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단체별 교섭단위 분리 '4불가론'
2026.04.16 12:01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에 주로 제기되는 분쟁은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이고, 다른 하나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이다. 전자는 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하청노조가 신청하고, 후자는 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 선정 가능성이 낮은 하청노조가 교섭단위를 분리하여 자신이 분리된 교섭단위에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선정될 목적으로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후자와 관련하여, 하청노조들 사이에 소속된 상급단체가 다름을 이유로 한 신청에 대하여 교섭단위 분리 여부에 대한 결론이 서로 엇갈린 지방노동위원회 결정들이 나오고 있어 시장의 혼선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한 지방노동위원회 판정 결과에 보다 주목하면서, ‘하청노조간 소속된 상급단체가 다르다면, 가급적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쉽게 인용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단지 소속된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첫째, 사실상 산별노조에 대한 개별교섭권을 인정하는 셈이 되어 교섭창구단일화 원칙이 몰각된다. 복수의 하청 산별노조가 있는 경우, 단지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쉽게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산별노조별로 개별교섭권을 인정하는 것과 진배 없다.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원칙이고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예외적으로 개별교섭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노조법의 대원칙임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결과는 노조법이 규정한 교섭창구단일화 원칙을 사실상 몰각하는 셈이 되어 부당하다.
둘째, 노조법 시행령 규정에 반한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새롭게 규정된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4항은 하청노조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대하여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다른 노동조합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 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가능성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규정할 뿐이지, 그 중 ‘소속된 상급단체’에 관한 사정은 규정된 바가 없다.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2026년 2월에 발간한 ‘개정 노동조합법 원하청 상생교섭절차 매뉴얼’상 교섭단위 분리 사례의 ‘예시’ 중 하나로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에서 A상급단체, B상급단체로 분리’하는 것을 소개한 바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 사례 중 하나일 뿐이고, 소속된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사정은 결코 위 노조법 시행령상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할 고려요소 중 하나로 규정된 바가 없다.
셋째, 원청 교섭단위 분리와 하청 교섭단위 분리의 심사강도를 달리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원청과 달리, 하청 교섭단위는 소속된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분리를 쉽게 인정해 주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1은 하청 교섭단위 분리 여부 심사에 있어 동 시행령 제4항 요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규정하였지만, 기존의 심사기준인 동 시행령 제3항의 요건을 배척한 것은 아니며 이 역시 함께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 시행령 제3항은 교섭단위 분리를 위하여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등을 요구하고 있고, 그에 따라 노란봉투법 시행 전에는 노동위원회가 원청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매우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교섭단위 분리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동 시행령 제3항은 여전히 건재한데 원청 교섭단위 분리와 하청 교섭단위 분리의 심사강도가 달라져야 할 법리적인 이유와 당위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넷째, 소속된 상급단체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소속된 상급단체가 존재한다고 하여 교섭단위 분리를 더 용이하게 해 주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사실상 상급단체에 소속된 하청노조에 대하여 그렇지 못한 하청노조보다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될 기회를 더 넓게 보장하는 셈이 되어 형평에 반한다.
2026년 4월 13일 기준으로 아직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체적인 판정 이유를 담은 판정문이 나오지 않았고 따라서 인용 결정이든 기각 결정이든 그 이유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지 소속된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쉽게 인용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개별 사안별로 노조법 시행령이 정한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의 공통성 또는 유사성 등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따져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 향후 이에 관한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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