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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구 가출은 '사고'…땅 파는 습성 고려해 울타리 더 깊게 세웠어야"

2026.04.17 05:57

늑구 탈출 9일째…아직 행방 묘연
땅 파는 늑대 습성 반영 못한 울타리
"자연과 유사하게"…환경 미비 동물원도 수두룩
"동물 특성 반영한 장치, 섬세한 관리 필요"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늑대 ‘늑구’를 생포하기 위한 소방·군 등 당국의 수색이 9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늑구가 자유를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탈출당한 것’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동물원 주변을 맴돌고 있는 늑구는 낯선 환경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울타리 관리와 더불어 사육 환경 등 동물원 운영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지난 13일 오후 10시 43분께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사진= 연합뉴스)
1.5m ‘지하 울타리’ 있었더라면

지난 8일 수컷 늑대 ‘늑구’는 울타리 아래 땅을 조금씩 파내더니 밖으로 통하는 구멍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전 9시 18분 늑구는 그 구멍을 통해 탈출했다. 주변에는 탈출 예방용 전기 철조망을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늑구가 틈새를 공략하면서다.

이후 늑구는 열흘 가까이 동물원 주변을 떠돌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야생 늑대의 경우 최대 행동 반경이 100㎞에 달하는데도 멀리 떠나지 않고 있다. 2024년 오월드에서 태어난 늑구에게 사육장이 곧 서식지여서다. 늑구의 부모 개체도 오월드에 산다. 전문가들은 늑대는 보통 5~8마리씩 가족 단위로 무리 생활을 하는 만큼 혼자 동떨어진 늑구가 큰 불안에 떨고 있을 거라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물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울타리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늑대는 본래 땅을 파는 습성이 있다. 암컷은 출산을 앞두고 적당한 바위굴을 찾지 못하면 땅을 판다. 수컷도 먹이를 찾거나 더위를 피할 때 굴을 만든다. 또 그냥 심심해서도 땅을 판다.

이 같은 습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대비한 장치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지하까지 연결된 울타리가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최현명 청주대 동물보건복지학과 교수는 “울타리를 1~1.5m 수준까지라도 지하로 설치했으면 탈출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늑대는 1m 이하 정도로만 굴을 판다”며 “설계 당시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추후 점검을 통해서라도 보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미 서울대공원 등 다른 동물원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측은 “늑대 은신처 확보 및 번식기 때 본능적으로 구멍을 파는 습성으로 인해 동물 탈출 우려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지상으로부터 약 1.5m 울타리 시설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오전 전책(전기 울타리) 및 울타리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월드 측은 이에 대해 “땅 밑으로 울타리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며 “땅굴을 팠을 때 탈출 방지 목적으로까지 마련한 시설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오월드는 이번 사태를 수습한 뒤 관련 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다.

‘동물원 탈출’ 반복 속 행동풍부화 등 동물 복지도 확충해야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월드에서는 지난 2018년 암컷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다가 4시간 30여분 만에 사살됐다. 2023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수컷 사바나얼룩말 ‘세로’가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해 3시간 동안 광진구 일대 주택가와 도로를 누비는 일이 있었다.

울타리 보강과 같은 시설 보수 뿐만 아니라 사육장 내부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을 획득한 동물원은 서울대공원와 에버랜드 총 두 곳뿐이다. 오월드는 인증을 받지 못했다. AZA는 까다롭게 동물원 복지 실태 등을 심사해 부여하는 국제적인 인증 절차다.

지난 14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대공원의 사슴 사육장 앞 모습이다. '진흙 목욕탕'은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사진=염정인 기자)
AZA 인증의 핵심 중 하나는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다. 이는 동물원 동물에게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 자연스러운 동물의 행동을 보여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육 면적뿐만 아니라 질적인 환경을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대공원의 경우 계절에 맞는 꽃을 울타리 안에 넣어 동물들의 행동풍부화에 긍정적인 요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마승애 청주대 동물보건복지학과 교수는 “늑대는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갖는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끼리 사이가 안 좋을 경우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들 수 있다. 반드시 탈출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부분을 세심히 모니터링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후환경에너지부는 지난 1월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진행된 동물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자·호랑이·재규어·표범·설표·퓨마·곰 등 육식 동물과 코끼리와 코뿔소 등 대형 초식 동물이 사는 174개 동물사(24개 동물원) 가운데 26%인 46곳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아울러 동물복지 실태는 행동풍부화, 면적 등 26개 조사항목을 바탕으로 결론냈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인 곳은 4곳에 그쳤으며 50점도 못 받은 곳은 50곳에 달했다. 나머지 동물원은 69∼60점에 28곳, 59∼50점에 32곳이 각각 분포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2차 동물원 관리 종합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총 205억2600만원 정도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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