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 분위기 속 '숨은 전략지역'…민주당 계산은
2026.04.17 12:00
더불어민주당에 이번 지방선거는 어렵지 않은 선거다. 광역지방자치단체 16곳 전 지역이 사실상 당선 가시권이다. 경북·경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크게 이긴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보수층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겠지만, 선거가 50일 앞으로 임박한 상황 속 이 같은 추세는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은 후보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제외하면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래도 민주당이 택한 전략지역은 있다. 김부겸 후보를 단수공천한 대구가 그렇고, 서울에서는 영등포·강동, 비공식적으로 송파가 꼽힌다. 대구는 김 후보 말고는 다른 출마자가 없었지만, 특히 서울의 이 세 곳 구청장 선거는 경선에 참여한 기존 후보들이 있었는데도 추가공모를 받았다.
골아픈 영등포·강동, 한강벨트 견인하나
민주당은 서울 영등포·강동구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하고 구청장 후보를 추가 공모했다. 모두 현역 국민의힘 구청장이 재출마하는 곳이다. 본래 '한강벨트(용산·마포·성동·광진·강동·동작·영등포)'는 대선 직후에 열린 지방선거의 경우 대체로 대선 결과와 일치했다. 2018년 지선에서는 민주당이, 2022년 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대부분 승리했다. 민주당은 일단 두 지역에 대해 '당 지지율이 높은데도 예비후보들의 여론조사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을 표면적 이유로 꼽는다.
영등포는 지난 지선에서 낙선한 채현일 전 구청장이 국회에 입성해 민주당 구청장 후보가 무주공산이 된 상태였다. 이런 탓에 추가 공모 이후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역구를 옮겨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도 있을 정도다. 당초 2인이 공모에 참여했지만 추가 공모 이후 5인 경선을 하게 됐는데, 지역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때는 이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민석 국무총리 계열 인사들이 본선 후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 차원에서 '꽂은 인물이 있다'거나, 새미래민주당으로 이적한 신경민 전 의원 계열 인사들이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말들이 그것이다. 다만 한 지역 인사는 "영등포가 별안간 전략지역이 된 것을 두고 김 총리와 정청래 대표 간의 세력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원래 지역에서는 중앙당 당직자 출신 인사를 전략공천하려고 했으나, 중앙당에서 단수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강동구의 경우 지난 지선 구청장 선거에서 패했던 양준욱 전 서울시의회 의장의 출마가 유력했지만, 김경 전 시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돼 피의자로 전환된 이후 전략지역으로 지정됐다. 경찰은 양 전 의장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시의원과 함께 2023년 재보궐 선거 당시 민주당 지도부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제공할 것을 모의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의장은 예비후보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출마 의지를 굽히지는 않은 상태인데, 중앙당은 양 전 의장의 기소 시점이 지선과 맞물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동구는 역대로 따지면 험지가 아니었지만, 최근 재건축으로 보수세가 심화되고 있는 지역"이라면서 "마땅한 외부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공천헌금 의혹이 지역에서 얼마나 화제가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별입당 받은 송파, 김부겸 外 없던 대구
강남3구 중 하나인 송파구는 민주당 입장에서 말 그대로 험지지만, 지역에서 활동해 온 인사들은 적지 않았다. 2018년 지선에서 당선됐던 박성수 전 구청장과 22대 총선에 출마했던 조재희 송파갑 지역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 공천을 신청했는데도 추가공모를 받았다. 이후 예비후보로 새로 등록한 안성용 송파기후행동 공동대표까지 5인 경선을 하게 됐다. 안 대표는 본래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던 인물인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들어선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당적이 없던 안 대표는 당헌당규상 출마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추가 공모를 앞두고 특별입당했고, 당 차원에서 전략공천까지 고려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는 지난 비상계엄 이후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정부에 요구하던 '시민사회 몫'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엄 정국에서 활동하던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대선 이전부터 민주당과 소수 진보정당, 시민사회 인사들이 내각이나 선거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을 해 왔다. 기존 민주당 주류 세력보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에 호의적이었지만, 민주당이 압승하는 선거구도상 지방선거에서 이를 전국적으로 관철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본래도 어려운 지역인 강남3구나 영남에 시민사회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중앙당 차원에서 막지 않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성사된 것은 안 대표 말고는 거의 없다. 송파구 지역 인사는 "중앙당 차원의 의지가 있다 해도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지는 경선이라 외부인사 출신인 안 대표가 유리할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선거법으로 고발된 조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TK 두 광역지자체 후보를 단수공천했다. 이미 두 번 경북지사 선거에 낙선했던 오중기 전 포항 북구 지역위원장이 경북지사 후보로 나선다. 경북은 그간 선거에서 사실상 경선이 없던 지역인데, 민주당이 이번 지선 압승이 유력한 만큼 경북지사 후보도 중량급 인물로 꾸리려 했다는 후문이다. 안동 출신으로 2018년 지선에서 바른미래당 경북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차출한다는 이야기가 정가에 떠돌기도 했다.
대구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말고는 사실상 후보가 없었는데, 민주당 대구 지역위원장들이 지난해 9월부터 지속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장례식 전후로 중앙당과 재야 인사들까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출마를 결정했다. 현역 의원들이 다수 출마한 국민의힘은 아직 후보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넉넉히 앞서고 있는 김 전 총리가 정말 대구시장이 되면 민주당의 전략지역 단수공천 역사상 가장 큰 성과로 꼽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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