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식당 폐업의 기억… 로봇 창업 아이디어로 진화하다
2026.04.10 02:08
사내벤처 육성… 올해 7개 팀 참가
AI 사업모델 제시… 날카롭게 검증
“저는 과거 중국 우한에서 7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고, 또 폐업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8일 국민일보가 찾은 LG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스튜디오 341’ 데모데이(사업 발표회) 현장. 발표자로 나선 ‘프리키친 랩’ 유진호 대표는 자신의 실패담을 꺼내는 것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LG전자에 입사해 자동화 업무를 맡아온 그는 ‘바쁠 때나 안 바쁠 때나 인력이 붙어있어야 한다’는 외식업체들의 난제를 로봇 기술로 돌파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100여명의 청중과 평가위원들 앞에서 주방 로봇 운영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업간거래(B2B) 모델을 설명한 유 대표는 “식당에서 몸으로 겪어본 문제점들과 LG전자 안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연결한다면 의미 있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행사에는 스핀오프(기업 분사)를 목표로 하는 7개 팀이 참가했다. LG전자는 2023년 스타트업 육성 전문 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기존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했다. 이렇게 출범한 스튜디오 341은 2024년 첫 시즌에서 5개 팀을 분사하는 데 성공했다. ‘담대한 낙관주의자’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지원 자격 문턱도 확 낮췄다. 연차와 상관없이 LG전자 직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계열사 동료나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도 된다. 직장 생활 ‘터닝 포인트’를 원하는 인재들이 몰리며 이번 시즌 경쟁률은 11.8대 1까지 치솟았다.
나머지 참가팀들도 창업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전문성을 결합한 저마다의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LG전자에서 개발자로 근무한 김준형 대표의 ‘세카’는 하드웨어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충돌을 AI로 탐지해 선제적으로 오류를 제거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볼트와 너트의 미세한 규격 차이나 전압 표기 불일치 등 오류를 찾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기획한 기술로 제조업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을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대 4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받고 분사한 뒤에는 독립 법인으로서 자생력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평가위원들은 매의 눈으로 참가팀들을 검증했다. LG전자와 외부 벤처캐피털 기업 임원들이 현장에서 바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개인 맞춤형 AI 뷰티 에이전트 기술을 제안한 ‘모피어스’를 향해 ‘타 기업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기술적인 우위가 있느냐’고 묻자 장내는 순간 조용해졌다. 이에 김상윤 모피어스 대표는 “간단한 촬영만으로 3D 모델을 제작하는 모피어스 기술력은 업계 전문가도 인정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AI 분석 기술로 영유아의발달 장애 신호를 조기 감지하는 ‘독민정음’팀에게는 ‘유사한 기술로 노년층 치매 증상도 진단이 가능할 듯 하다”는 조언도 건넸다.
앞서 둥지를 떠난 ‘선배’ 스타트업이 지난 1년간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골프장 코스 관리를 시작으로, 농업·공공·국방 등 다양한 분야로 산업 확장을 노리는 AI 필드 로보틱스 기업 ‘엑스업’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뒤 국내외 시장에서 실증 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용수 엑스업 대표는 “기술실증(PoC) 이후 별도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지 않았음에도 전국 52개 골프장에서 협업을 원한다는 ‘러브콜’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발표를 마친 각 팀 대표들은 ‘끝이 아닌 시작’을 외치며 앞으로의 여정에도 전력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프리키친 랩의 유 대표는 “오늘 데모데이는 어떤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를 더 선명하게 확인했던 시간”이라며 “발표 자체를 끝냈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기대감이라는 감정이 더 크게 다가오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삼수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은 “앞으로 3기, 4기, 5기 팀까지 계속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면서 수많은 패밀리 기업과 더 나아가 유니콘 기업까지 나오는 순간을 꼭 보고 싶다”고 격려했다. LG전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다음 주 중 분사 기회를 얻을 팀을 최종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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