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시대 재테크 전략…낙폭 과대 우량주·단기채로 버틸 때
2026.04.09 21:01
결국 이익 장세…현금흐름 중요성↑
이란 전쟁 사태로 당분간 ‘3고 시대(고유가·고환율·고금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4월 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3.75%)에서 동결할 가능성은 73%에 달한다. 금리 인하를 전제로 포지션을 잡아왔던 글로벌 투자자에게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발 빠른 이들은 이미 3고 국면에 맞는 새 투자처 찾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장이 ‘유동성 장세’에서 ‘이익 장세’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핵심은 현금흐름이다. 유가·환율·금리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유동성 창출 기업과 낙폭 과대 우량주가 새로운 피난처로 부상한다는 분석이다.
낙폭 과대 주도주 매수 기회
3고 시대가 길어지면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르는 건 기업 유동성이다. 고유가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고환율로 수입 단가와 외화 조달 비용이 뛰며, 고금리는 이자 비용을 직접 압박한다. 외형 성장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럴 때 시장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숫자는 유동성 지표다. 특히 잉여현금흐름(FCF)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잉여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을 뜻한다. 현금흐름은 ‘발생주의’가 아닌 ‘현금주의(현금이 들어온 시점 기준)’에 따라 회계 장부에 기록된다. 이에 ‘당장 융통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가늠할 수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FCF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과거 사례도 FCF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유가·고금리 시기인 2007년, 애플과 AIG다. 애플은 2007년 FCF가 전년 대비 203% 증가했다. 반면 AIG는 4% 증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주가 수익률 133%로 AIG(33%)를 크게 앞섰다.
또 다른 긴축기인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 사례도 있다. 두 기업은 같은 ‘테크 업종’으로 분류됐지만, 주요 수익성 지표가 엇갈렸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노키아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FCF 증가 속도는 MS의 압승이었다. MS의 FCF는 1998년 62억달러에서 1999년 125억달러로 뛰었다. 노키아는 1998년과 1999년 모두 마이너스 FCF를 기록했다. 두 기업 중 시장 선택은 MS였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MS는 주가 수익률 68%를 기록했고 노키아는 36% 수익률에 그쳤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도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지점은 FCF 증가폭이 큰 업종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와 방산, 조선이 꼽힌다. 세 업종 모두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어 현금 창출력도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높아서다.
당장 컨센서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5년 FCF 추정치는 22조9727억원이다. 2026년과 2027년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123조1497억원, 166조5309억원에 달한다. 5배 이상 FCF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2025년 22조1715억원에서 2027년 121조7946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게 실적을 개선 중인 방산 부문도 눈에 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5년 FCF 추정치는 2조2249억원이지만, 2027년 컨센서스는 4조121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 컨센서스도 2681억원에서 5321억원으로 2배 가까운 증가폭이 예상된다. 또 다른 슈퍼사이클 초입으로 평가받는 조선업도 눈길을 끈다. 워낙 실적 개선폭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최근의 코스피 하락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초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을 시작으로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 최근 조정받은 코스피가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 경우 반도체 업황 개선 가시성이 높아지고, 과도한 저평가 구간에 있던 국내 증시의 하방 지지력과 복원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주 주목…보험주는 변수 주의
3고 시대 또 다른 선택지는 은행주다. 은행주는 기준금리가 뛰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예대마진)가 커져 수익이 늘어나는 사업 구조다. 대표적인 고금리 시기 수혜주다. 이미 기관 투자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주도주였던 IT 업종의 주가 조정폭이 상당히 커지는 가운데 은행주의 경우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대 강화로 시중금리가 계속 상승하면서 방어주로서의 매력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금리 상승이 즉각적인 순이자마진(NIM) 상승을 수반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방어적 성격이 강한 보험주도 주목할 만하다. 보험업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수록 채권 재투자 수익률과 운용자산 이익률 개선 효과가 부각되는 대표적 고금리 수혜 업종이다. 여기에 경기 민감도가 낮은 내수 중심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실물 경기 충격에도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감독당국의 계리가정 감리와 환율 리스크 등 보험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변수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계에서 손해율과 해지율, 사업비율 같은 계리가정은 보험사의 미래 현금흐름과 계약서비스마진(CSM)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장기 계약 비중이 큰 업종 특성상 가정이 소폭만 바뀌어도 손익 변동폭이 크게 나타난다. 실제 손해율 가정을 1%포인트만 낮춰도 보험손익이 약 5%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도 올해 상반기 정기감리에 착수해 보험부채 평가의 핵심 요소인 계리가정 산출 방식과 현금흐름 모델, 내부통제 체계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계리가정 적용 실태를 상시 점검하기 위한 ‘계리가정보고서’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환율 변동성 확대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하면 외화 자산과 부채 평가 과정에서 지급여력비율(K-ICS) 등 자본건전성 지표가 흔들릴 수 있다.
