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보도… 출마자보다 지역 현안 등 ‘진짜 이슈’ 조명해야
2026.04.16 23:36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3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BTS
-<오늘 광화문은 ‘세계의 중심’이 된다>(3월 21일 자 A1면) 등 BTS 광화문 공연 보도는 파격이라 느낄 정도로 분량과 구성 면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공을 들인 기획이었다. BTS는 그야말로 새로운 문화 현상이다. 많은 중장년층 독자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하다. BTS를 잘 알지 못하고 또 함께 하지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특히 멤버 7인을 개인별로 한 페이지씩 상세히 소개한 주말 섹션은 ‘BTS 입문서’로 다가왔다.
-주말 섹션의 이런 ‘베팅성’ 기사 구성은 좀 걱정스러웠다. 국가적인 기대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젊은 계층과 자주 소통하는 관점에서 보면 광화문 행사의 성공이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이미 예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상을 밑도는 참가 결과가 드러났지만, 며칠 뒤에야 <BTS 공연과 빈 공간>(3월 24일 자 A29면) 제목으로 썰렁한 현장 사진을 실었다. 같은 날 다른 지면에는 <BTS 광화문 공연, 넷플릭스 77國서 1위>(A18면)가 나왔다. 솔직히 조선일보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궁합, BTS와 공권력>(3월 25일 자 A30면)은 공연 열기 부족의 일부 원인을 공권력의 과도한 대응으로 설명했다. 핼러윈 참사 이후 대규모로 사람이 모이는 행사에 대한 경찰의 프로토콜 변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는 면이 있지만, 조선일보가 젊은 세대의 문화적 취향 변화를 적시에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었다.
-이번 BTS 공연은 단순한 K팝 이벤트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이 라이브 콘텐츠 시장까지 확장하는 전환점으로 해석해야 한다. 화려한 공연과 K팝의 성공 서사 이면에서 실제 수익이 어디로 귀속되는지, 국내 미디어 산업이 이러한 구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요구된다.
▨ 美·이란 전쟁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조선일보의 시각은 미국 입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을 받아서 헤드라인으로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문의 품격에도 맞지 않는다. “이란을 석기 시대로” “문명 멸망” 같은 표현은 굉장히 심각하다. 트럼프 발언을 그대로 받아 <“미친 X들아, 해협 열어라”>(4월 6일 자 A3면)라고 한 것도 그렇다. 무력 충돌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전쟁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 전쟁이 어떠한 배경과 맥락 속에서 시작됐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다수의 기사가 특정 지역에서의 공격, 사용된 무기 체계, 전술적 성과 등 ‘전황’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쟁의 발생 배경과 명분의 타당성, 이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을 종합적으로 되짚어보는 심층적 보도가 필요하다. <휴전 뒤흔드는 ‘네타냐후의 전쟁’>(4월 10일 자 A1·5면)은 깊이 있는 분석 기사였다.
-<“중앙 정치 구도가 지방선거 좌우… 지역 어젠다도 싹 묻혔다”>(4월 13일 자 A5면)에서 전문가 10인의 판세 분석을 다뤘다. 제목도 내용도 뻔했다. ‘진짜 전문가’들을 찾으면 좋겠다. 선거에 누가 출마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역의 진짜 이슈를 조명해야 한다. 지역에 어떤 어젠다와 숙원 사업이 있고, 이게 중앙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기사가 나와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이스라엘의 전시 민간인 살해 행위에 대해 포스팅을 올려 논란이 됐다. <李 소셜미디어 글, 이스라엘과 외교 갈등 비화>(4월 13일 자 A1·2면)는 흥미로웠고 ‘외교 문제에서 대통령은 신중해야 한다’ 등 비판 포인트도 있었다. 트럼프처럼 우리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 ‘마이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외교적으로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란에 침묵, 이스라엘에 각 세우는 한국 외교… 자유·민주 진영 유일한 행보>(4월 13일 조선닷컴)는 외교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유익했다.
▨ 마약
-8회 연재된 <마약의 둑 무너진 한국>(3월 26일~4월 7일 자)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하게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집중력이 있었고 임팩트도 강했다. 마약이 SNS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실태, 마약의 일상화를 제대로 포착했다. 미래를 선도하는 정도(正道) 언론으로서 바람직한 역할을 했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게 된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분석했으면 좋겠다. <프로포폴·ADHD 치료제 남용, 마약 중독의 첫발>(3월 27일 자 A1·5면)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중독 문제의 입구가 될 수 있음을 환기했다. <붕괴된 마약 치료 인프라>(4월 6일 자 A1·6면)는 한국의 마약 문제가 치료와 재활 인프라의 붕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잘 지적했다. 몇 개 병상을 더 늘릴 것인가를 넘어 국가 차원의 중독 치료·재활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백신 부작용·이물질 확인됐는데 지금도 우리를 악성 민원인 취급”>(3월 17일 자 A1·8면)은 코로나 19 백신 피해자 가족 협의회 회장 인터뷰다. 백신 부작용으로 뇌출혈, 급성 심근경색의 인과성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온 뒤 백신 피해자들의 5년 투쟁이 재조명되고 있다. <백신 부작용과 정부의 책임 회피>(3월 20일 자 A26면) 칼럼에서는 기자가 직접 겪은 백신 접종 후 심장 통증을 고백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인정과 사과를 촉구해 설득력을 더했다.
