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배식 안돼, 두부·어묵 못썰어” 대전 급식 조리원들 황당 요구
2026.04.17 00:48
지난해 ‘노동 간소화’를 주장하며 ‘계란 깨기’ ‘고기 삶기’를 거부했던 대전 지역 학교 급식 조리원들이 이번엔 ‘두부·어묵 등 덩어리 식재료를 다루지 않게 해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도 조리원들의 파업으로 대전 지역 학교 곳곳에서 급식 파행이 빚어졌는데, 올해는 이들의 요구 사항이 더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피해가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학교 급식 조리원들이 가입한 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지난 13일 대전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26개 요구 사항을 통보했다. 예컨대, ‘덩어리 식재료는 취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예시로 두부, 어묵, 김치, 고기 등을 들었다. 덩어리 식재료를 자르는 게 노동 강도를 높인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5㎏ 이상 세제 취급 중지’, ’10㎏ 이상 감자·양파 껍질을 벗기지 않겠다’는 내용도 있다.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양손 배식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기타 현장 상황에 따라 조리실무사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협하는 업무에 대해선 학교로 추가 통보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해 요구했던 ‘김치 포함 3찬(만 제공)’ ‘국그릇 같은 별도 용기 사용 거부’ 등도 다시 요구했다.
대전 학교 조리원들은 작년 3월부터 ‘노동 강도 완화’를 요구하면서 대전시교육청, 학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의 대표적인 요구 사항은 현재 100명 수준인 식수(조리원 1명이 담당하는 밥을 먹는 사람 수) 인원을 80명 이하로 낮춰달라는 것이다. 학비노조 대전지부는 지난달 23일 대전교육청과 교섭에서도 이를 요구했다. 교육청 측은 “한 번에 80명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학령 인구 감소로 식수 인원은 2023년 1인당 평균 113명에서 현재 101명으로 줄었다”면서 “갑자기 80명으로 낮추려면 조리원 300명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데, 비현실적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리원들의 어려움엔 공감하지만 ‘당장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식재료 손질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전에선 작년에도 조리원들이 미역 손질을 거부해 ‘미역 없는 미역국’이 급식에 나온 학교도 있었다.
노조는 결국 교육청과의 교섭에 진전이 없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7일 파업에 나섰고 당시 27개교에서 급식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어 업무 강도를 낮춰달라는 요구 사항을 담은 공문을 이번에 통보한 것이다.
급식 조리원들이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파업을 해도 학교 측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현행법은 학교마다 조리원을 두고 급식을 직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06년 민간 기업에 급식을 위탁하던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서 급식 안전을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법이 개정된 것이다. 이후 급식 조리원들의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데도 학교는 급식을 외부 업체에 맡길 수 없다. 노동조합법상 조리원이 파업을 할 때 외부 인력을 투입하면 파업 방해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대전 둔산여고 조리원들이 파업했을 때 “내가 급식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학부모가 있었지만, 학교 측은 학부모 도움을 받지 못했고 교직원들이 직접 급식을 만들었다.
일각에선 학교를 ‘필수 공익 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수 공익 사업장은 업무가 정지됐을 때 국민의 생활을 크게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저해하는 사업장으로, 현재 철도, 수도, 전기 등이 해당한다. 필수 공익 사업장으로 지정되면 파업 참가자의 50% 이내에서 대체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인 만큼 학교를 필수 공익 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측은 현재 급식 조리원의 적정 식수 인원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학교급식법이 개정돼 학교 급식 노동자의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정부가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내년 7월 시행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와야 조리원을 추가 채용해야 할 지 등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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