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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 [뉴스룸에서]

2026.04.17 04:30

만남과 이별 반복되는 스포츠계
도공, 결별서 품격 보여주지 못해
이별에도 존중과 예의가 있어야
울산HD의 이청용이 지난해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K리그1 2025 33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골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프로축구 울산과 신태용 감독의 결별은 스포츠계 화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골프가방 사진 유출 등 '감독 흠집 내기' 의혹 등이 맞물리며 갈등은 단순한 이별을 넘어 과정의 문제로 번졌다. 결국 구단은 65일 만에 신 감독을 경질했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단 분위기와 팬심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시간을 거슬러 2011년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김성근 감독의 이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즌 후 물러나겠다"는 감독의 폭탄 선언과 시즌 중 경질이라는 구단의 대응이 정면충돌했다. 팬들은 분노했고, 급기야 일부는 운동장으로 난입해 유니폼을 불태우기에 이르렀다.

2011년 8월 1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김성근 감독 경질에 반대하는 일부 SK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SK 유니폼을 불태우고 있다. 이날 경기 중에는 물병 등이 그라운드에 날아들어 경기가 일시 중단됐고, 9회 말에는 한 남성이 경기장으로 달려 나오는 바람에 끌려 나가기도 했다. 연합뉴스


스포츠만큼 만남과 헤어짐이 잦고, 그 과정이 주목받는 분야는 드물다. 선수와 팬은 데뷔와 은퇴로, 구단과 선수는 입단과 이적으로, 감독과 구단은 선임과 해임으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그중에서도 감독 교체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팬들에게는 '응원하는 팀이 앞으로 어떤 팀이 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기준이고, 구단엔 성적 부진과 내부 갈등, 나빠진 여론을 한 방에 정리하는 카드이자,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다. 선수에겐 팀의 공기와 개인 커리어가 함께 출렁이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그리고 감독은 성적으로 평가받고, 구단은 냉정하게 결단한다.

문제는 헤어짐의 방식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3월 13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와 김종민 감독의 결별 역시 그렇다. 도공은 챔피언결정전을 불과 닷새 앞두고 10년 동안 팀을 이끈 김 감독과 헤어졌다. 사유는 전 코치와의 법적 분쟁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검찰의 약식 기소(2월) 이후에도 김 감독은 계속 팀을 지휘하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고, 포스트시즌 직전 열린 미디어데이에도 참석해 우승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시즌 전 이미 나왔고, 구단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전격 결별을 택했다. 구단 첫 통합 우승(2017~18 시즌), 챔프전 0%의 기적(2022~23 시즌) 등의 성과를 낸 감독을 말이다.

3월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도공은 챔프전에서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한 채, GS칼텍스에 3연패로 무너졌다. 정규리그에서 5승 1패로 압도했던 상대였기에 더욱 뼈아팠다. 경기 흐름이 요동칠 때 중심을 잡아줄 리더는 없었다.

구단 입장도 있을 것이다. 리스크를 안고 가기 어려웠을 수도, 조직 보호를 우선했을 수도, 혹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판단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과정과 시점은 납득 가능해야 한다. 더욱이 도공은 2014~15시즌 당시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서남원 감독과의 결별 때에도 구단 수뇌부와의 '불화설' 전례가 있었다. 반복되는 이별의 타이밍과 방식, 그리고 배경에 의문이 남는 이유다.

물론 이별에 '아름다움'만 기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요즘은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대체되는 시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별의 품격까지 가벼워질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지도자가 선수들과 함께 버텨낸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선수단을 이끌고, 팬들의 기대를 감당하며, 때로는 비난이 쏟아지는 최전선에 선다. 그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리는 방식이라면 그 결별은 실패다. 만남이 팀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이별은 그 팀의 수준을 드러낸다.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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