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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수수료 사전 고지, 임산부 배지... 불만을 노래하던 사람들이 만든 변화

2026.04.16 10:31

[인터뷰] 희망제작소 이은경 소장... 희망제작소 20년, 사회혁신의 다음을 묻다2006년, 한국 시민사회에 낯선 실험 하나가 등장했다. 시민이 일상에서 느낀 불편을 직접 정책 대안으로 바꿔보자는 것. 희망제작소가 내건 '시민창안'이었다. ATM 수수료 사전 안내, 임산부 배지, 여성 수영장 생리할인제도.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시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당시 이런 일을 하는 곳은 없었다. 희망제작소는 스스로를 '21세기 실학 운동'이라 불렀다. 시민창안대회를 열고, 일상의 불편을 노래로 표현하는 '불만합창단'을 만들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국회의원을 찾아가 법안 발의를 설득하는 '호민관 클럽', 기초지자체장들이 당파를 넘어 혁신 정책을 공유하는 '목민관 클럽'도 만들었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통로를 설계한 것이다. 육아휴직 시 건강보험료 산정 현실화는 이 과정을 거쳐 실제 법안으로 발의됐다. 완주군 커뮤니티비즈니스 사례는 행안부 마을기업으로 확산됐고, 서울 노원구나 서대문구에서 시작된 동복지허브화는 중앙정부 정책으로 채택돼 복지행정을 현장중심으로 혁신했다. 한국 사회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그로부터 20년, 희망제작소가 주창했던 시민 참여 방식은 사회 각계에서 이미 보편화됐다. 많은 지자체가 리빙랩을 운영하고,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도입하며, 시민 창안대회를 연다. 그렇다면 시민 중심의 사회혁신은 완성된 것일까?

2024년부터 희망제작소를 이끌고 있는 이은경 소장은 "여전히 희망제작소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과거와 다른 사회적 상황에서 희망제작소의 역할 정립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소장은 2023년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동안 '사회혁신, 비판적 성찰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미디어 전공자로서 사회혁신이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 시점 그의 무게중심은 '생태계 설계자'로의 역할 전환에 있다. 지난 6일 이은경 소장을 만나 희망제작소의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은경 소장은 희망제작소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사회혁신 생태계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정진영

시민 참여, 형식을 넘어 진짜 변화를 만드는 게 중요

이은경 소장은 희망제작소가 탄생한 20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2006년처럼 '아무도 하는 곳이 없어서 우리가 해야겠다, 이게 어떤 건지 보여줘야겠다.' 그런 시기는 지나갔죠. 저희 말고도 더 정교한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가르치고, 더 좋은 도구로 확산하는 곳들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시민창안이 제대로 확산됐느냐는 별개의 질문이다. 이 소장은 "그 부분은 다시 물음표를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민들이 워크숍 피로감이 대단하다는 얘기를 해요. 무언가를 결정할 때 형식적 협치를 맞추려고 어떻게든 시민들을 불러 모아 의견을 내라 하고, 제안을 하라 하는데, 실제로 그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잘 갖춰져 있느냐는 것이죠." 형식은 갖춰졌지만 실질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희망제작소에도 전환점이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사건이었다. 위기와 안전을 대하는 사회적 시스템, 시민의 태도까지 확장되는 문제였다. 이 소장은 "아이디어 제안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성찰의 도구로서 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시민 숙의형 토론 프로그램 '노란 테이블'이다. 이 소장은 "숙의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기보다는, 우선 테이블을 펼쳐놓고 얘기하면서 그 숙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분위기 조성에 가장 적합한) 노란 테이블 천을 구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고도 했다.

