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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교권이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진다

2026.04.16 17:19

학생에 폭행당하는 선생님
정당한 생활지도도 못해
학교·교육청, 보호 나서고
훈육 기준의 재정립 시급


김동은 사회부장


1570년, 평생 제자들을 가르쳤던 퇴계 이황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음이 전해지자 제자들은 상복을 입고 스승의 죽음을 부모의 죽음처럼 애도했다. 당시 조선을 다스리던 선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찍이 퇴계에게 가르침을 받은 인연을 잊지 않고 직접 예를 갖춰 조문했다. 이처럼 조선은 스승을 일개 관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죽은 뒤에도 예를 다해야 할 큰 존재로 여겼다. 스승이 바로 서야 배움도 바로 서고 나라도 올바로 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 고등학생이 선생님을 흉기로 찌른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을 밀쳐 머리를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던 나라가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나라로 전락한 것이다.

2000년대 중후반 학생인권이란 개념이 사회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고 서울이 2012년, 전북이 2013년 뒤를 이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과 체벌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징계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보장받을 권리 등 학생을 단순한 훈육 대상이 아닌 한 명의 인격체로서 대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16년이 지난 지금 학생들의 인권은 크게 높아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약 95%가 '학교에서 벌 세우기나 체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반대로 선생님들의 위상은 점점 낮아지는 듯하다. 학생들의 폭력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부당한 간섭에도 시달린다. 교육부의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에 의한 침해는 '정당한 생활지도 불응'이 가장 많았고, 보호자 등에 의한 침해는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부당 간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교육현장의 질서를 유지해줄 원칙과 대응 체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학교가 인정하고 뒷받침해주거나 악성 민원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장치가 있다면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만만하게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도 이런 흐름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학교 안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을 즉시 공개해 여론전으로 만드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 권위를 되살리겠다고 체벌과 권위주의로 회귀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사를 보호하면서도 학생들의 신뢰는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을 때 학교와 교육청이 먼저 교사를 보호하고, 위험한 학생은 초기에 분리해 전문 지원으로 연결하며, 학부모 민원은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이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허용 가능한 훈육의 범위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교와 가정이 각각의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뒷받침하고, 교육청은 악성 민원과 중대 침해 사안을 기관 차원에서 책임져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에서 받는 생활지도가 내 자녀가 공동체에서 무사히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학생 역시 권리를 존중받는 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도 크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사엄연후도존(師嚴然後道尊)'이라는 말이 있다. '스승의 권위와 엄정함이 있어야 가르침도 존귀해진다' 정도로 해석된다. 교사의 권위를 지키는 일과 학생 인권을 세우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회가 올바로 굴러갈 수는 없다.

[김동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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