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우주선
우주선
차가운 로봇이 건넨 가장 인간적인 작별

2026.04.16 05:03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 무대로… 연극 ‘뼈의 기록’장의사 안드로이드 ‘로비스’가 시신 염하면서 인간의 죽음 사유
천선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깨달아”… 장한새 “애도가 부재한 세상에 질문”
연극 ‘뼈의 기록’은 장의사 안드로이드 로비스를 통해 인간에 대한 존중과 애도를 그려낸다. 예술의전당·할리퀸크리에이션즈 제공


감정이 없는 로봇이 인간의 마지막을 지켜본다. 뼈의 굴곡을 보듬고 몸의 상처가 말하는 삶을 읽고 남겨진 이들의 표정을 관찰한다. 슬픔을 유도하는 말도, 눈물 흘리는 행동도 하지 않는 로봇에게서 삶에 대한 존중과 애도가 전해져 먹먹함이 번진다. 연극 ‘뼈의 기록’이 가진 역설이다.

천선란(왼쪽)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무대화한 장한새(오른쪽) 연출은 “원작의 메시지를 최대한 충실히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천 작가는 “로비스가 좁은 영안실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해방감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화답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5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서 공연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뼈의 기록’은 SF작가 천선란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장의사 안드로이드 로비스는 자신의 일터인 지하 영안실에서 고독사한 89세 박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23세 무용수 레나, 하굣길 교통사고로 사망한 11세 서채호 등 다양한 인간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한 번도 영안실을 벗어나 본 적이 없으니 인간 사회를 경험해 본 적도 없다. 이들이 남긴 이름, 피부,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다르고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뼈를 보며 이들의 삶을 추측할 뿐이다. 그러면서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인간의 온기를 전해준 유일한 친구, 장례식장 청소부 모미의 죽음까지 맞닥뜨리면서 로비스는 영안실을 떠나 우주로 나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인간은 언젠가 우주를 유영할 거야. 이 나비처럼”이라던 모미의 말대로.

단편소설을 90분 안팎의 2인극으로 확장하면서 원작에는 없는 장면을 앞뒤에 넣었다. 2085년 지구인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마지막 우주선이 이륙하는 장면이다. 천 작가의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무대화한 장한새 연출은 이에 대해 “로봇이 염을 하는 세상에서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면서 “여전히 인간은 죽음을 초월하고자 하고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이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천 작가는 “죽음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죽음 이야기를 많이 쓰면서 나 자신이 죽음을 정말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소설은 소중한 사람이 언젠가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별거 아니야,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말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박도해를 염하는 장면에 나오는 구리금파리 내용은 “꼭 넣었으면 했던 것”이라면서 “인간의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나름의 경외감이었다”고 부연했다.

●강기둥·장석환·이현우 ‘로비스’ 역할

로비스는 강기둥·장석환·이현우가, 모미는 정운선·강해진이 연기한다. 배우들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강기둥의 로비스는 “제작진이 생각한 로비스의 기준이 레벨 1이라면 그는 레벨 3 정도”(장 연출)라고 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장석환이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면 이현우는 쓸쓸함을 높인다. 이들이 절제된 움직임과 무뚝뚝한 말로 만든 감각의 여백엔 관객들이 저마다의 상상과 감정을 채워 넣게 된다.

차가운 금속 몸으로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로비스의 여정은 오는 5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우주선의 다른 소식

우주선
우주선
10시간 전
“왕의 길에 우주선 닮은 무대 들어설 것”
우주선
우주선
10시간 전
"왕의 길에 우주선 닮은 무대 들어설 것"
우주선
우주선
10시간 전
“팬데믹 터져도… 4~5주 만에 백신 20억회분 생산”
우주선
우주선
10시간 전
경복궁 '왕의 길'에 우주선 느낌 무대…양정웅표 궁궐 쇼
우주선
우주선
10시간 전
경복궁 ‘왕의 길’에 우주선 느낌 무대…양정웅표 궁궐 쇼
우주선
우주선
14시간 전
[예술과 오늘]당면한 일
우주선
우주선
17시간 전
경복궁 ‘왕의 길’에 우주선 같은 원형 무대…양정웅표 궁궐 쇼 온다
우주선
우주선
4일 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다시 달로 간 인류…미지의 세계 직접 확인
우주선
우주선
6일 전
오직 ‘중력’에 실려 복귀하는 아르테미스…‘2800도 6분’이 분수령
우주선
우주선
6일 전
“달이 지구 삼킬 때 소름 돋았죠”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