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비 7000만원 올랐다”…이사길 막는 ‘이사플레이션’
2026.04.16 05:00
서울 도봉구에 사는 윤모(42)씨는 최근 자녀 계획으로 경기 남양주 처가 근처로 이사를 계획했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에 망설이고 있다. 전용면적 84㎡ 기준 3년 전보다 인테리어 견적이 7000만원가량 올라서다. 거실 확장, 새시 교체는 제외하고 주방·화장실 리모델링과 도배·장판으로만 추린 견적이 이렇다. 160만원이었던 이삿짐센터 비용도 200만원으로 상승했다. 윤씨는 “집값도 2억원 오른 데다 금리까지 높아져 원리금을 매달 50만원씩 더 내야 한다”며 “차라리 시간제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고 지금 집에 사는 게 나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봄 이사철에도 이사를 계획했던 수요자의 시름이 깊다. 주거 이동 과정에 드는 비용이 총체적으로 상승한 ‘이사플레이션’ 영향이다. 주거 취득 비용뿐 아니라 이사·인테리어비 등 이전·정착에 드는 부담 상승까지 맞물리면서다. 최근 전세 기한 만료로 이사한 김진용(35)씨는 “20평대 아파트 도배 비용이 2년 전 10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올라 마루·부엌을 빼고 방 세 개만 90만원에 계약했다”며 “예산 짤 때 전셋값 상승분은 각오했지만 이사비와 입주 청소 가격도 많이 올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사플레이션 배경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이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보면, 최근 5년(2020~25년) 사이 일반·가공합판은 17~26%, 목재깔판은 50% 이상 상승했다. 유성·수성페인트도 10%대, 우레탄 도료와 시너 등 도장재는 최대 30%까지 올랐다. 금속제창문(55.4%), 싱크 상판(72.1%), 전력선(111.2%)도 전체 인테리어 비용 상승 압력을 키웠다. 9년 차 인테리어 업체 대표 장모(43)씨는 “도배·타일·목공 등 숙련 기능공은 고령화하고, 젊은 인력 유입은 줄면서 인건비 단가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물가도 마찬가지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이삿짐 운송료는 약 30%, 가구·가사 비품은 31% 올랐다. 여기에 최근 중동 사태로 자잿값·유가 상승 파고라 닥칠 거란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일부 페인트 회사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폴리염화비닐(PVC)을 원료로 하는 창호·바닥재·단열재 등도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축 자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전세계 공급망 상황이나 환율 등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부동산 시장 변화도 이사를 멈춘 근본 원인 중 하나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 호가가 오르고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갈아타기를 포기하거나 월세로 전환해 정주하는 이들이 늘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중소형(전용면적 60㎡~85㎡)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5억1022만원으로, 지난해 10월 14억원을 돌파한 지 5달 만에 1억원 더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4월 첫째 주 기준 62주 연속 상승세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3일 기준 4.16~6.76%에 달한다. 5년 전 연 2.8~4.4%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은 올해 금리가 재산정되는데,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5억원을 빌린 경우, 금리 상단 기준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50만 원에서 325만 원으로 약 75만원 증가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이 위축되고 대출 등 규제가 강화하며 이사 수요는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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