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감이 왜 여기에?" "당선 확률 엄청 높죠"...평택을 민심이 본 조국 출마
2026.04.17 06:41
| ▲ 지난 14일 찾은 경기 평택역. |
| ⓒ 복건우 |
"이야, 조국이 평택에 나오는구나. 대선 후보감인데 여기 나오면 당선 확률이 엄청 높죠."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서 10년간 거주한 50대 남성 백아무개씨)
"조국은 왜 여기로 온디야? 정치적인 이유로 온 거잖아. 이런 시골에선 그런 거 안 먹혀." (평택시 팽성읍 한 신발가게에서 만난 70세 여성 오아무개씨)
기대감과 부정적 시선이 교차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출마 소식이 전해진 평택을 지역의 시민들의 반응엔 긍정과 부정이 팽팽했다. 조 대표의 출마에 긍정적인 시민들은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될 정도로 중량감 있는 조 대표가 '우리 지역'에 나온다며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고, 부정적인 시민들은 연고가 없는 조 대표가 평택을을 잘 모를 것이라거나 자녀 입시 비리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는 도덕성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조 대표에 대한 평가에 앞서 그의 평택을 출마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가 찾은 평택을에선 "뜬금 없다"라거나 "왜?"라는 반문이 여러 차례 돌아왔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나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 모두 조 대표는 평택과 특별한 연고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만큼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는 '현장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평택을은 이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이번 6·3 지방선거와 함께 재선거를 치르는 지역구다. 조국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이미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등 진보·보수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다자 구도가 형성됐다. 민주당에선 아직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고, 국민의힘에선 유의동·이재영 전 의원 등이 도전장을 냈다. 향후 후보 단일화 여부가 평택을 승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뚜렷한 우위를 점한 후보 없이 각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30~31일 평택시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평택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택을 재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9명 가운데 오세호 민주당 전 평택을 지역위원장이 13.1%의 후보 적합도를 보였고, 김재연 상임대표가 12.5%로 그 뒤를 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11.7%, 유의동 전 의원과 유성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10.7%를 기록했다(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5%p).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정장선 전 민주당 의원이 16·17·18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고, 이후 19·20·21대 총선에서는 유의동 전 국민의힘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다.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고덕동 신도시 등이 들어서면서 민주당 등 진보 지지세가 늘어 여야 접전지로 분류된다. 22대 총선에서는 이병진 전 민주당 의원이 54.23%를 얻어 정우성 국민의힘 후보(45.76%)를 8.47%p 차로 이겼다.
평택을 지역구는 팽성읍과 안중읍, 포승읍, 청북읍, 고덕면, 오성면, 현덕면, 고덕동으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안중읍과 청북읍은 서평택 중심지로 인구가 많고 학교,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있다. 고덕동은 소위 '고덕 국제신도시'라고 불리는 개발지구. 상대적으로 '젊은 지역'이란 뜻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평택을로 분류되는 고덕동 신도시와 산업단지 일대, 팽성읍 주한미군 기지 일대와 팽성시장 등을 돌며 조국 대표의 출마와 향후 범여권 단일화 여부, 평택을 후보군에 대한 시민들의 민심을 들어봤다.
[고덕동 신도시] "조국은 대선 후보감"·"단일화하면 조국으로"
|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발표한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산업단지 인근 |
| ⓒ 전선정 |
평택을은 도농 복합도시라는 특성상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돼 지역별로 민심이 조금씩 갈렸다. <오마이뉴스>가 찾은 고덕동 신도시와 인근 산업단지는 비교적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의 비중이 높았고, 조국 대표의 평택을 출마에 대해선 호의적인 반응들이 눈에 띄었다. 이 지역은 농촌 지역에 비해 민주당 등 범여권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의 평택을 승리는 고덕동에서의 높은 득표율이 원동력이 됐다.
