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 리스크 대응…"원유 2.7억 배럴·나프타 210만톤 확보"
2026.04.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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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리스크에 대응해 석 달 치 원유를 확보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이달 7~14일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총 4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5일 “올해 말까지 원유 2억 7300만 배럴, 나프타 최대 210만 톤 도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유 2억 7300만 배럴은 지난해 기준으로 별도의 비상 조치 없이 경제가 정상 운영되는 상황에서 석 달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프타 210만 톤에 대해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한 달 치 수입량”이라고 했다.
원유의 경우 구체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억 5000만 배럴 △카자흐스탄에서 1800만 배럴 △오만에서 500만 배럴을 각각 도입하기로 했다. 강 실장은 “이번에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는 호르무즈 봉쇄와 무관한 대체 공급선에서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내 수급 안정화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예정에 없다 추가로 방문하게 된 카타르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하고 “한국이 최우선”이라는 카타르의 답변을 받았다.
앞서 강 실장은 두 차례에 걸쳐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2400만 배럴의 원유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우디서만 2.5억 배럴 수급”…호르무즈 우회로 확보
정부가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응해 원유와 나프타 물량을 대거 확보하며 단기적인 수급 안정 기반을 마련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개별 산유국과의 협상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구조적 위험을 우회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강 실장이 산유국들과 외부 석유 저장 시설 구축 등 근본적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강 실장은 카자흐스탄·오만·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4개국을 방문한 뒤 15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어 “중동 산유국들은 우리나라 원유 저장 시설을 활용하는 국제 공동 비축 사업 확대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방문에서) 산유국들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번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내 비축 기지 저장 시설 확충 예산이 편성된 만큼 향후 주요 산유국과의 공동 비축이 확대돼 비상 상황에서도 원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추경에는 비축 기지 유지 보수와 시설 확충 설계비 30억 원이 포함됐다.
정부도 전날 중동 산유국들이 한국 석유 비축 기지를 활용하기 위해 접촉 중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중동 쪽에서 동북아 비축 기지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산유국들 입장에서는 원유를 해협 밖에 미리 두고 나중에 팔 수 있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실장이 이 같은 산유국들의 요청에 직접 현지에서 논의를 진행한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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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을 통해 추가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 물량에 대해서는 에너지 수급 우려를 우선 한시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실장 등 전략경제협력 특사단이 확보한 원유 2억 7300만 배럴은 경제 관련 비상 조치가 없었던 지난해 기준 석 달 이상 쓸 수 있는 분량이다. 나프타 210만 톤도 지난해 기준 약 한 달 치 수입량에 해당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 기업에 배정됐지만 선적 여부가 불확실했던 원유 5000만 배럴을 4~5월 중 홍해 인접 대체 항만을 통해 싣기로 했으며 6월부터 연말까지 2억 배럴을 우리 기업에 우선 배정·선적하기로 했다. 강 실장은 “지금은 돈이 있더라도 구할 수 없는 게 원유와 나프타”라면서도 “(원유 도입 가격은) 시장 가격을 베이스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오만에서는 왕위 계승 서열 1위이자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술탄(국왕)의 장남인 디아진 빈 하이삼 알사이드 경제부총리를 만나 호르무즈해협에 있는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한 통과를 위해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면담해 연말까지 원유 약 500만 배럴과 나프타 최대 160만 톤에 대한 공급 약속을 끌어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재개 전망에도 정부는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한다. 강 실장은 “품목별 매점매석 금지, 긴급 수급 안정 조치 등 시장질서 유지에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추진하겠다”며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공영주차장 5부제, 민간 자율 5부제 등 에너지 절약 대책도 당분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석유 최고 가격제에 대해서는 “시행은 계속하는데 가격의 문제”라며 “가격 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을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의 통항과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현재로서는 이란에 대가를 지불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란에 대가를 지급하고 선박을 빼낼 경우 미국의 역봉쇄와 충돌할 수 있지 않나’라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이란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미국 측이 이야기하는 것에 반하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26척 선박의 안전 관련 정보를 여러 국가에 제공했다는 점도 밝혔다. 조 장관은 “이란 측에만 제공한 것이 아니고 인근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모두, 그리고 미국에 전부 제공하고 안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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