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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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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제·감기약 시중약국 절반값…마트처럼 카트끌며 ‘건강 쇼핑’

2026.04.15 11:25

MBB 1호점 드럭스토어 ‘르 메디’
1100평 매장…5000여종 약품 구비
약사만 10명, 철저한 복약지도 담당
백화점식 진열·하프응대법 경영전략
“동네 약국과 각자 역할…상생 추구”




르 메디 약국에 진열된 의약품들. 대형마트처럼 제품마다 가격표가 붙어있다(위쪽). 청량리 복합쇼핑몰 ‘MBB’에 위치한 르 메디 약국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 최은지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주상복합 건물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MBB(Medical Beauty Beverage)’. 입구에 비치된 쇼핑 카트를 끌고 들어서는 시민들의 모습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들어선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은 2023년 준공된 59층 주상복합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 내에 조성된 복합 쇼핑몰로, 동대문·청량리 상권 내 약 1100평(3636㎡) 규모를 자랑한다. MBB는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뷰티, 펫 제품, 건강 식음 등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공간이다.

이 중 르 메디(Le Medi) 약국은 MBB가 지향하는 복합형 드럭스토어 모델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강은 더하고 가격은 낮춘다’는 슬로건 아래 일반의약품부터 반려동물 용품까지 5000가지 이상의 품목을 취급한다.

▶25년 전 영국서 본 ‘부츠’의 충격, 청량리에 구현=르 메디 약국을 이끄는 이는 ‘비타500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천수 대표약사(75)다. 대웅제약과 광동제약 등 국내 주요 제약사에서 임원과 CEO를 지낸 그는 4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베테랑 약업인이다.

그런 그가 은퇴 후 ‘복합 드럭스토어’라는 파격적인 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25년 전의 강렬한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표약사는 “90년대 후반 한화그룹 근무 당시 해외 출장에서 영국 ‘부츠(Boots)’나 미국의 ‘월그린(Walgreens)’ 같은 드럭스토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나라도 넓은 오픈 매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르는 문화를 도입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왔다”고 회상했다.

당시 국내 약사법 장벽에 부딪혀 꿈을 접어야 했던 그는 지난해 창고형 약국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창고’ 아닌 ‘백화점식’ 진열…젊은 세대 겨냥 ‘하프 응대’ 전략=르 메디 약국은 제품군별로 세분화된 전문 코너로 구성돼 있다. 밴드, 치실 등 일반의약품 코너는 물론, 종류별 영양제와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코너가 마련돼 있다.

기존의 창고형 약국이 제품을 쌓아두는 방식이라면, 르 메디는 백화점식 큐레이션으로 차별화를 두었다. 제품 진열이 여유롭게 배열돼 있어 브랜드 라인업을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

이 대표약사는 올리브영의 성공 사례에서 힌트를 얻은 ‘하프 응대법’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직원이 옆에 바로 붙는 것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을 위해 먼저 접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고객이 충분히 성분과 함량을 비교해 본 뒤, 필요할 때만 약사를 불러 전문 상담을 받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곳에는 10명의 약사가 채용되어 있으며, 하루 3~5명이 상주하며 복약 지도를 담당한다.

▶구충제 500원·감기약 2000원…“가격은 가장 강력한 서비스”=소비자들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모든 제품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어 일일이 약사에게 가격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 파격적인 할인가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환절기 상비약인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은 2000원으로 시장가 대비 절반 수준이다.

시장가 1000~2000원에 판매되는 구충제는 한 통(2정)에 500원이었다. 계산대의 약사는 “한 알을 먼저 복용하고 일주일 후에 남은 한 알을 복용하라”며 명확한 복약 지도를 병행했다.

이 대표약사는 과거 비타500 출시 당시의 경험을 언급하며 가격 정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비타500 개발 당시 약국 마진을 확실히 보장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듯, 르 메디 역시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고 시스템 효율을 높여 약국 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확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뷰티부터 전문 펫 용품까지…‘복합 드럭스토어’로 진화=약국을 둘러보다 보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뷰티 공간인 ‘뷰티 애비뉴’와 반려동물 용품이 마련된 ‘펫 아울렛’으로 이어진다.

MBB가 청량리를 1호점 부지로 선정한 이유는 사통팔달의 교통 편의성 때문이다.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은 물론 KTX와 ITX까지 연결되는 요충지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창고형 약국에 대한 약사 사회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대형 매장이 약사의 전문성과 직능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소비 형태가 다양화되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이 대표약사는 “우주 만물이 변화하는 시대에 과거의 지식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며 “백화점이 생겨도 재래시장이 공존하듯, 복합형 모델은 그만의 역할이 있고 동네 약국도 각자의 길에서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약사의 목표는 르 메디 약국과 MBB 모델을 성공시켜 약국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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