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매일 약만 10가지 넘게 드시는데…AI한테 "괜찮은지" 물어보니
2026.04.16 08:09
부산에 사는 직장인 김모(48) 씨는 70대 어머니와 병원에 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관절염에 수면장애까지…. 어머니가 매일 챙겨 먹는 약만 열두 가지다.
약들끼리 부작용은 없는지, 빼도 되는 건 없는지 주치의에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진료 시간은 너무 짧고…. 그래서 AI에 물어보려 하니 믿어도 될지 의심부터 든다.
28%만 일치…그래도 의미 있는 숫자?
노인의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노인의학회 저널'(JAGS)이 그런 궁금증에 대해 실증적인 답을 내놓았다. 12일 나온 'AI도 약 처방을 검토할 수 있을까? ChatGPT-4 vs 의료 전문가 비교 연구'(Conducting Medication Reviews: A Comparative Study Between ChatGPT-4 and Healthcare Professionals)에서다.
이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OLVG 병원 연구팀은 실제 노인 환자의 복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ChatGPT-4-터보(Turbo)가 제안한 약물 조정 의견을 의사·약사 등 의료 전문가의 판단과 비교했다. 결과는 냉정했다. 일치율은 27.7%. 10가지 개선 의견 중 의료진의 판단과 맞아떨어진 건 채 세 가지가 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연구팀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같은 분석에서 ChatGPT는 의료 전문가들이 놓쳤던 유효한 개입을 7.6% 추가로 발견했다. 10명의 의료진이 지나쳤던 약물 문제를 AI가 짚어낸 것.
AI가 잘하는 것 vs. 못하는 것?
연구에서 ChatGPT가 뚜렷한 강점을 보인 영역이 있었다. 진단명과 해당 약물을 연결·정리하는 작업에서 86.4%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수십 가지 약물 목록을 질환별로 깔끔하게 분류하고, 어떤 약이 어떤 병을 위한 것인지 구조화하는 능력은 상당했다.
반면 뚜렷한 약점도 확인됐다. 환자의 나이, 신장 기능, 다른 질환 등을 종합해 검사 수치의 목표 범위를 판단하는 과제에서는 정확도가 46.7%로 뚝 떨어졌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떨어진 80대 환자의 혈당 조절 목표치는 건강한 70대와 달라야 하는데, AI는 이런 개인적인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셈이다.
연구팀은 "ChatGPT가 임상 정보를 구조화하고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환자 개별 상황을 맥락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해 현재로서는 임상 현장에서 단독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 노인의 다약제 복용, 왜 더 심각한가?
이 연구가 한국에서 특히 주목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다약제 복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5가지 이상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며, 10가지 이상을 복용하는 '과다 복약' 노인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약이 많아질수록 약물 간 상호작용과 부작용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도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약 330만명을 대상으로 약물 복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53.7%가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그런 부적절 약물을 3종 이상 복용 시 장기요양 3등급 이상을 받을 위험이 81%까지 상승한다"고 했다.
관련보도: 노인에게 약이 '독'되는 순간..."최대 81% 장애위험 늘어"(코메디닷컴 2023. 11. 28)
하지만 10분 남짓한 외래 진료 시간에 이 모든 것을 꼼꼼히 검토하기란 의사에게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의료 현장의 공백을 AI가 메울 수 있을까? 이것이 이번 연구가 던지는 핵심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방향은 맞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낙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27.7%라는 일치율은 'AI가 의료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증거인 동시에, '전혀 쓸모없지 않다'는 근거이기도 하기 때문.
특히 연구진이 강조한 것처럼 AI가 의료진이 놓친 7.6%의 유효한 문제를 발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잡한 복약 목록을 사전에 정리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스크리닝하는 '1차 필터' 역할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연구팀은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AI가 제안한 내용을 환자나 보호자가 최종 판단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 진단명, 수치, 약물 목록을 구조화하는 데 AI를 활용하되, 실제 약물 조정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약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머니 약 목록, AI 어떻게 활용할까?
그렇다면 지금 당장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까?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활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AI가 도움이 되는 영역 약 이름과 적응 질환을 정리·구조화하거나, 기본적인 약물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받는 용도로는 유용하다. 진료 전 '이런 약들을 복용 중인데 주치의에게 어떤 점을 물어봐야 할까'를 정리하는 데 활용하면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 AI에 맡겨서는 안 되는 영역 '이 약을 끊어도 될까', '용량을 줄여도 될까'와 같은 실질적인 약물 조정 판단은 AI의 영역이 아니다. 특히 신장·간 기능이 저하된 노인,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환자일수록 개인 맥락을 반영한 전문가 판단이 아직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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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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