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단상
2026.04.10 05:01
효율적 거버넌스 구축안 숙의를농협 지배구조 조정과 관련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당정이 6·3 지방선거 전 입법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다 5월 이후 국회 일정이 사실상 중단되는 만큼 이달 중 마무리 지을 공산이 크다. 달리 말하면 농협의 큰 틀을 바꾸는 중대사가 3월11일 추진계획 발표 50여일 안에 ‘속전속결’로 처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청회 등 제대로된 여론 수렴 한번 없는 입법 과정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과 조합원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부분은 개정안에 담긴 농협 구조 개편의 모순이다.
당정은 농협중앙회장 선출 제도로 조합원 직선제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폐쇄적 선거문화를 타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달초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회장의 권한 강화가 우려되므로 추가적인 보완 장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뤄 짐작건대 회장의 권한과 역할에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직선제로 당선된 회장의 위상은 이전과 천양지차다. 시쳇말로 ‘찐’이 된다.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해 뛰어주길 유권자도 기대할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조합원의 지지로 뽑힌 회장의 힘은 빼고 ‘얼굴마담’만 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또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특수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 신설도 논란거리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농협 관련 기관’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까지 동원해 상위 기관부터 말단까지 총망라해 들여다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좋게 말하면 통합 감사기구지만 달리 보면 범농협을 전방위적으로 통제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조직 운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관리·감독 체계를 보완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관여는 ‘관치농협’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자율과 독립’이란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켜줘야 할 정부가 지도·감독 권한을 제멋대로 확대하는 것 역시 모순이다.
농협 구조 개편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감당해야 할 몫은 입안자가 아닌 조합원과 임직원에게 오롯이 지워진다. 따라서 허점은 없는지, 더 합리적 방안은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전국의 조합장과 농민단체들이 제기하는 우려를 ‘기득권 지키기’라고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 쫓기듯 입법을 서두를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숙의와 합의를 통해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는 자세가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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