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랜드바겐 원한다"…이란核 영구 포기-경제지원 빅딜 압박
2026.04.16 04:34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 마음 안들어”… 트럼프, 1차때보다 강한 압박 시사
이란 “대화해도 계속 우라늄 농축”… WP “미군 수천명 추가 파견 예정”
“우리는 다시 그곳(파키스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신은 거기 머물러야 한다. 이틀 안에 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11, 12일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협상이 열렸던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체류 중인 이 기자에게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이 곧 열릴 것이니 당분간 더 머무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달 말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14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달 말까지 이란과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20년이라는 기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실상 이란의 영구적인 핵 포기를 요구했다. 또 “그들(이란)이 승리했다고 느끼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2차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이 이란 핵이며, 이란에 20년간 핵능력 폐기를 요구한 1차 협상 때보다 더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란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 원하는 합의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란의 핵 포기가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 이란에는 핵 프로그램 유지가 레드라인”이라며 양측이 눈높이를 맞추기 쉽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이란 국영 이르나통신에 따르면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우라늄 농축의 수준은 대화할 수 있지만 농축은 계속해야 한다”며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란 핵 영구 포기가 최대 쟁점
1차 협상 때 미국을 대표했던 J D 밴스 부통령 역시 이란의 핵이 핵심 문제라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14일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가 조지아주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아직 (이란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몰딜(작은 합의)’이 아닌 ‘그랜드바겐(일괄 합의)’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몇 년간 우라늄 농축 등을 포기하면 미국 또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주는 부분적·단기적 합의가 아니라 ‘이란의 완전한 핵 폐기’와 ‘대대적인 경제 지원’ 등을 일괄 교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그랜드바겐’은 그간 북한 핵문제의 해결법으로도 종종 거론된 바 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미국 또한 북한의 체제 인정 및 경제 지원을 해준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ABC방송 기자에게도 “앞으로 이틀 동안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21일로 끝나는 ‘2주 휴전’을 연장하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재국 파키스탄은 ‘45일 휴전 연장안’을 미국과 이란에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등 미국의 경제 위기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며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발전소, 교량 등 이란의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반복하면서도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美 압박이 이란 핵 욕구 부추기는 역효과 우려”
미국은 전쟁 발발 후 이란이 봉쇄 중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逆)봉쇄 작전도 계속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작전 개시 후 첫 24시간 동안 이란 항구에서 출항한 선박 가운데 미군의 봉쇄선을 뚫고 해협을 통과한 사례는 없었다고 14일 밝혔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도 다시 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이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한 달간 이란산 원유에 대한 판매를 허가했지만 이 허가가 종료되는 19일 이후에 다시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WP는 미군이 향후 며칠 내에 중동에 수천 명의 추가 병력 또한 파견할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에 핵 포기 압박 수위 강화, 호르무즈 해협의 역봉쇄,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부활, 추가 병력 파견 위협 등에 나선 것은 2차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동시에 이란의 강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란은 미국의 해협 봉쇄 조치 등에 군사 대응 등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군은 15일 “미국의 역봉쇄가 계속되면 홍해 무역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번 전쟁 발발 뒤 이란군이 홍해 봉쇄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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