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투자라며"…'담보'로 이자장사하는 은행들[only이데일리]
2026.04.16 05:35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금 흐름을 부동산에서 산업으로 옮기겠다며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왔지만,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는 동안 자금의 흐름은 산업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증가분 상당 부분이 담보대출에서 발생하면서 기업금융 구조가 오히려 부동산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 늘었지만 구조는 그대로…‘담보 중심’ 더 굳어져
15일 이데일리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구조를 보면 단순히 부동산 담보 비중이 높은 데 그치지 않고, 대출 증가 자체가 담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흐름이 확인된다. 2021년 이후 중소기업 대출은 약 115조원 늘었는데, 이 과정에서 담보대출 비중이 확대되며 구조 변화가 동반됐다.
2021년 68.9%였던 담보대출 비중은 2025년 77.0%로 확대된 반면, 기업의 사업성과나 성장 가능성 등까지 판단할 신용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31.1%에서 23.0%로 축소됐다. 부동산 담보 비중 역시 60.7%에서 68.5%로 상승하며 기업대출 구조가 점점 담보, 그중에서도 부동산 중심으로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기업대출이 ‘사업성 금융’이 아니라 ‘자산 금융’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은행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며 구조적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담보 비중은 KB국민은행 72.5%, 신한은행 69.2%, 하나은행 68.3%, 우리은행 67.2%, NH농협은행 63.3%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은행 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특정 은행의 영업 전략이 아니라 은행권 전반의 공통된 대출 구조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구조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신용도와 업황 변동에 민감해 연체 위험을 함께 봐야 한다”며 “공장이나 생산시설을 짓거나 사업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담보를 제공하면 금리가 낮아지고 한도도 유리해져 담보대출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결국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담보 구조에 익숙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익숙한 구조가 기업의 자산 보유 행태까지 바꾼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출이 담보 중심으로 흘러가면 성장하는 기업도 자금 조달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결국 부동산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생산설비 투자와 별개로 토지나 건물 보유를 우선하게 되면 금융이 산업을 지원하기보다 자산 축적을 도와주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 부담 강화를 공식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해보자”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영해 이익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을 쌓아두는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책과 금융 구조 간 엇박자 가능성도 제기한다.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을 내세우며 자금을 산업과 혁신 부문으로 돌리겠다고 하지만, 실제 은행 대출 구조는 여전히 담보와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를 규제하는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은행 대출 구조가 그런 자산 확보를 유도해온 측면도 있다”며 “결과를 규제하기 전에 사업성 평가 역량 강화, 동산·채권 담보 활성화, 자본시장 통한 혁신기업 자금 공급 확대 같은 구조 개편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리스크 관리상 불가피”…기업은 부동산 확보로 대응
결국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담보를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대출 총량 확대보다 ‘담보를 보지 않고도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구조가 은행의 역량 한계와도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는 부동산 담보가 있을 경우 이를 우선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면서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쪽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업성이나 미래 수익을 평가해 대출을 집행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어 “이 때문에 금융이 담보 중심으로 흐르면서 기업들도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단순히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사업성 평가 모델 고도화, 인력·데이터 기반 확충 등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적 금융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담보 중심 대출 구조를 넘어 기업의 사업성과 미래 수익을 평가할 수 있는 금융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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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8.9%였던 담보대출 비중은 2025년 77.0%로 확대된 반면, 기업의 사업성과나 성장 가능성 등까지 판단할 신용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31.1%에서 23.0%로 축소됐다. 부동산 담보 비중 역시 60.7%에서 68.5%로 상승하며 기업대출 구조가 점점 담보, 그중에서도 부동산 중심으로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기업대출이 ‘사업성 금융’이 아니라 ‘자산 금융’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은행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며 구조적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담보 비중은 KB국민은행 72.5%, 신한은행 69.2%, 하나은행 68.3%, 우리은행 67.2%, NH농협은행 63.3%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은행 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특정 은행의 영업 전략이 아니라 은행권 전반의 공통된 대출 구조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구조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신용도와 업황 변동에 민감해 연체 위험을 함께 봐야 한다”며 “공장이나 생산시설을 짓거나 사업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담보를 제공하면 금리가 낮아지고 한도도 유리해져 담보대출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결국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담보 구조에 익숙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익숙한 구조가 기업의 자산 보유 행태까지 바꾼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출이 담보 중심으로 흘러가면 성장하는 기업도 자금 조달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결국 부동산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생산설비 투자와 별개로 토지나 건물 보유를 우선하게 되면 금융이 산업을 지원하기보다 자산 축적을 도와주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 부담 강화를 공식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해보자”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을 투기적으로 운영해 이익을 보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을 쌓아두는 관행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책과 금융 구조 간 엇박자 가능성도 제기한다.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을 내세우며 자금을 산업과 혁신 부문으로 돌리겠다고 하지만, 실제 은행 대출 구조는 여전히 담보와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를 규제하는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은행 대출 구조가 그런 자산 확보를 유도해온 측면도 있다”며 “결과를 규제하기 전에 사업성 평가 역량 강화, 동산·채권 담보 활성화, 자본시장 통한 혁신기업 자금 공급 확대 같은 구조 개편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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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담보를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대출 총량 확대보다 ‘담보를 보지 않고도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구조가 은행의 역량 한계와도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입장에서는 부동산 담보가 있을 경우 이를 우선 활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면서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쪽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사업성이나 미래 수익을 평가해 대출을 집행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어 “이 때문에 금융이 담보 중심으로 흐르면서 기업들도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단순히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사업성 평가 모델 고도화, 인력·데이터 기반 확충 등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적 금융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담보 중심 대출 구조를 넘어 기업의 사업성과 미래 수익을 평가할 수 있는 금융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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