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소수 이익 위한 상장 엄격 심사”…중복상장 손본다
2026.04.16 10:26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를 열고 '원칙 금지, 예외 허용' 방식의 새 심사체계 도입에 속도를 낸다. 금융위는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예고하고, 이르면 7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16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달 18일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발표된 중복상장 원칙금지 방안의 후속 절차로, 투자자·기업·증권사·벤처캐피탈·학계·법조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억원 위원장은 “지배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이용해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지배주주는 상속 등의 문제로 모회사 주가를 낮추려는 유인도 있기 때문에 주가 디스카운트에 대한 부담없이 중복상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평가”라고 짚었다. 이어 “이제는 이런 문제를 덮지 않고,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중복상장을 일률적으로 막기보다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하여 심사할 것”이라며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질적심사기준에 '중복상장 특례'를 신설해 심사대상과 심사기준을 별도로 두고,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를 부여한다. 공시규정에는 모회사 이사회 논의내용 공시의무를, 상장규정에는 주주영향 평가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의무를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6월까지 상장·공시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심사대상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뿐 아니라, 상장법인이 현금출자로 신설했거나 인수한 회사를 다시 상장하는 경우, 지주회사 전환 목적의 인적분할 재상장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연결재무제표상 종속회사나 동일 기업집단 내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처럼 경제적 동일체로 인식되는 회사의 별도 상장이 핵심 규율 대상이다.
심사는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세 축으로 진행된다.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는지, 이사회·감사기구·상근 경영진 등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지, 상장 필요성과 주주 소통·보호 노력이 충분한지 등을 종합 평가한다.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미승인하는 구조다. 투자자 보호 부문에서는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불가피성, 대체 수단 존재 여부, 종속회사의 미래 성장성, 자본시장 발전에 미치는 영향, IR·주주간담회·설문조사 실시 여부,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까지 확인하도록 했다.
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의 시장가치를 전체 시가총액으로 나눈 국내 중복상장 비중은 약 18%로, 일본 4.38%, 대만 3.18%, 미국 0.35%, 중국 1.98%보다 높다. 2010~2021년 신규 상장 기업 중에서는 상장기업이 최대주주인 중복상장 기업이 자회사 기준 157개로 약 20%를 차지했고, 모회사의 평균 지분율은 43.7%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투자자 측이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반면, 기업 측은 자회사 해외상장 확대나 M&A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등 찬반 논의도 이어졌다. 학계·법조계측은 먼저 중복상장의 이해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와 거래소는 세미나 의견을 반영해 4월 중 거래소 규정 개정예고에 나설 예정이다.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하여 이르면 7월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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