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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공간과 도시] 역사적 공간에서 권력을 노래한 BTS

2026.04.09 23:34

파리 루브르·샹젤리제·개선문·라데팡스
워싱턴 DC 의회·워싱턴기념관·알링턴
자부심의 역사 잇는 공간의 축은 일직선

경복궁과 세종대왕·이순신 동상도 직선
BTS, 광화문을 선택해 현대의 王 된 것
1820만명이 넷플릭스로 그들을 주목해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발매 기념 컴백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얼마 전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BTS)이 광화문에서 화려한 복귀 무대를 선보였다. BTS는 2020년에도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특별 공연 영상을 촬영했다. 그런 BTS가 이번에는 컴백 공연을 광화문광장에서 열었고,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이것은 공간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베르사유 궁전이 만들어지기 전 프랑스의 왕궁은 루브르궁이었다. 루브르궁부터 프랑스 역사의 축이 시작된다. 루브르에서 서쪽으로 가면 콩코르드 광장이 나온다. 거기서 더 서쪽으로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가면 개선문이 나온다. 개선문을 지나 쭉 선을 그으면 오피스 단지 라데팡스에 거대한 개선문 모양의 그랜드아치가 자리 잡고 있다. 루브르, 콩코르드, 개선문, 라데팡스 그랜드아치는 프랑스 역사를 잇는 공간의 축이다.

파리를 흉내 낸 도로망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워싱턴 DC에도 이런 축이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여서 궁전은 없다. 대신 국회의사당이 그 역할을 한다. 미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서쪽으로 워싱턴 기념관이 있다. 거기서 더 서쪽으로 가면 2차 세계대전 기념관이 있고, 더 서쪽으로 가면 링컨 기념관이 나온다. 그리고 강을 건너면 미국의 현충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가 나온다.

이들이 모두 한 직선 상에 위치한다. 워싱턴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이긴 대통령이고, 링컨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통령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모두 전쟁에서 이긴 자랑스러운 역사다. 국회의사당, 워싱턴, 2차 세계대전, 링컨으로 이어지는 축이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적 축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역사의 공간적 축은 어디일까?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경복궁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광화문을 통과하면 세종대왕 동상이 있고 더 남쪽으로 내려오면 이순신 동상이 있는 축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역사의 축이다. 중요한 인물은 모두 그 축 선상에 배치된다.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이라는 우리나라 역사를 대표하는 두 위인이 이 축 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대의 대표 인물이라 생각하는 존재라면 당연히 이 축 선상에 있고 싶어 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린 주요 인물인 BTS가 중요한 공연을 한다면 광화문광장에 서고 싶을 것이다. 관객 없이 공연 영상만 촬영할 때는 근정전 앞 좁은 마당에서도 가능했지만, 수십만 객석이 필요한 공연에서는 광화문광장을 이용해야 했을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이런 의도는 촬영 기법에서 잘 드러난다. 공연 영상은 근정전 지붕을 화면 중심에 비추면서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카메라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광화문 지붕이 나온다. 그리고 카메라는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광화문 지붕을 넘어 공연장의 모습을 비춘다. 다음 장면에서는 광화문을 배경으로 늘어선 안무가들이 나오고 그들이 좌우로 사라지면 BTS의 모습이 펼쳐진다. 마치 근정전에서 앞에 도열한 신하들 너머로 임금님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백댄서는 신하, BTS는 왕이 되는 구도다.

비로소 BTS는 조선의 왕이 위치한 근정전에서 시작해 세종대왕, 이순신이 만드는 역사의 축 선상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중요한 인물임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위치는 이 축 선상이다. 1인 시위를 비롯해 다양한 정치적 집회가 광화문광장 축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생중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류 최초의 신전은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 하구 평지에 만들어진 지구라트 신전이다. 지구라트는 높이 35m 정도 되는 거대한 계단 꼭대기에 신전이 놓인 모습을 띤다. 이 건축물은 공간적으로 권력을 만드는 장치다. 강 하구는 산이 없고 평지가 대부분이다. 이런 곳에 진흙 벽돌을 쌓아서 만들어진 높이 35m의 건물은 일종의 산과 같은 모습이 된다.

그리고 그 꼭대기의 신전에 제사장이 서 있으면 주변에 수천 명이 쳐다보게 된다. 이때 수천 명의 머릿속에는 제사장의 정보가 하나씩 만들어진다. 제사장의 정보가 수천 개 복사되는 것과 같은 효과다. 반면 지상에서 제사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쳐다봐 주지 않는다. 기껏해야 주변의 한두 명이 바라볼 뿐이다. 이 사람들의 정보는 한두 개만 만들어진다. 여기서 제사장과 일반인은 정보의 양이 수천 배 차이가 난다. 정보의 차이는 권력의 위계를 만든다. 많은 사람이 쳐다봐 주는 제사장은 상대적으로 수천 배 큰 권력을 가진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중매체에 노출이 많이 되는 사람이다. 아이돌 스타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많은 사람, 유튜브 팔로어가 많은 사람이 권력자가 된다. 이들이 한껏 멋을 내고 찍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가면 수만 명의 사람이 쳐다본다. 그렇게 그들은 권력을 가지게 된다. 어린이들이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고 외모가 안 되지만 권력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은 정치를 한다. 뉴스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정치판은 못생긴 사람들의 할리우드’라는 말이 생긴 이유가 여기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는 대중매체다. 이번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에 1820만 명이 시청했다. 5000년 전의 지구라트 신전 위에 올라간 제사장을 2000명이 바라보았다면, 그 보다 약 9000배 많은 사람이 BTS를 바라본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제사장보다 BTS가 9000배 더 큰 권력을 가진 것이다. 실로 대단한 영향력이다.

21일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컴백을 기념해 'BTS 컴백 라이브 :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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