고덕동에서 25년간 살았다는 한 직장인(50대·남)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조국을 봐줘야 한다"라며 "평택은 보수 텃밭이지만 고덕엔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조국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서두에 언급한 백아무개(50대·남)씨도 "조국은 인지도가 엄청 높고 대선 후보감이니 (다른 후보들은) 게임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국 대표를 선호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평택을 선택 이유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고덕동에서 7년간 살고 있다는 김아무개(70대·여)씨는 "조국이 정치는 신선하게 잘할 것 같다"라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영원한 게 아니다. 정치엔 캐스팅보트나 소수정당이 필요하니 민주당 후보냐, 조국이냐 물으면 조국을 찍고 싶은데 왜 하필 평택을인지 생뚱맞긴 하다"라고 말했다.
고덕동 산업단지의 삼성 협력업체에 다닌다는 이아무개(50대·남)씨는 "조국 대표가 부산에 출마했으면 했다"라며 "조 대표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평택을이 출마지로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씨는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부산시장에 나가니까 조 대표가 (전재수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 북갑으로) 나가면 딱이지 않았을까"라며 "그러면 본인도 입지가 더 굳어지고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조국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였다. 다자구도에서 민주당·혁신당·진보당 후보들에게 표가 분산된다면 승산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덕동에서 8년간 살았다는 직장인 최아무개(40대·남)씨는 "만약 민주당 후보랑 경선을 해서 조국이 지면 정치 인생이 끝난다"라며 "민주당과 단일화를 한다면 나는 조국으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이아무개씨도 "민주당에서 양보를 해주지 않을까"라며 "조국은 자기 이름을 걸고 나오는 것이라 다른 당 후보들과 싸워서 이겨야 입지가 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단지 인근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저는 (조국 대표의) 팬이니까 (평택을 출마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유리한데 조국으로 하면 이길 수 있겠나.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이긴다"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조 대표가 평택을에 출마하기로 한 이상 '조국으로의 단일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가 된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다른 의원도 "우리 당에서 후보를 아예 안 내면 그 자체로 단일화이고, 여러 전략적 판단으로 후보를 내게 되면 조국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 기본적으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다 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조국 대표가 어디 나간다고 하면 우리가 비켜주고 그러는가"라고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군기지 인근] "유의동이 낫지"·"황교안이 청렴결백"
| ▲ 지난 14일 찾은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인근 안정리 로데오거리. |
| ⓒ 복건우 |
농촌 지역이 있는 평택 팽성읍과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 사이에선 보수 정당과 인물에 대한 지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9~21대 총선에서 평택을로 내리 3선을 한 유의동 전 의원부터,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대표까지 이념적 선호가 뚜렷했다. 조국 대표의 평택을 출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
대표적인 게 '연고가 없다'라는 지적이었다. 평택에서 50년간 살았다는 김아무개(70세·남)씨는 "조국 대표는 여기 근거지도 없는데 (당선이) 되겠나"라며 "(연고가 있는) 국민의힘 유의동이 제일 낫고 유일하다고 봐야지"라고 평가했다. 팽성읍 행정복지센터 인근에서 만난 장아무개(67세·남)씨도 "뉴스를 보니 조국씨가 평택으로 출마지를 정했던데 평택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지 않느냐"라며 "여기에 아무 근거도 없는 사람이 온다고 하면 평택 시민으로서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캠프 험프리스 인근 안정리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평택 토박이' 이아무개(64·남)씨는 "여긴 유의동 아니면 황교안인데, 조국은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지"라며 "황교안은 많이 돌아다니고 악수하면서 사람이 많이 낮아졌더라"라고 평가했다. 이씨와 함께 있던 양아무개(70대·남)씨도 황교안 대표에 대해 "옛날에 국무총리도 했고 청렴결백하다"라며 "국민의힘 후보랑 황교안이 (보수 표를) 갈라 먹으면 (조국 대표가) 중간에서 어부지리로 (당선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서두에서 언급한 오아무개씨는 팽성시장 인근 신발가게 주인 조아무개(70·여)씨와 대화를 나누며 "여기는 표밭이 반반(민주당·국민의힘)으로 정해져 있다"라며 "조국은 더 큰 동네로 가서 큰물에서 놀아야지 왜 여기로 온다고 하느냐"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조 대표의 대법원 유죄 판결과 관련해 "길을 가다가 잘못됐으면 서서 반성을 해야지, 반성을 안 하고 왜 길을 틀어서 우리 동네로 오냐"라고 비판했다. 조씨도 "나도 조씨지만 조국은 싫어"라며 "다른 후보들은 일찌감치 집집마다 돌아다녔어"라고 호응했다.