 희망제작소가 2014년 진행한 '노란 테이블'은 아이디어 제안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성찰을 이끌어낸 새로운 숙의형 토론 프로그램이었다.
ⓒ 희망제작소

이 소장은 시민 제안과 민원은 동전의 양면 같다고 했다. 둘 다 각자 개인이 삶의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나 안전 같은 의제는 당장 내 일상에 밀접하지 않더라도 한 번 어긋나면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론의 문제다. "숙의는 나를 둘러싼 훨씬 더 큰 사회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하는 방법론"이라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노란 테이블을 통해 숙의형 토론 문화와 도구가 시민 제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측면이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결국 이 소장이 짚는 핵심은 아이디어 발현 이후의 과정이다. "시민이 창안한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과 사회 변화로 연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임산부 배지를 도입하려면 보건복지부의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는지,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담당자와 계속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아이디어를 내신 분이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잖아요."

워크숍만으로는 안 된다. 그 뒤에 연결자, 설계자,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희망제작소가 초기에 호민관 클럽과 목민관 클럽을 만든 것도, 연구원들이 정부 곳곳을 다니며 실행을 밀어붙인 것도 바로 그 역할이었다. 사회 곳곳에서 시민 참여가 활발해진 지금, 그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솔직한 반성문과 새로움에 대한 갈증

이은경 소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희망제작소에서 근무하다가 잠시 독립연구자 활동을 하고 2021년 복귀했다. 돌아온 풍경은 녹록지 않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혁신수석실이 생기면서 기대가 컸지만, 여러 이유로 원하는 성과를 온전히 거두지는 못했다. 2022년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관련 예산은 급격히 줄었고 사회혁신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나빠졌다. 곱게 보지 않는 측에서는 "사회혁신이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결국 자기 세력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라는 폄훼를 이어갔다. 희망제작소 후원자도 대거 이탈했다.

이 소장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현장에서 여전히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사회혁신 현장 활동가들을 심층 인터뷰하고, 그 결과를 '사회혁신, 비판적 성찰과 전망' 보고서로 엮었다. 만약 '사회혁신 2.0'을 새롭게 만든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한번 솔직하고 센 반성문을 써보자는 생각이었다. 보고서는 현장에서 화제를 모았다.

정작 스스로는 "(완성도 측면에서) 부끄러운 보고서"라고 했다. "질문은 거대하고 야심찼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대안에서는 다소 감성적이고 당위적이었어요. 분석과 결론이 잘 매칭되지 않았죠." 그럼에도 그때 그 얘기를 꺼내는 게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어디로 가자는 방향이 안 보이는데도, 이 얘기는 해야 된다는 판단이었어요."

 2018년 시민들의 십시일반 후원에 힘입어 마련한 새 보금자리 개소식에서 희망제작소 구성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희망제작소

보고서 작업은 희망제작소 자체의 체질 변화와도 맞물렸다. 한참 확장기일 때 최대 50~60명이었던 조직은 올해 16명 수준이다. 이 소장은 "희망제작소는 좋은 레거시(유산)를 정말 많이 갖고 있다"면서도, "좋은 레거시도 나쁜 레거시도 둘 다 무거운 건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규모가 클 때 가져갔던 룰세팅과 비전에 대한 열망은 지금의 구조에서 무거울 수 있어요. 최근 2~3년은 정말 집중해야 할 것을 2~3개 만들어내는 게 미션이었습니다."

'희망제작소다움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소장은 "새로움에 대한 갈증, 관성과의 투쟁"이라고 답했다. "진짜 중요한 건 '희망제작소다움'이라는 관성과도 싸워야 된다는 겁니다." 좋은 성과가 많았던 조직이기에, 오히려 '당연히 이렇다' 또는 '이게 우리다'라는 암묵적 합의에 대해서도 '정말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나?'라고 다시금 물어야 했다. 때로는 스스로를 가볍게 해야 외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막힌 곳을 뚫어주고 자원이 흐르도록 하는 역할로

고민 끝에 희망제작소가 내린 답은, 생태계를 설계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희망제작소의 포지셔닝은 특정 주제에 대한 하나의 플레이어로서 현장에 가서 경쟁하는 게 아닙니다. 현장 플레이어들이 고민하는 것들을 정책이든, 제도든, 자원 배분이든 그 윗 단계에서 같이 해결하는 역할이에요. 20년이나 됐으면 그런 역할을 해야 되는 거죠."

