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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서 美코앞까지 줄 선 亞유조선

2026.04.17 17:55

멕시코만 향하는 유조선 2.5배↑
3월 美원유 亞 수출량 82% 급증
‘종전하면 유가 하락’ 증산 꺼려
업계 “연료 가격 더 오를 수도”
이달 미국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강에 유조선 겸 화학제품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AP연합뉴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끊긴 아시아 국가들이 몰려들면서 미국이 전쟁발(發) 원유 ‘횡재’를 맞았다.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은 80% 이상 급증했고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미국 멕시코만까지 편도로만 60일이 걸리는 바닷길은 아시아 유조선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산 원유를 둘러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한국(약 70%)과 일본(약 90%), 중국(약 40%), 대만(약 70%) 등 중동산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앞다퉈 미국산 원유로 몰려드는 것이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수요는 약 250만 배럴로 전년 대비 82%가량 껑충 뛰었다. 미국 원유 선적지인 멕시코만으로 향하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은 최근 70척으로 지난해 평균 27척 대비 2.5배 이상 많아졌다. 닛케이는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싱가포르 앞바다 믈라카해협에서 희망봉을 거쳐 멕시코만까지 빈 유조선이 마치 띠 모양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를 싣고 아시아로 돌아오는 지름길인 파나마운하를 거치는 선박 수도 이달 들어 하루 평균 8.7척으로 지난달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미국 원유 수출은 아시아 수요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달 6~10일 원유 수출량은 522만 5000배럴로 1주일 사이에 26%나 급증했다. 이 기간 아시아 수출 비중은 37%로 1년 전보다 7%포인트 늘었다. 원유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던 미국은 수출과 수입 차가 하루 6만 6000배럴로 감소했다. 로이터는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미국이 2차 대전 때인 1943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원유 순수출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닛케이는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도 올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연간 LNG 수출량이 1억 톤을 넘은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지만 중동 에너지 위기로 2027년까지 지난해 대비 수출량이 20% 이상 늘어난다는 의미다.

관건은 미국의 생산능력이 ‘전쟁 특수’를 감당할 수 있는지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엑손모빌·셰브런 등 미국 오일 메이저 경영진에 원유 증산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에너지 수출 확대는 만성적인 미국의 재정적자 폭을 축소할 절호의 기회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미국 업계는 전쟁이 휴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유가 급등이 진정되면 증산으로 손해만 볼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짚었다. 증산을 준비해 실제 시행까지 총 6개월이 걸리는데 그간 전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원유 재고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EIA에 따르면 10일 현재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91만 배럴 감소했다. 210만 배럴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재고 감소는 결국 휘발유 등 미국 연료 가격 상승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 에너지애스팩츠의 리처드 브론즈 애널리스트는 “수출 확대로 원유 수급이 불안해지면 미국 내 연료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쟁의 여파로 갤런당 4달러 이상으로 오른 휘발유 가격이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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