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만 낮춰서는 당뇨를 이길 수 없다 [건강한겨레]
2026.04.16 05:05
지난 글에서 나는 만성질환이 서로 다른 여러 병이 아니라 하나의 결합이 깨지면서 생긴 그림자라고 말했다.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와 장 속 공급업체인 유익균의 동업 관계가 핵심이었다. 이번에는 그 깨진 결합이 어떻게 ‘당뇨’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당뇨는 혈당이 높은 병이다. 그래서 치료도 단순해 보인다. 혈당을 낮추면 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혈당을 아무리 잘 조절해도 심장병, 신장병, 인지기능 저하는 줄지 않는다. 숫자는 잡았는데 병은 멈추지 않는다. 바닥에 고인 물만 퍼내고 터진 수도관은 그대로 둔 꼴이다.
터진 수도관은 무엇인가. 발전소와 공급업체의 결합이 무너진 것이다. 유익균은 식이섬유를 발효해 연료를 만들고 장벽 세포의 발전소는 그 연료를 태운다. 이 순환이 돌아야 장 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가공식품, 운동 부족, 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유익균은 줄고 발전소는 힘을 잃는다. 근육의 발전소가 약해지면 포도당을 끌어다 태우지 못한다. 간의 발전소가 약해지면 필요 이상으로 포도당을 찍어낸다. 혈당이 올라간다. 당뇨는 혈당이 높아진 병이 아니다. 온몸의 발전소가 포도당을 처리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병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불과 16시간의 고혈당만으로도 유전자에 화학적 표식이 새겨지고, 이 표식 중 일부는 18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의학은 이것을 ‘대사 기억’이라 부른다. 이것은 절망이 아니라 신호다. 표식이 깊이 새겨지기 전에, 결합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발전소와 공급업체를 되살려야 한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이미 무너진 환자에게는 방법이 없는 걸까. 답의 실마리는 약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 글에서 ㄱ약은 심장까지 살리고 ㄴ약은 혈당만 낮췄다고 했다. 이제 그 수수께끼가 풀린다. ㄱ약에 해당하는 SGLT2 억제제는 콩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막는 단순한 약이다. 그런데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심혈관 사망이 38%, 신장 합병증이 30%, 심부전 입원이 26% 줄었다. 혈당 강하 효과는 미미했는데도 말이다.
공생의학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 약이 장벽 세포로 가는 포도당을 줄이자 세포가 유익균의 연료를 다시 태우기 시작했고, 무너졌던 동업 관계가 일부 복원된 것이다. 실제로 장 속에 유익균이 많이 남아 있는 환자일수록 이 약의 효과가 좋았다. 혈당을 낮추려고 만든 약이 실은 결합을 되살리는 약이었다.
약이 보여준 원리는 일상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당뇨의 91%는 환경이 만든다. 발전소와 공급업체를 동시에 되살려야 한다. 나는 환자들에게 두 가지를 권한다.
첫째, 하루 스쾃 100개 하기. 한 번에 할 필요 없다. 10개씩 틈틈이 하면 된다. 허벅지는 몸에서 가장 큰 근육 창고다. 이 근육을 매일 쓰면 그 안의 발전소가 늘어나고 포도당을 태우는 힘이 되살아난다.
둘째, 일주일에 30종 이상의 다양한 채소와 발효음식 먹기. 먹이가 다양해야 유익균도 다양해진다. 이 둘은 따로 해서는 안 된다.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을 죽인 뒤 운동을 시키면 같은 강도로 뛰어도 발전소의 반응이 현저히 떨어진다. 공급업체 없이는 발전소도 살아나지 못한다.
당뇨는 혈당의 병이 아니다. 공생이 무너진 병이다. 우리가 ‘당뇨’라고 부르던 것은 하나의 결합이 깨지면서 혈당이라는 숫자 위로 드러난 그림자였다. 그 숫자를 쫓는 것을 멈추고 결합을 되살리는 것. 당뇨 치료는 거기서 다시 시작된다.
메디람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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