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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3분의 2가 한국으로”…삼성·SK, AI 반도체 장비 싹쓸이

2026.04.16 17:22

올 EUV 60대 중 40여 대 ‘K-메모리’ 품으로
약 20조 원 투입 예상···연 투자액의 5분의 1
AI 반도체 ‘메모리 벽’ 해소 위해 EUV 선제 투자
생산성 혁신 제공 ‘하이-NA EUV’ 경쟁 본격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기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극자외선(EUV) 장비를 40여 대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물량은 ASML이 올해 계획한 EUV 출하량의 3분의 2 규모에 달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내 공장(왼쪽)과 SK하이닉스 청주 M15X 구상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네덜란드 ASML이 올해 출하할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절반 이상을 선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EUV 장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경쟁사들과 기술 ‘초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15일(현지시간) ASML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최소 60대 이상 저개구수(로우-NA) EUV 장비 출하를 예상한다”며 “메모리 고객들이 요구한 2026년 물량(EUV 포함)은 이미 완판됐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공격적 투자로 인해 ASML의 EUV 장비가 완전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양사가 최근 주문했거나 발주를 준비 중인 EUV 장비는 40여 대로 ASML 연간 예상 출하량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4공장(P4)·5공장(P5),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Y1)을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EUV를 적용한 최첨단 생산 라인을 운영할 방침이다.

투입된 금액은 약 20조 원(대당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양사가 올해 100조 원 이상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EUV 장비를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메모리로 옮겨간 EUV 주도권

이번 ASML의 1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메모리 제조사들 매출 비중이 TSMC로 대변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직) 회사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순 장비 매출에서 메모리 제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1%, 로직은 49%”라고 밝혔다. 8년 전 매출 비중(연간 기준)이 42%를 기록하며 로직(34%)을 초과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메모리 기업들이 EUV 등 노광 장비의 주도권을 되찾은 배경에는 AI 반도체의 제약 요인인 ‘메모리 벽’이 있다. AI 반도체의 연산 속도에 비해 메모리의 전송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송 통로를 수천 개로 늘린 적층 방식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이 개발됐다. 현재는 HBM의 각 다이(층)마다 셀(메모리 저장 소자)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이에 새겨지는 회로를 초미세 선폭으로 구현한다. 이 작업에는 EUV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6세대 HBM(HBM4) 제조 과정에 EUV 공정이 수차례 적용되고 있다”며 “7세대 공정(1d) 등 차세대 기술에는 EUV 레이어 수가 2개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EUV 투자 필요성을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SML의 고개구수(하이-NA) 극자외선(EUV) 장비 모습. ASML
2027년엔 80대...‘고개구수’ EUV 경쟁도 본격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계획은 이미 2027년을 향하고 있다. ASML은 내년 로우-NA EUV 출하 목표를 최소 80대로 설정했다. 컨센서스(72대)를 상회하는 공격적인 수치다. 최근 국내 메모리 기업의 주문 이력을 고려하면 내년 EUV 물량 대다수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TSMC와 마이크론도 공격적인 EUV 발주를 예고하고 있어 물량 확보를 위한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지난해 4분기부터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인 N2 양산을 진행했고 오는 하반기에는 N2의 개선 버전인 N2P와 1.6㎚ 기반 A16 라인을 구현할 계획이다.

마이크론도 HBM4 상용화를 위해 EUV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3월 “HBM4 생산 수율의 개선 속도가 전세대 HBM3E보다 빠르다”며 올해 250억 달러(한화 약 37조 원)를 투자해 HBM 공장을 빠르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경쟁의 향방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차세대 EUV인 고개구수(하이-NA) 장비를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하이-NA EUV는 로우-NA 대비 노광 공정 수를 최대 10분의 1 절감할 수 있어 반도체 생산 혁신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ASML 경영진은 이번 어닝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고객사들이 단수 연구용이 아닌 실제 제품 웨이퍼 위에서 하이-NA EUV를 검증하고 있다”면서 “이미 50만 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하며 가동률 80%를 달성했고 양산 단계에 근접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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