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거위, 배 가르는 자는 누구?…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딜레마
2026.04.16 06:02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투쟁 결의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사 간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5일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 동행노조로 구성된 임금교섭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오는 23일 경기 평택에 열릴 투쟁 결의대회 참석 예상 인원은 3만4879명이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는 12만5297명이다. 국내 임직원 4분의 1이 이상이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역대급 영업이익 달성한 삼성전자…성과급 ‘하이닉스만큼’ 달라는 노조
노조 결집의 핵심 배경으로는 ‘성과급’ 문제가 꼽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보다 755%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43조6011억원을 1분기 만에 넘어선 대기록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노조는 이러한 실적을 근거로 “노동자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사측에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 중이다. 올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약 40조5000억원 규모로, 단순 계산 시 인당 3억원 이상의 성과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노조는 현재 성과급 체계의 구조적 개편도 요구하고 있다.삼성전자는 현재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의 20%를 재원으로 삼고, 개인별 성과급을 연봉의 최대 50%로 제한하고 있다. 노조는 이 상한을 폐지하고 성과급 산정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하이닉스 사례도 협상 기준선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받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삼성전자 임금교섭 공동투쟁본부도 이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는 2027년 지급받게 될 성과급을 7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가전·모바일·반도체, 수익성 달라…소액주주 반발 가능성도
다만 업계에서는 노조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슈퍼사이클을 탄 메모리 반도체를 주 사업으로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과 모바일도 주력 사업으로 두고 있다. 반도체 내에서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으로 나뉜다. 사업 부서별 수익성이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성과급을 적용할 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정 이상의 영업이익을 제도화해 성과급을 지급할 시,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 플랙트를 인수할 당시 들인 돈은 2조4000억원이다. 지난 2016년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 당시에는 약 9조원을 썼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비용은 37조7000억원이다. 노조가 이번에 요구한 성과급 재원 수준은 이보다 많다.
주주 반발 가능성도 변수다. 성과급이 늘어날수록 배당 등 주주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연구회는 이번 갈등을 ‘잔여이익을 둘러싼 노조와 소액주주 간 충돌’로 해석하며, 투자 매력 저하 가능성을 지적했다.
강원 기업지배구조연구회 회장(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에게 배당될 돈을 노조에서 선취한 후 주겠다고 하면 투자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주주들의 의사를 배제, 사측이 노조와 협상을 한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충분히 할 수도 있다. 미국 같았으면 벌써 소송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교섭 파행 지속되면 문제 더 커져…시장 신뢰 하락·인재 이탈 우려도 ‘숙제’
노사 교섭이 장기화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23일 결의대회 이후에도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파업 시 예상되는 피해 비용은 최소 5조원로 추산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시장 신뢰 훼손이다.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리 계약해 둔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재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성과급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핵심 반도체 인력이 경쟁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마이크론으로 옮긴 이직자의 인터뷰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타협’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현재 호황이라고 해서 너무 많은 이익 분배를 요구하면 향후 기업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 투자를 위한 유보금을 준비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모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이뤄야 한다”며 “파업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면 매출이 줄어들어 노조로서도 좋을 것이 없다. 사측에서도 경쟁사 수준의 성과급으로 직원들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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