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 시대의 아픔 품고 릴레이 기도
2026.04.10 03:01
100회 맞아 기도문 속
핵심 가치 분석해 보니
“한국교회가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세상을 치유하고 화해시키는 거룩한 도구 되게 하소서.”
100편의 기도문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국민일보 연중기획 ‘365 기도 ON-한국교회 함께하는 기도 캠페인’이 10일로 100회를 맞는다. 올해 1월 1일자에 시작한 이 캠페인은 매일 한 편씩 주요 교회 목회자들의 기도문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100회를 맞아 기도문 전체를 대상으로 비슷한 뜻의 단어들을 같은 범주로 묶어 빈도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전수 분석했다.
가장 많이 등장한 핵심 가치는 사랑이었다(그래픽 참조). 사랑은 총 143회 언급됐다. 이어 삶 118회, 복음 105회, 회개 99회, 소망 94회, 평화 86회 순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회개의 쓰임새다. 사랑 없음에 대한 자책과 방향 전환의 열망이 회개에 담겼다.
김다위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지난 2월 22일 기도문에서 “나와 다른 이를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와 배제로 스스로를 지키려 했던 교만을 용서해 달라”며 “한국교회에 환대의 영성을 부어 달라”고 간구했다. 이어 “가정과 교회를 닫힌 요새가 아닌 생명을 살려내는 환대의 식탁으로 세워 달라”고 덧붙였다.
기도문이 가장 자주 직시한 대상은 분열이었다. 김의신 광주다일교회 목사는 “다름을 이유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비난과 조롱의 언어폭력”을 멈추고 교회가 “진실과 화해의 도구”가 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기도의 외연은 사회적 의제로도 뻗어 나갔다. 저출생과 지방소멸의 위기부터 인간의 존엄을 묻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윤리, 창조세계를 지키기 위한 생태적 책임까지 기도의 중심 주제로 등장했다.
300만 이주민 시대를 향한 시선은 특히 눈길을 끈다. “노동력을 수입했는데 사람이 왔다고 놀라지 않게 하시고, 외국인을 동역자로 대우하게 하소서”라는 이해동 다하나국제교회 목사의 간구에는 이주민을 수단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끌어안으려는 교회의 과제가 담겼다.
100편의 기도문은 무엇을 구했는지만큼이나 무엇을 경계했는지도 분명히 보여준다.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교만과 위선, 냉소와 불안이 반복해 회개의 대상으로 언급됐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는 “예수의 몸이면서도 주님처럼 아프고 소외된 곳을 찾아가기보다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에 물들어 화려함을 꿈꾸었던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고 백동조 목포사랑의교회 목사는 “세속화의 풍파 속에서 우리 신앙의 야성은 흐릿해졌다”고 고백했다.
성공이라는 단어의 용법도 눈길을 끈다. 기도문 속 성공은 대체로 추구의 목표가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었다. 곽승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는 “눈에 보이는 성공과 효율, 결과와 인기에 동분서주하며 살아왔음”을 고백했고, 강신호 일산순복음영산교회 목사는 “교회가 가시적인 성공에만 머물지 않게 하시고”라고 기도했다.
다음세대 역시 100편의 기도문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다.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자녀세대를 위한 기도는 연재 전반에 걸쳐 반복됐다. 이는 단순 덕담이라기보다 신앙 전승에 대한 위기의식과 맞닿아 있었다. 기도문은 미래를 추상적 비전으로 말하기보다 자녀세대의 예배와 가치관, 삶의 방향이라는 구체적 문제로 끌어안았다.
한국교회가 100일간 함께한 기도문이 공동체의 시선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동체를 위한 기도는 공동체의 시선과 신앙을 형성할 수 있다”며 “시대의 아픔을 드러내고 시대를 해석한다는 점에서 기도는 시대를 비춘다”고 말했다. 이어 “기도의 내용과 제목은 결국 한국교회의 결핍과 상황을 반영하는 만큼 그것은 공동체의 간구이자 과제”라고 강조했다.
‘714 기도운동’을 이끌어 온 이인호 더사랑의교회 목사는 국민일보 연중기획 기도문의 특징을 “나의 축복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사회의 아픔을 짊어지는 보편적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한 징후”로 해석했다. 이 목사는 “부흥보다 회개가 먼저”라며 “개별 교회 중심 성장에 매몰됐던 과거를 돌아보고 세상을 치유하고 화해시키는 도구로서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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