이 소장은 '생태계 설계자'라는 표현을 쓰다가 멈칫했다. "스스로 말하기가 좀 멋쩍어서요."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생태계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는 것. 소외된 곳에 자원이 흐르도록 주목을 이끄는 것. 그 기반에는 희망제작소가 20년간 쌓아온 공적 신뢰가 있다.

"특정한 재원이나 정책적 배경에 따라 한쪽에 치우쳐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공적 신뢰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저희만의 브랜드 파워라고도 부를 수 있죠."

지역소멸 문제에 대한 대안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지역공동체 부 순환(CWB)' 모델이다. 지역 안에서 부가 유출되지 않고 순환하도록 돕는 전략이다. 울산 동구, 영암군 등과 선도적 연구를 수행한 이래 경북도, 부여군, 광명시 등과 한국형 모델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소장은 "단순히 지역소멸대응기금을 늘리거나 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이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앵커기관이나 사회적경제 조직, 시민들이 함께 연결돼서 생산, 소비, 고용, 투자까지 지역 안에서 이어질 때 비로소 순환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생태계 설계자로의 전환, 쉬운 길은 아니다. 중립적 역할을 유지하려면 이를 알아봐주는 재원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시민 후원회원들이 재정의 30%를 메꾸고 있어 감사하지만, 보장된 대규모 자금 파이프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이 소장은 "기업 파트너를 만나서 제안도 하고 우리를 셀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회적가치투자대회, '착한 실험'에서 생태계의 실질적 인프라로

 2025년 열린 사회적가치투자대회에는 시민 300명이 참여해 모의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소셜디자이너들의 활동을 응원했다.
ⓒ 희망제작소

희망제작소가 생각하는 '다음 단계 역할'의 대표 액션으로 앞세우는 것이 사회적가치투자(SIR) 대회다. 2023년 처음 시작해 지난해까지 총 3회 진행했다. 재무적 관점의 IR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중심의 IR이라는 '비틀기 실험'이다.

300명의 시민이 100만 원 권의 모의 투자금 '임팩트 코인'을 들고 참여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업으로 삼는 소셜디자이너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활동 가치를 설명하고, 시민들이 투자처를 결정한다. 참가 신청은 순식간에 마감된다.

지난해 대회에 참가한 15개 팀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약 5억 3000만 원으로 자체 산정했다. 총 투자금(상금) 3000만 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배수다. 무증빙·무정산 원칙의 필란트로피 투자로 설계해, 소셜디자이너들이 서류 부담 없이 현장 실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대회 참여 전 소셜디자이너들의 '사회적 인정' 체감 점수는 5점 만점에 2.8점이었지만, 참여 후 4.23점으로 뛰었다.

이 소장은 "사회적가치투자대회는 올해 재미있는 실험을 넘어서 의미 있는 사업으로, 나아가 실제 지원이 가능한 구조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리턴(회수)의 증명이다. "아무리 모의 투자라 해도 투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리턴은 뭐냐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사회적 가치 투자의 리턴을 증명해야 해요."

이를 위해 그동안 배출한 소셜디자이너 51명의 활동을 토대로 측정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성과를 볼 수 있는 정보 사이트도 구축 중이다. "정보 사이트에서 시작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선정된 소셜디자이너들에게 정책 자금과 민간 자금이 실제로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희망제작소 사관학교'를 거쳐간 320명 찾기, 사회혁신 생태계 모아내기

올해 희망제작소가 준비하는 또 하나의 실험이 있다. '희망동문회'다. 설립 이래 사번을 부여받고 거쳐간 사람이 320명. 이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다시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출발점은 뼈아픈 질문이었다. "다른 섹터로 갔던 사람들이 왜 비영리로 안 돌아오나. 답은 뻔해요. 급여 때문이죠. 그런데, 급여 말고는 이유가 정말 없나? 이 질문에서 시작한 연구였습니다."