-<“사고死처럼 복수해드릴까요? 가상화폐로 입금해주세요”>(4월 11일 자 B4면)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용하면 되겠구나’ ‘의뢰하더라도 나는 적발되지 않겠구나’ 생각해 오히려 보복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같은 범죄가 수사기관에 의해 실제 검거돼 엄중히 처벌된다는 구체적 사례도 알려 경각심을 줘야 한다.
-<성추행범도 협박범도 “4심 받겠다”>(3월 14일 자 A1·3면)에서 재판소원과 법왜곡죄와 관련,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이 빠졌다. 소송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는 문제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일단 소송을 하면 끝까지 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소송촉진특례법은 형사 재판에서도 피해자가 배상 명령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각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했으나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소송 비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담시켜야 항소와 상고 남용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 독일은 형사재판의 경우에도 패소한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킨다.
▨ 보유세
-국토교통부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한 후 <서울 공시가격 18.7% 치솟아… 강남 3구·한강벨트 8개 지역 보유세 최대 50% 늘어날 듯>(3월 18일 자 A1면), <종부세 아파트 1년새 53% 급증… 마래푸 보유세 290만→440만원>(A6면) 등 관련 보도가 이틀 연속으로 실렸다. 특히 제목을 보면서 특정 독자층을 과도하게 의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들을 자극하고 화나게 할 만한 제목을 의도적으로 뽑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동대문·서대문·관악구도 보유세 20~30% 뛴 곳 나온다>(3월 19일 자 B1면)에서도 여전히 소수 집단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국가 채무 1300조, 2년째 100조 적자>(4월 7일 자 A1면), <추경안 6일만에 “2차 추경 필요”… 편성 땐 최대 적자 우려>(A2면), <[社說] 재정 전제 달라진 현실 알고도 ‘2차 추경’ 얘기하나>(A27면) 등에서 국가 채무와 추경안을 비판했다. 미국·이란 전쟁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황이 같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때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통화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너무 커 보인다. 이 문제는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버스 자율주행 첫 날… 급정거 잦고, 일부 구간 수동운전>(3월 31일 자 A12면)은 자율주행의 초기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잘 보여줬다. 우리의 ‘뒤처짐’을 ‘자율주행 생태계’ 전반의 문제와 연계해 짚었다면 더 균형 있고 깊이 있는 기사가 됐을 것이다. 우리가 자율주행에서 중국이나 미국과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것은 기술력이나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관련 법이 기득권 보호에 치중하고, ‘우버 택시’도 금지한 포퓰리즘 정치가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비판을 다뤄주면 좋겠다.
-<서울대, 1000억 들여 ‘실패할 연구’ 도전한다>(3월 18일 자 A12면)를 읽으면서 의아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를 ‘실패할 연구’라고 했는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는 ‘실패할 권리’에 가깝다. 용어 자체로 보면 ‘실패할 권리’와 ‘실패할 연구’는 전혀 다른 의미다.
▨ 후쿠시마
-<폐허 위에 공장, 연구센터, 와이너리… ‘죽은 땅’에 삶이 돌아왔다>(3월 11일 자 A14면)와 <[특파원 리포트]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배운 것>(3월 14일 자 A22면)은 사실에 근거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통념과 이미지를 교정했다. 사실을 찾기 위해 기자는 현장에 나갔고, 현장에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전했다. 저널리즘의 본래 의무에 충실했다. 아직도 후쿠시마가 ‘방사능 범벅’인 것으로 잘못 아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의 오해를 해소하고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 기자는 현장에 나가 발로 뛰며 직접 사람들과 호흡할 때 가장 기자답다. 앞으로 ‘키즈나(재난으로 재발견한 사람 간의 끈끈한 유대)’ ‘풍평 피해(근거 없는 소문으로 인한 억울한 경제적 타격)’ ‘지진혼(불안을 극복하려 결혼을 서두르는 현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을 다뤄보면 어떨까 싶다.
-<34㎞에 멈춰 선 순간, 쏟아지던 “간바레”가 다시 뛰게 만들었다>(3월 28일 자 B3면)는 나고야 여성 마라톤 대회에 직접 참가한 엄마 기자의 풀코스 완주기인데 매우 흥미로웠다. 마라톤은 극한 스포츠다. 멈추고 싶었던 순간을 극복하고 다시 뛰어 완주한 기자의 경험이 도전적인 삶의 서사를 전달했다. 독자들 공감의 폭이 훨씬 확장됐다.
-<교내 상장도, 운동회 우승팀도 없애는 초등학교>(3월 28일 자 A12면)는 지는 법을 배우도록 교육하지 못하는 현재 초등학교의 현실을 잘 짚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실패를 극복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환기시켜 준 의미 있는 기사다.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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