장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위급 및 실무 협의 채널을 적극 활용해 우리 기업의 EU 시장 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자유롭고 공정한 통상 환경 조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철강 무관세 수입 물량 ‘반토막’ 조치에
“EU 시장 접근에 중대한 제약” 우려 전달
이미 낸 韓 탄소비용 이중 부과 방지 요청


한편 이날 무역위에서 한국 측은 EU의 산업가속화법(IAA), 철강 저율관세할당(TRQ) 조치 검토, 지리적 표시(GI),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한 의견도 제기했다.

특히 EU가 검토하고 있는 철강 TRQ 조치에 대해선 한국 철강업계의 EU 시장 접근에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U는 미국과 함께 한국의 최대 철강 수출 지역이다.

EU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무관세 수입 철강 제품을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무관세 수입 쿼터(할당량)를 초과하는 제품에 매기는 관세는 기존 25%에서 50%로 대폭 높이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EU의 연간 무관세 수입 쿼터는 약 3500만t인데 이를 1830만t으로 대폭 줄이고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매긴다는 얘기다. 이 제도가 예정대로 7월부터 시행되면 한국 철강업계의 유럽 지역 수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 행정부가 수입 철강 제품 수입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길이 막힌 물량이 세계 최대 철강 시장 중 하나인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EU 철강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CBAM과 관련해서는 ‘제3국 기지불 탄소 가격 규정’ 등 핵심 하위법령의 신속한 입법과 한국 배출권거래제(K-ETS)에 대한 이중 규제 방지 등을 요청했다. 제3국 기지불 탄소 가격 규정은 수출국인 한국 기업들이 이미 배출권거래제로 탄소배출권 비용과 탄소세 등 탄소 비용을 낸 만큼 EU가 또 부과하면 이중 부담이 발생하니 한국이 낸 탄소 비용을 인정하고 이중 부과하지 말아 달라는 규정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CBAM은 EU로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탄소 집약적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로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보고해야 하며, EU 수입업자는 해당 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규제에 대응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약 20개사에 기업당 최대 4200만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한 계측 설비 구축과 배출량 산정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전문기관의 검증 보고서 작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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