이 소장은 희망제작소를 '사관학교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연구 조직의 기반을 갖고 있어서 일을 조직하는 과정이 잘 설계돼 있어요. 배우고 훈련하고,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벼려서 나가는 거죠." 조직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지만, 32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자산이라는 판단이다.

사회혁신은 본질적으로 섹터 간 협업을 전제로 한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행정이 도와야 할 부분, 기업이 함께해야 할 부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실제로 희망제작소에서 시니어 사업을 오래 담당했던 연구원이 서울시 50플러스재단으로 옮겨가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아카데미 같은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정책화한 사례도 있다. 이 소장은 "이렇게 섹터를 넘나드는 경험도 시민사회의 자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문회의 지향은 그래서 '복귀'가 아니라 '연결'이다. 다른 영역에 있더라도 사회혁신에 관심을 갖고 함께 역할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단은 느슨하지만 즐겁고 편안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볼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어요. 끈끈해지면 사업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협력도 기대해볼 수 있겠죠.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이러한 흐름을 모아내는 장치가 올 7월 개최 예정인 '대한민국 사회혁신 컨퍼런스'다. 20주년을 계기로 사회혁신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대표 마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 번 하고 말 게 아닙니다. 매년 5~6월에 이 자리에서 화두를 던지고 그 화두가 연중 차곡차곡 풀려나가는 컨셉으로 지속 개최할 겁니다. '사회혁신의 미래를 보려면 여기를 와봐야 된다'는 소리가 나오게 만들 겁니다." 주관은 희망제작소가 책임지되, 주변 조직들과 주제별 협력도 펼칠 계획이다.

컨퍼런스에는 희망제작소가 공들인 연구 주제도 발표된다. 비영리 활동가들의 섹터 간 이동 경험, CWB 연구, 소셜디자이너 측정 지표 등이다. 이 소장은 이 자리가 자원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도 하길 기대한다. "돈과 같은 자원이 이쪽으로 흐르게 해야 하는데, 아직 너무 소외돼 있으니 주목해 달라는 역할을 컨퍼런스가 할 겁니다."

다정한 혁신, 새로운 태도의 허용

 2022년 ‘다시 만난 세계, 소셜생태계와 청년’을 주제로 개최된 ‘소셜디자이너클럽 컨퍼런스’에서 이은경 소장(당시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 희망제작소

인터뷰 말미, 이은경 소장에게 '사회혁신, 비판적 성찰과 전망' 보고서 마무리에 적혀있던 '다정한 혁신'이라는 표현에 대해 물었다. '다정함'이 희망제작소의 다음 20년을 관통하는 단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회혁신 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기존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하지 않았던 청년들, 여성들, 마을 활동가들이 대거 관심을 갖고 자기 활동 영역을 찾게 한 거라고 봐요." 과거의 엄숙한 시민운동 방식이 아니라, 자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하다 보니 그것이 마을 활동이 되고 청년 활동이 된 사람들. 사회혁신은 이런 다양한 주체의 진입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이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고 이 소장은 인정한다. "기성 시민사회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 참여자들을 몰아치거나 대상화하는 경향도 있었어요. 다양한 자기 문제와 주체성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실행에서는 그걸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운동권 특유의 희생, 헌신, 비장함 대신 새로운 태도를 허용하는 것. "지금 청년들은 다르니까요."

방송작가 출신에 미디어 박사 학위를 가진 이 소장은 사회혁신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는 과거 보고서를 쓸 때 만난 인터뷰이의 말을 인용했다. "때로는 명료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단어 몇 가지로 조합해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사회혁신이 그걸 잘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사회혁신의 성과를 증명하는 언어, 대중을 끌어들이는 언어를 만드는 것. 미디어 전공자인 이 소장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희망제작소가 정리한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20주년 기념 페이지(누르면 연결)에서 볼 수 있다.

 희망제작소가 지난 20년간 거둔 임팩트 성과표.
ⓒ 희망제작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셜임팩트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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