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다영
다영
아빠는 '다음'을 꿈꾼다···내 친구, 내 딸, 내 다영이가 남긴 숙제를 품고

2026.04.15 15:17



지난 13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김현동씨가 서 있다. 우혜림 기자

지난 13일, 전남 목포 신항에서 만난 김현동씨(64)가 세월호 선체를 둘러봤다. 한 면이 검붉게 녹슬어버린 선체는 바닷바람을 맞고 있었다. 김씨가 선미 4층 부근을 가리켰다. “저기에 다영이가 있었어요.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거든요. 너무 가슴이 아프죠.” 김씨의 막내딸, 단원고 2학년10반 다영양은 12년 전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딸을 보낸 뒤 안전관리자로 직업을 바꾼 김씨는 이날 “세월호 다음 세대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10반 김다영양(왼쪽)과 김현동씨(오른쪽)가 낚시대를 들고 웃으며 서 있다. 김현동씨 제공

삼남매 중 막내인 다영이는 아빠와 “삶의 지향점이 같은 친구”였다. 갈대습지공원으로 화랑유원지로 이곳저곳 쏘다녔다. 김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다영이를 데리고 모델하우스에 가서 “5년 안에 여기서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영이는 그날 아빠와의 하루를 일기장에 꾹꾹 눌러썼다. 김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 속에 태어난 다영이에게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주지 못했지만 사랑만큼은 넘치게 줄 수 있었다. 작은 식탁에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 그 ‘식구’를 지켜내는 것이 김씨의 소박한 꿈이었다.


그런 다영이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하자 김씨의 세계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김씨는 어느 날 “자녀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머뭇대다 “아들이 둘이다”라고 답한 뒤 한 달간 몸져누웠다. 그 뒤로 김씨는 다시는 다영이를 빼놓고 자신을 설명하지 않았다. 아빠만 믿었던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삭발하고 행진하는 동안에도 다영이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만 떠올랐다. 찬 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그는 2016년 산업안전기사 공부를 시작했다. 농성 중에도 손바닥에 암기 문구를 써가며 매달렸다. 안전을 공부하는 순간만큼은 다영이를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버틸 수 있었다.

단원고 2학년 10반 김다영양이 다이어리에 쓴 문구들. 우혜림 기자

김씨는 산업안전기사, 재난관리사 자격증을 잇달아 취득했다. 국내 1호 재난안전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다시 본 세월호는 엉망진창이었다. 김씨는 안전 강사로 교육을 나갈 때마다 한 장의 사진을 꺼냈다. 다영이 친구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던 마지막 장면이었다. 배가 기울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때문이었다. 안전 매뉴얼은 서류로만 존재했을 뿐 현장에는 없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가 구조적인 무책임이 낳은 결과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일터에서, 마을에서, 학교에서 반복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모두 같은 구조 위에 놓여 있었다. 김씨는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법을 배우며 비통한 진실 하나를 알게 됐다. 대부분의 안전 제도가 참사 이후에 만들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를 계기로 1995년 재난관리법이 제정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생존 수영 교육 등이 의무화됐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고통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희망이기도 했다. ‘세월호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또 다른 다영이들”을 지킬 방법이 남아 있었다.

지난 13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김현동씨가 보고 있다. 우혜림 기자

이제 김씨의 꿈은 아내의 고향인 전남 목포 달리도의 폐교를 개조해 ‘안전체험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든 다영이 또래의 청년들이다.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그들을 보며 김씨는 안도한다. “제 식구는 지키지 못했지만 우리 공동체는 지켜야죠. ‘해야 함은 할 수 있음을 함축한다’고 다영이가 말했거든요.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다영이가 남긴 평생의 숙제를 품고 김씨는 오늘도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지난 13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김현동씨가 서 있다. 우혜림 기자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경향신문 주요뉴스

· 이 대통령 “국힘, 조폭연루설로 대선 결과 바꿔···공식 사과하라”
· [속보]강훈식 “카자흐·오만 등 4개국서 원유 2억7300만배럴도입”···3개월 이상 분량
· 아빠는 ‘세월호 다음’을 꿈꾼다···내 친구, 내 딸, 내 다영이가 남긴 숙제를 품고
· 국민의힘 선거 포기했나···장동혁 미국행에 송언석은 조기사퇴론까지
· 엄마는 기억을 따라 섬을 걷고, 그곳서 욕을 퍼부었다···12년 만에 비로소 시작한 애도
· 휴지 뭉텅이 넣어 인천공항 화장실 변기 막히게 한 노동자 송치
· 김부겸 44% 대 이진숙 26%, 김부겸 44% 대 주호영 16%[한국리서치]
· IAEA 사무총장 “한국 핵잠, 핵무기 전용 않는다는 ‘철통같은 보장’ 필요”
· 정청래·전재수, 하정우에 ‘티키타카’ 부산 러브콜···강훈식 “본인이 결정해야”
· 서울교통공사 “국가유공자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 국가가 보전해야” 보훈부에 첫 소송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다영의 다른 소식

다영
다영
18시간 전
'쇼!챔피언' 오늘(15일) 다영·킥플립·앰퍼샌드원·하츠웨이브·키빗업
다영
다영
6일 전
안젤리나 졸리 딸, 우주소녀 다영 댄서로 포착된 파격 근황 [스타이슈]
다영
다영
6일 전
다영, 신곡 '왓츠 어 걸 투 두' 무대 첫선…컴백 활동 돌입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