한편 로데오거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윤아무개(60대·여)씨는 "옛날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나라당이고 국민의힘이고 쭉 지지해 왔지만 지금은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보수라고 아무나 찍느냐"라며 "조국은 왜 뜬금없이 여기로 나온다는 거냐. 국민의힘에서 (아직 확정된 후보가) 안 나오니까 아무 데나 나오겠다는 거냐"라고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로데오거리 인근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서영진(60·남)씨는 "이번엔 민주당 쪽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총선에선 지역 연고가 있는 유의동 전 의원을 뽑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이번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서씨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게 "당연하다"라며 조국 대표의 평택을 출마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조국은 평택에 뜬금없이 내려오는 거 아니에요? 여긴 (민주·진보 진영에) 험지가 전혀 아니죠. 조국이 안 나와도 이번엔 국민의힘을 제로(0)로 만드는 거 아니에요? 조국이랑 민주당 후보랑 단일화도 그래서 할 필요가 없잖아. (평택을에 출마해서) 단일화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는 이해가 안 가네."
현재 다자 구도가 정리되고 향후 여야 후보와 선거연대 여부 등이 확정될 때까지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팽성시장에서 40년간 세탁소를 운영했다는 권아무개(80·남)씨는 조국 대표의 출마에 대해 "글쎄, 그 사람이 여기 나올 일이 없었으니 생각하지들 않았지"라며 "아직 뚜렷한 후보들이 없어서 좀 지나 봐야지"라고 말을 아꼈다.
김재연 '밀착 행보'에 "조국도 내려와서 인사해야"
|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
| ⓒ 유성호 |
평택을에 이미 출마해 선거운동을 뛰고 있는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에 대한 선호도 엿보였다. 팽성시장 한 과일가게에서 만난 이용우(63·팽성민속5일장 번영회 회장)씨는 "김재연 대표와 진보당이 평택을로 내려와서 시민들 속으로 직접 파고들어 밀착하니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라며 "민주당 중앙당에서 평택을 후보를 확정하지 않은 틈새로 조국 대표와 김재연 대표가 내려왔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얘기가 됐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재연 대표는 조국 대표의 출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 대표가 험지 출마라는 명분을 내세워 왔는데 평택을이 험지가 맞느냐"라며 "평택을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범보수 후보를 52.5% 대 29.4%로 압도하는 곳"이라고 반발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조 대표의 출마를 겨냥해 "그간 쌓아온 내란청산 연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며 정치적 신의마저 짓밟는 행위"라고 유감을 표했다.
진보당은 당초 울산시장 선거에서 김상욱 민주당 후보와 김종훈 진보당 후보의 단일화를 성사하는 조건으로 김재연 대표가 출마한 평택을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조국 대표가 평택을 출마에 가세하면서 기존 계획이 사실상 어그러진 상황이다. 향후 조국 대표와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와 민주당과 혁신당 간 선거연대 문제를 같이 고려해야 하는 등 진보당으로선 평택을 사수를 위해 고려해야 할 셈법이 복잡해졌다.
진보당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국 대표가 평택에 안 왔다면 (민주당과 진보당이) 정상적으로 선거연대를 하고 협의를 하면 되는데, 조 대표가 와버린 조건에서 민주당이 스탠스(입장)를 취하기가 어렵게 됐다"라며 "(선거연대 문제가) 순리대로 풀리긴 할 건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평택을이 다자 구도 양상을 띠며 격전지로 떠오르는 가운데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조국 대표가 적극적인 현장 행보로 주민들과 밀착해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이용우씨는 "중앙에서 관심을 받는 분들이 평택으로 내려오니 이슈화가 되고 좋다"라며 "장날이든 언제든 조국 대표가 일단 내려와서 인사를 해야 한다. 여기는 아직 조 대표에 대해 정확히 모르니까 그래야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서 언급된 평택시민신문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한 전화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사용했다. 응답률은 6.1%다. 2026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셀가중)을 부여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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