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들, 바이오 열공…대기업 진출 러시
2026.04.09 17:51
"신약 직접 개발은 오래 걸려
유망한 바이오벤처 찾아라"
M&A·지분 투자에 관심 많아
제약바이오 업계도 예의주시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바이오산업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삼성과 LG, 코오롱을 필두로 '1차 바이오 투자 붐'이 불었고, 2010년 초반과 2020년 초반에도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했다. '4차 러시'로 볼 법한 최근에는 인수·합병(M&A)을 앞세워 속도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젊은 오너 3·4세들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점찍고 사업을 주도하는 것도 특징이다. 과거에는 신약 개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생산시설 확보 등 대규모 투자가 주였다면, 지금은 신약 파이프라인 인수와 기술 플랫폼 확보 등으로 전략이 고도화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최근 남택종 전 알에프바이오 대표를 영입하고 바이오 신사업 검토에 나섰다. 동원산업은 기존 참치·수산 사업에서 확보한 원료와 부산물 등을 기반으로 화장품·헬스케어 소재를 넘어 바이오 소재 및 치료제 영역까지 확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원산업이 제약·바이오 전반에 관심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현실적으로는 자체 개발보다는 M&A를 통한 진입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OCI는 부광약품 인수를 통해 제약 사업을 그룹 핵심 축으로 편입했고,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확보했다. 대상은 독일 아미노산 기업을 인수하며 의약용 소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으며, HD현대도 신사업 법인 AMC사이언스를 설립하며 바이오 분야에 진출했다.
대표 기업의 오너 3세들이 바이오 사업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의 신뢰도 두터워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대표가 사업을 이끌고 있고, SK바이오팜 역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전략본부장이 방사성의약품(RPT) 등 미래 사업을 총괄한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임팩트를 중심으로 바이오 투자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2025년 약 1조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테세라 테라퓨틱스, 센다 바이오사이언스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 지배력을 강화했다.
담서원 오리온 전략경영본부장 부사장은 그룹 중장기 전략과 신사업을 총괄하며 바이오를 포함한 미래 사업 확대를 주도하고 있으며 리가켐바이오 인수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부사장도 헬스케어 등 신사업 발굴과 투자 전략을 맡으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오너 3세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를 중심으로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이 바이오에 주목하는 것은 '정해진 미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를 배경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대형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 식품과 화학·제조 등 기존 사업의 성장 정체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포석이기도 하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바이오테크는 자금과 사업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대기업의 참여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사업화 속도를 높여 바이오 산업의 체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며 "M&A를 통해 바이오산업에 진입하는 흐름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순 투자에 그치기보다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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