전쟁 종식·유가 안정이 반등 조건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도 거꾸로 가고 있다. 중동 전쟁이 격화되면 통상 금값이 뛰어야 하지만 최근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3월 들어 금 가격은 주간 기준 11% 급락하며 198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핵심은 금이 안전자산인 동시에 금리 민감 자산이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자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빠르게 거둬들였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오르면 보유 매력이 떨어진다. 안전자산 수요보다 고금리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여기에 차익 실현 매물까지 쏠리며 하락폭이 커졌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정은 귀금속 시장의 과열이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일시에 해소되는 과정에서 증폭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투자자 시선은 향후 금값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 종식과 유가 안정이 반등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쟁 상황 → 유가 상승 → 금리 경로 변경 → 달러 강세가 이어져 금값 변동성이 커진 만큼, 원인 요소가 사라져야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단 얘기다.
박주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과 유가 급등 현상이 단기로 국한된다면, 연준의 통화 정책은 완화 시점의 지연일 뿐 긴축이라는 새 국면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금 시장은 과도한 긴축 우려를 되돌리며 재차 반등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관점을 두고선 전문가 의견이 갈린다. 최예찬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전쟁이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매입 가속화라는 구조적 상승 동력을 더욱 강화시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자산의 정치적 리스크를 체감했고 금 매입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전쟁 당사자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다소 비관적인 시선도 있다. 반등이 시작되더라도 전고점을 웃돌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이전처럼 강한 상승 랠리를 재현하긴 어려울 수 있다”며 “근본적 이유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QT)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동성을 늘리는 조치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과거처럼 화폐가치 하락을 우려한 금 수요가 강하게 붙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단기채 비중 높이며 관망
국고채는 투자 매력 충분
미국 국채의 경우 단기채 중심으로 버티며 장기채 매수 기회를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 여파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만큼, 장기채 금리는 단기적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신한투자증권은 향후 3개월 미국 국채 10년 금리 밴드를 4.2~4.6%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전쟁 긴장이 완화되면 4.5% 안팎이 상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사태가 길어져 4.7% 정도까지 오르면 저가 매수를 고민할 만한 구간이라는 분석이다. 쉽게 말해 미국 1~3년 단기채 ETF나 달러 머니마켓펀드(MMF)로 이자를 챙기며 버티다가, 10년물 금리가 4.5%를 웃돌기 시작하면 장기채를 천천히 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국고채는 미국채와 결이 조금 다르다. 이미 시장이 고유가와 환율 부담,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다. 현재 기준금리 2.5%를 감안할 때 증권가는 국고채 3년 적정 금리를 2.8%, 10년 적정 금리를 3.2% 안팎으로 본다. 그런데 4월 1일 기준 국고채 3년과 10년 금리는 3.3%, 3.7%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1년 이내 기준금리가 100bp(1%포인트)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를 선반영했다”며 “기준금리가 3%까지 인상된다 하더라도 현 수준은 고점 부근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가격 매력이 충분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4호(2026.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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